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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펫크리에이터 모리 Oct 21. 2017

모두 인간 탓이다

불독에 관련된 뉴욕과 한국에서의 두 가지 사건들

한국 시각으로는 일요일 저녁일 지금.

뉴욕은 지금 토요일 아침이다.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상쾌한 토요일 아침을 맞이하는데 

한국 뉴스를 확인하다 흥미로운 검색어를 발견했다. 


네이버 인기 검색어에 올라온 

"최시원 프렌치 불독".






뭐지? 새로 입양을 해서 뜬 건가?

.

.

.

.

.


뉴스를 확인하고


아침 내내 몽롱해있던 정신이 순간 번쩍 깨었다.







"반려견이 사람을 물어 죽였다"라는,

"반려견은 투사견 불독"이라는,

"불독의 주인은 유명 연예인"이라는,


.

.

.


입 밖으로 오 마이 갓이 절로 흘러나왔다.



게다가 최시원과 가족의 인스타 사과문과 그를 두고 네티즌들이 공방을 벌이는 사태가

반갑게 맞이한 나의 토요일 주말 아침에 약간의 스크래치를 줘버렸다.


2016. 뉴욕




불독에 관해서라면,

개인적으로 불독을 키워본 경험이 없어 

내가 왈가왈부할 위치가 아니다 라는 판단에 항상 얘기하길 꺼려왔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 유명 연예인의 불독사태(?) 와 얼마 전 뉴욕에서 있었던 엄청난 사건 (아래에 설명해 놓겠다)

을 비추어 보았을 때 어쩌면 불독을 키워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내가 이들 사건에 관해 

더욱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앞서 말한 뉴욕에서 있었던 불독 사건을 간추려 설명하자면 이렇다.





때는 약 3-4주 전,


뉴욕의 그 유명하고도 명성 드높은 "구겐하임 뮤지엄"에서

 다음 달에 열릴 전시내용을 알리는 홍보문을 올렸다.

 


그런데 홍보문이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뉴욕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동물보호단체/개인들의 전시 보이콧 현상이 일어났다.

구겐하임 홈페이지, 인스타, 페이스북, 어딜 가나 보이콧을 외치는 댓글들로 도배가 되어있었고,

나도 그 대열에 합류해 열심히 #tortureisnoart (학대는 예술이 될 수 없다)를 외쳐댔다.





문제가 된 전시 작품은 중국의 아티스트 그룹의 작품이었는데,

(감히 작품이라 일컫기도 싫지만)



맹렬한 불독의 본성을 이용해 

그들이 심리적/신체적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었다.




다행인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보이콧 행렬을 견디지 못한 

구겐하임 측에서 그들의 작품은 전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인데,

여전히 사람들은 그토록 이름 있는 뮤지엄에서 동물 학대에 관련된 전시를 

큐레이팅 했다는 것에 단단히 화가 나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인지 작품 전시를 취소한 상황임에도 앞으로 구겐하임에서 열리는 

모든 전시를 보이콧하겠다 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원체 역사가 깊은 뮤지엄이라 큰 타격은 받지 않을 거라 예상하지만, 

문제가 된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없다는 점에 대해선

좋아하던 뮤지엄임에도 나도 조금은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6. 뉴욕



결코 작지 않았던 이 "사건"을 보면서 나는 두 가지를 깨달았다.



첫째,

"아, 보이콧은 이렇게 하는 거구나"


둘째,

"중국은(어쩌면 아시아는) 아직 멀었나 보다"




문제가 된 작가는 아시아권에서 꽤나 이름 날리는, 다시 말해

아티스트로 '인정'받는 유명 아티스트 그룹이다.

그런데 그들이 같은 작품을 들고 이곳 뉴욕에 왔을 때 판도는 그곳에서와 같지 않았다.


이곳에서 동물학대는 아시아보다 심각하게 다뤄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동물학대로 유명한 아티스트인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들도 다시금 수면 위로 살짝 떠오르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데미안 허스트 시절엔 오늘날보다 동물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작았기 때문에 괜찮았다.'

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가 오늘날 소를 반 동강 낸 작품을 대중 앞에 선보였다면

분명히 대중들이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2017. 뉴욕



다시 불독 얘기로 돌아가자면,



뉴욕의 반려 문화중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불독을 키우는 사람이 전체 반려 인중에 삼분에 일 정도는 

차지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무척이나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도 반려견에 물리는 사고는 다분히 일어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독을 애정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뉴욕이다.




2016. 뉴욕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도 불독이 가끔 무서울 때가 있는 건 사실이다.


가끔 킥보드를 타고 길거리를 다닐 때마다

 다른 개들과는 달리 유난히 불독들이 쌩쌩 달리는 킥보드를 보며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을 본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동물에 관련된 작업을 하는 나조차도

가끔은 불독이 마냥 귀엽지만은 않다고 조심스레 고백한다.




2017. 뉴욕




하나, 혹시 나와 같이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실 하나는 잊지 말자.




불독은 본성은 조금 사나울지 몰라도 그들을 훈련시키는 건 인간이다.




그러니 동물이 사람을 물어 죽였다면

그건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인간의 탓이 크다.

공격의 위험을 항상 갖고 있는 동물을 키우는 데에는 

그만큼 상당히 무거운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영상 속 불독들이 고통받는 것 또한 백프로 인간의 탓이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를 탓하되, 거기서 그치지 말고 조금씩 개선되어 가는 

반려문화를 만들어 가면 된다. 개개인들이 힘을 모아 구겐하임 전시를 

취소시킨것처럼, 우리도 조금씩 나아가면 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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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밝혀진 사건에 대해선 고인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처럼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MORI


* 인스타그램*

+패션사진__ @mori_park

+일상사진__ @morimongs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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