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릴 Jan 13. 2020

여자배구 3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  가능했던 이유

여자배구 선수 연봉인상이 시급 합니다

어젯밤 여자배구가 3회 연속 올림픽 진출에 성공했다.

 

나는 일주일 전부터 올림픽 진출을 위해 신에게 기도를 드렸고(종교는 없다), 어젯밤 태국과의 팽팽한 접전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발을 동동동 구르며(아랫집 시끄럽다고 동생에게 혼났다) 경기를 지켜보았다. 올림픽 진출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사실 불안했다. 태국이 이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왔는지 들었기 때문이다. 태국은 이번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해 국내 리그까지 미뤄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했고, 태국에서 치러진 경기에는 태국 팬들로 경기장이 가득 찼다. 하지만 우리 팀은 국내 리그 진행과 감독 부재로 맞춰볼 시간이 1주일 내외였고 게다가 김연경 선수 복근 파열, 김희진 선수 허벅지 부상, 이재영 선수 발목 부상이라는 마음 아픈 뉴스 또한 경기 전 흘러왔다. 더불어 지난 8월 새벽에 일어나 지켜본 올림픽 대륙 예선전에서의 트라우마는 강력했다. 러시아에게 1,2세트를 가져오고도 역전패를 당해 눈앞에서 올림픽 티켓을 놓쳤던 그날 새벽은 악몽이었다.


그럼에도 한국 여자배구가 올림픽 진출을 이뤄낼  있었던  


출처: 한국경제


작년 1월 라바리니 감독 부임 이후 팀 색깔이 달라진 후의 올림픽 진출이다. 라바리니는 부임 이후 ‘토탈배구’를 강조해왔다. 여자배구를 다루는 기사 제목들을 보면 한국 배구의 숙제는 김연경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라고 말한다. 누구 하나에 의존하지 않고 고른 공격 분배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김연경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김연경이 너무나 뛰어난 선수고, 김연경의 공격 집중을 나눠줄 레프트나 라이트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국 배구의 특징이 모호했던 탓도 크다. 신장이 절대적인 배구계에서 다른 대륙에 비해 키가 작은 아시아권은 수비와 서브를 주 강점으로 삼는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서는 평균 신장이 큰 편이지만 태국, 일본에 비해 조직력은 떨어진다. 이 같은 애매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2012년 런던 올림픽 4위까지 갈 수 있었던 건 결국 김연경이라는 세계적인 선수의 공격력 덕분이었다. 당시 한국은 4위에 그쳤지만 김연경 개인은 공격성공률 3위, 득점 1위로 mvp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이를 개개인 선수의 능력부족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일본과 중국의 경우 메달 획득을 위한 대대적인 국가적 지원이 있었다. 예를 들어 올해 8월에 치러진 올림픽 대륙간 예선전에서 진출권 획득을 위해 중국은 대표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 자국 리그 팀 조정까지 불사했다. 더불어 중국 일본 모두 뚜렷한 팀 색깔을 갖추기 위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코치진과 감독을 배치하고 신인 선수 성장에 적극적이었다.


이에 반해 한국 배구협회는 늘 논란에 휩싸여 왔다.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여자배구 선수들에게 김치찌개 회식을 제공한 건 입이 아프고,,, 정말 이런 것 까지 매번 논란이 되어야 하나 싶은 내용들인데 우선 늘 터져 나오는 건 비행기 좌석 문제다. 2017년 배구 협회는 “남자는 전원, 여자는 절반만 비즈니스 석을 제공했다. 신장이 긴 배구선수들에게 이코노미 석은 좁고,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심지어 이번 경기 또한 문제가 되었는데, 협회는 이코노미 값만 제공하고 비즈니스 좌석을 이용하고 싶으면 각 구단이 추가 요금을 내는 방향으로 정했다. 문제는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협회가 비행 시각을 구단에게 늦게 공지해 결국 몇 개 구단만 좌석을 확보하고, 나머지 구단은 대기를 걸어놓아야 했다. 아마 오늘 아침 인천으로 돌아올 선수들 중 몇몇은 좁은 이코노미를 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둘 중 4명은 당장 내일부터 국내 리그 경기를 치른다.


부족한 지원과 좋지 않았던 상황을 고려하고도 올림픽 진출을 획득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선수들의 집중력과 노력 덕분이었다. 복근 파열에도 경기에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결국 22 득점을 획득한 김연경 선수, 허벅지 부상으로 출국 때부터 통증을 호소했지만 “아픈 걸 잊고 경기에 매진하겠다”며 경기를 치러낸 김희진 선수, 발목 부상으로 통증이 있지만 득점 2위에 오른 이재영 선수. 선수들이 자신의 몸을 혹사하면서까지 의지를 불태운 덕분에 가능했던 성공이었다.


몸을 혹사해가며 경기를 치러내는 여자배구 선수들에게 

성차별적인 연봉을 지급하는 배구계


그런 여자배구 선수들에게 한국 배구리그는 성차별적인 연봉을 지급한다.

김연경 선수가 이미 본인의 SNS를 통해서 지적했듯이 여자배구 샐러리캡과 남자배구 샐러리캡 차이가 크다. 샐러리 캡은 팀 연봉 총액 상한제를 부르는 말로, 스포츠 스타들의 과도한 몸값을 제한하기 위한 제도로 물가인상 등을 고려 매 시즌마다 바뀐다. 샐러리캡이 선수들의 연봉 액수를 결정하는 것이다. 충격적 이게도 2018년에 정한 2019~2020 시즌 샐러리캡은 여자배구 14억(향후 2년간 동결) 남자배구는 25억(1년에 1억 원씩 인상)이었다. 또한 여자 선수만 1인 연봉 최고액이 샐러리 캡 총액 25%를 초과할 수 없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얼마 전 구단들에서 먼저 여자배구 샐러리 캡을 다음 시즌부터 크게 올리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그들이 내놓은 방안대로 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남자 선수들에 비하면 10억 이상 차이 난다.   



보통 연봉은 인기도와 비례한다고 하지만, 배구계에서는 이 논리가 들어맞지 않는다.

2019-2020시즌 V리그 1라운드 결산 자료에 따르면 여자부 경기 평균 TV 시청률은 O.89%를 기록, 0.82%에 그친 남자부를 앞질렀다. 경기장 평균 관중도 여자부가 2천 388명으로 남자부(2천 183명)보다 많았다. 국제경기의 인기도 또한 마찬가지다. 어제 태국-한국 결승은 mbn 전국 시청률 5.3%를 기록했다

(참고) 국제 성적은 여자배구가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할 동안 남자배구는 5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남자프로배구를 깎아내리고 싶은 마음은 없다. 여자배구 팬들이 바라는 건 여자배구 선수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다. 인기도, 국제경기 우승과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왜 남자배구 선수들보다 현저히 적은 연봉을 받아야 하는가? 그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더 이상 여자 배구 팬들과 선수들이 답답해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김연경 선수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들에 분노하지 않고 경기에만 잘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샐러리캡이 공정해져서 김연경 선수가 웃으며 국내리그에서 은퇴하는 모습까지 배구 팬으로서 꼭 보고 싶다. 이런 당연한 소망들에 대해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화나는 건 화나는 거지만 어젯밤부터 엉덩이 춤이 멈추질 않네요ㅎㅎ




@표지사진: 조선일보

매거진의 이전글 2019년 읽은 페미니즘  책과 논문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