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 펠라닉의 파이트 클럽, 데이빗 핀처 그리고, 픽시스
너 자신을 알라. 그리고 싸워라
미국 소설가 ‘척 팔라닉(Chuck Palahniuk)’의 소설 대부분은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이야기와 구성, 그리고 인물들이 주를 이룬다. 그의 소설 [질식], [인비저블 몬스터], [다이어리] 그리고, 오늘 MIB 2편에서 이야기할 [파이트클럽]이 그렇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외로운 사람들이라,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와 매우 닮았다.
척 팔라닉은 소설에서 주인공들이 다른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고, 싸우고, 부딪히는 과정을 자본주의와 현대 사회의 폭력성과 결부시켜, 거침없이 그려낸다. 때문에, 그의 소설을 접하기 전에 독자들은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파이트클럽]은 척 팔라닉이 1996년에 쓴 소설이다. 소설은 보험 회사의 자동차 리콜 심사관으로
비행기 출장이 잦은 주인공 ‘잭’이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잭’은 유일한 취미가
이케아 카탈로그를 보며 가구를 수집하고, 매일같이 퀭한 눈으로 출근한 채 스타벅스(커피) 행성
에 몸을 맡겨 무료한 일상을 살아간다. 그는 출장 도중 비누 판매상인 ‘타일러 더든’을 만난다. 이
때부터 ‘잭’의 인생은 바뀌는데.. 소설은 사건을 시간적 구성이 아닌, 잭의 의식 흐름에 중점을 둠
으로써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이트 컬러들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고, 어떻게 정신적으로 몰락하
며, 자신을 잃어가는지, 그리고 이럴 때 ‘싸움’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어떻게 대면하는지 그 과정
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파이트클럽의 규칙]
제 1조: 파이트 클럽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You do not talk about the Fight Club.)
제 2조: 파이트 클럽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You do not talk about the "Fight Club".)
제 3조: 누군가 "그만" 이라고 외치거나, 움직이지 못하거나, 땅을 치면 그만둔다.
(If someone says "STOP" or Goes Limp, taps out the fight is over)
제 4조: 싸움은 1대 1로만 한다.
(Only two guys to a fight.)
제 5조: 한 번에 한 판만 벌인다.
(One fight at a time.)
제 6조: 상의와 신발은 벗는다.
(No shirts, No shoes.)
제 7조: 싸울 수 있을 때까지 싸운다.
(Fight will go on as long as they have to.)
제 8조: 여기 처음 온 사람은 반드시 싸운다.
(If this is your first night at a Fight Club, "You Have To Fight".)
이 소설은 1999년 영화로 만들어져 큰 화제를 모았다. 우리에겐 넷플릭스 시리즈 [마인드 헌터]와
[하우스 오브 카드]로 익숙하고, 영화 [맹크], [나를 찾아서], [소셜 네트워크] 등을 자신만의 독특한
필모그라피를 쌓아온 헐리우드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로 손꼽히는 감독 ‘데이빗 핀쳐(David Fincher)’
가 메가폰을 잡았었다.
당시, ‘존’역에는 ‘에드워드 노튼’이 ‘타일러 더든’역에는 ‘브레드 피트’가 맡았는데, 소설 속 등장인
물을 스크린에 그대로 투사한 ‘데이빗 핀처’의 연출력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줬다.
‘데이빗 핀처’는 ‘척 팔라닉’의 염세주의적 문체에 자신만의 시/청각적 상징과 위트, 그리고 영화적
스타일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역작을 만들어 냈는데, 감독은 등장인물들의 의식 흐름을 최대치로
표현하기 위해 보통 영화의 3배 이상의 필름을 사용했다.
영화 [파이트클럽]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이다. 당시 일렉트로닉 음악씬에서 최고의 프로듀
서 ‘더스트 브라더스’가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맡았는데, 실제 소설에 나오는 인물과 이야기에 시
각적 안내자가 되어 최고의 앙상블을 선사한다. 원작을 읽을 때도 이 사운드트랙을 틀어놓으면,
영화적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지는 묘한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파이트클럽] Dust brothers – Who is Tyler Durden?
https://www.youtube.com/watch?-iw8sI
원작과 영화를 통틀어 [파이트클럽] 최고의 장면은 타일러와 존이 대면하고, 여주인공 말라 싱어
와 함께 ‘파이트클럽’(‘존’ 혹은 ‘타일러 더든’)이 구상한 초토화 작전의 끝을 지켜보는 마지막 장면
이다.
후반부까지 이야기를 끌어오던 인물과 이야기들이 대전환을 일어나고, 독자들의 억눌렸던 감정에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이 장면에 영화에서는 미국 인디 록 밴드 ‘픽시스(Pixies)’의 ‘Where is my
mind’가 흐른다.
작품은 현대 사회 시스템의 일부로 살고 있는 우리 자신에게 ‘존’이 헤매는 수 많은 질병모임처럼
끊임없이 분열된 순간을 경험하게 하고,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파이트클럽]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어찌보면, 단순하면서도 강렬하다.
“도망가지도, 피하지도 말아라. 힘들다면, 지친다면, 그리고 우울하다면,
너 자신을 알아라. 그리고 싸워라.”
PIXIES - Where is my mind
https://www.youtube.com/w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