한국의 조화, 독일의 간명함이 교차하는 건축물
밀레니엄 힐튼이 매각되기 전 방문.
남산 자락의 밀레니엄 힐튼은 바우하우스 건축의 간결하고 핵심적인 공간 설계+ 자연과 조화를 고려한 한국적 가치가 일품인 건축물이다. 1979년 공사 당시 사용된 건축자재들은 이탈리아 산 대리석과 동(bronze) 그리고 오크우드인데, 아마 지금의 가격으로는 한꺼번에 사용하기 힘든 것들이라 들었다.
이 건축물의 설계자이자, 1세대 해외파 건축가이신 김종성 선생님께서는 바우하우스 마에스터인 ‘미즈 반 데오 로에’와 함께 건축의 인사이트를 나눈 시간들이 유행을 타지않으면서도 포근한 멋이 풍기는 공간으로 밀레니엄 힐튼의 질감을 빚어내는데 좋은 포석이 되었다고 하셨다
동, 대리석, 구리에 더불어 이곳의 가장 멋진 건축자재는 “햇살”이다. 남산이라는 지형적 특성을 살려 6층 높이의 로비에 자연채광을 두고 여러 공간에 스며들 설계했다.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 들어와도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정중앙 홀돔과 만난다.
서울의 땅값이 치솟은 현재 효율성이 중심인 건축 설계가 대부분인지라, 이런 설계는 현재시점에 만나기 힘든 소중한 유산이다.
(한국, 특히 서울에서는 만나기 힘든 오묘한 질감과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
40년된 이 건축물이 단순히 머물렀다가는 호텔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걸 안 것은 10년 전 즈음이다. 회사가 바로 앞이어서 남산을 가려면 회사 뒷문을 지나 힐튼의 가든이나 로비를 통해 남산으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을 즐겼던 기억이 있다. 개발도 좋고 발전도 좋은데, 기본적인 뼈대나 공간의 정체성을 살린 소재들은 잘 가꾸어서 다른 주인이 나타나도, 사람들이 이 공간의 본질을 느끼고 배울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