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11. 23.
살면서 숱하게 많은 '잘난 자'들을 본다. 그리고 그들과 자신을 대조하며 비참함을 느낀다. 삶을 살아나가며, 내가 좋아하고 하고픈 일을 하라는 성공한 이들의 외침은 배부른 소리처럼 들린다. 그들의 재능과 나의 재능이 같지 않기에, 성공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모든 면에서 같은 것은 아니기에, 그들이 대학 연단에서 이야기하는 좋은 말들은 포장된 말들로 느껴지며 나에게는 적용될 수 없는 허상의 말들처럼 들린다.
우리는 자유로운, 내 마음이 아고 싶은 대로 진로를 정하고 행하라는 시대의 준엄한 명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잘난 자들을 내 두 눈으로 바라보며, 세상과 타협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다. 나는 묻는다. 우리는 그 자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하는가?
대학을 가고자 하는 청년들의 도전과 재도전이 하나의 관행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대학진학률, 천편일률적으로 구획화된 시험 양식은 공정함과 함께 박탈감까지도 가져다주었다. 아직 자아를 채 형성하지도 못한,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도 가지지 못한 이들에게 편견이라는 덫을 씌우는 사회이다. 성적표 속에서 보이지 않는 잘난 자들을 마주하게 되는 세상이다. 좋은 대학,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간 사람들은 다른가. 학문에 열정을 가지고 세상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생각으로 대학에 간 찬란한 어린 이들은 더 대단한 능력을 갖춘 학우를 만나고, 이 정도 실력으로 학문을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지 의심하게 된다. 그렇다. 이 세계에서 진정으로 하고픈 일을 할 수 있는 자들은 돈이 많아 생계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 가만히 있어도 드러날 정도로 충만한 재능을 가진 자. 돈에 관해 어리석을 정도로 순진해서 도전장을 내미는 자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우리는 돈이 넘치도록 많지도, 건드는 족족 특출난 생각이 나올만큼 세기의 재능을 갖고 있지도,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돈의 역할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순진하지도 않다. 현실의 제약으로부터 그다지 자유롭지 않은 우리 젊은이들은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가? 특출나더라도 국소적인 특출함에 불과한 보통 사람들은 무엇을 바라보아야 하는가? 돈 때문에 꿈을 접어버린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진정한 꿈과 절실한 목표가 있는 자에게 이 질문은 유효하고 또 절박하다. 지금껏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면 돈은 적당히 벌어도 된다 생각했던, 그러나 이대로라면 생계가 곤란해질정도로 돈을 벌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 이들에게 말이다. 문필가들이나 사변만을 일삼는 학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2군 야구선수, 무명의 예술가, 뒷골목의 기타리스트들이 매 순간 하고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을 뿐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 위에 한없이 존재하는 이 잘난 자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이들은 우리의 위기의식과 위험회피성향이 만든 한갓 허상이란 말인가?
그러기에 그들은 너무 선명하다.
우리는 결국, 이들을 눈앞에 적확히 직시함으로써 삶의 의미와 그 목표에 대해 거시적으로 인지하게 된다. 우리는 어떤 성취를 이룸으로서 의미를 가지는 존재가 아니라는 게 나의 답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주 수입원이 되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 보통인간이 의지해야 할 곳은 나 자신에 대한 긍정이요, 사랑이다. 인생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 간에 그것까지도 긍정할 수 있는 힘과 사랑을 가짐으로써 우리는 이 선택을 부차적이고 덜 중요한 선택으로 격하시킬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좌절감과 박탈감, 태초에 만들어진 불공평함을 승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 모두는 앞에 잘난 자들을 보고 있으나, 그들 또한 더 잘난 자들을 보고 있고, 우리 자신도 누군가에게는 앞에 있는 대상이다. 우리는 이 태초적 차이와 불공평함을 불평하고 다른 이들을 경멸하는데 시간을 쏟기보다는 나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사랑함에 집중해야 한다. 비록 못다 이룬 꿈을 가슴속에 품은 채 죽더라고, 하루하루 살아감에 신경 쓰는 삶이더라도,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더라도 우리는 괜찮다. 이 강력한 삶에의 긍정을 품고 있다면 말이다.
첫 질문으로 돌아가자. 모두의 삶이 다르기에 이리이리 행해라! 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것만은 답할 수 있다. 잘난 자들에 의해 다른 직업을 택하는 걸 부끄러워 말고, 자신의 하고픈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에도 부끄러워 말라고. 자신의 길을 바꾸는 것, 혹은 유지하는 것은 포기나 회피가 아니다. 나 자신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하고 있기에 할 수 있는 어려운 선택이다. 우리는 남에 대한 부러움을 가져야 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지운 짐덩이이다. 우리가 끝까지 견지해야 할 것은 나에 대한 사람. 그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