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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레바람 Mar 12. 2020

코로나 19, 지금 임신 해도 괜찮을까?

난임 일기. 코로나 때문에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 나는 우울하다.


작년 10월, 3년 동안 다녔던 난임 병원을 바꾸기로 했다.  원래 병원이 위치적으로도 딱 좋았고, 선생님도 믿음직했지만, 시험관 이식을 7번 진행하면서 한 번도 임신이 되지 않았으니 손을 한 번 바꾸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병원 세 군데를 알아봤는데, 그때 한 곳은 선생님의 예약이 당분간 다 차있으니 2020년 3월로 예약 날짜를 잡아준다고 했다.

 

뭐라고요? 3월이라고요? 너무 늦은거 아니에요?
저 그때쯤이면 이미 임신 3개월은 되어 있을 건데요?


라고 그때는 혼자 생각했었는데. 벌써 3월이 되었네?



병원은 바로 예약이 가능한 다른 곳으로 바꿨다. 11월에 간단한 수술을 했고, 12월 말에 바로 이식을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이번에야 말로 시술에 들어가면 회사에 휴직계를 낼 거라고 남편과 합의도 다 본 상태였다. 그러나 12월 말 생리가 시작했을 시점, 나는 한창 키토제닉 식단과 운동에 빠져 몸을 만들고 있을 때였다. 오래 동안 각종 호르몬 약을 챙겨 먹고 시험관 시술을 진행하며 체력 & 면역력은 떨어질 때로 떨어지고 살도 보기 싫게 쪄서 몸이 부어 있었는데, 12월에는 모처럼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며 몸이 가벼워지는 게 느껴져 행복 지수가 높았다. 그래서 한 달 쉬기로 했다. 다시 시험관 시술 시작하기 전에 몸을 완전히 튼튼하게 만들어 놓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와서 그 선택을 잘못했다고 후회하는 건 아니다. 12월에 한 달 쉬기로 한 건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한 달을 쉬고 1월 말이 되어 다시 시험관 시술을 시작할 시기가 되었을 때, 코로나 19가 터졌다. 안전을 기할 겸 다시 한 달을 쉬고 2월이 되어 또 병원을 방문하려고 했는데, 신천지 집단 감염 사태가 터졌다.


벌써 3월. 이제 2주 뒤에는 다시 시술을 시작할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어제는 이 코로나 사태가 6월 말은 되어야 잠잠해질 거라고 추측하는 어느 전문가의 의견을 접했다.



무리하고 싶지는 않다. 나의 경우 난자의 상태가 아니라 자궁에 문제가 있어 시험관 시술을 진행하는 케이스라, 하루하루 미루는 것이 아까운 건 아니다. 특히 자연 임신도 아니고 시험관 시술이라면 더욱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최적의 시기에 진행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라는 것이 남편의 의견이다.


어디선가 임산부가 코로나에 혹시 걸리더라도, 태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거라는 기사를 읽었다. 그러나,

- 시험관 시술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계속 병원을 다녀야 한다는 점,

- 매일 주사를 맞고 약을 섭취하면서 체력도 면역력도 저하될 것이라는 점,

- 면역력이 저하되면, 그만큼 내가 코로나19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는 점,

- 그리고 무엇보다 혹시라도 임신이 된다고 해도 고열과 기침, 호흡기 증상으로 인해 유산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점

이 남편이 꼽는 '지금 시험관 시술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나는 솔직히 반 반이다.

그냥 차 타고 병원 다니고, 휴직계 내가 집 안에서 격리 생활하면서 극도로 조심하며 시술을 시작하고 싶다.

그러나 혹시나 임신 준비 4년, 시험관 시술 3년째에 처음 임신이 되었을 때, 코로나19를 이유로 잘못되기라도 하면,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렵다.









(사진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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