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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모모
by Mori Park Jul 11. 2017

너만 편하다면, 그걸로 되었어

몽실이가 떠났다.

으아! 아빠 얘 누구야?

-응, 누가 버렸길래 아빠가 데려왔어. 




5년전 그날.

오랜만에 들른 부모님의 집 마당엔 왠 커다랗고 북실북실한 하얀 개가 있었다.




누가 얠 버렸어??

-응, 사실 버린건 아니구..어떤 부잣집에서 키우던 앤데, 주인이 너무 애를 소홀히 해서 

담벼락 밖에 불쌍하게 있더라구. 아빠가 데려가겠다 했더니 그러라길래 데려왔어. 





몽실이는 그렇게 우리집 식구가 되었다. 





당시 이미 골든 리트리버 몽이와 진돗개 짱구를 키우고 있던 우리집엔, 

가장 나이가 많고 몸집이 큰 몽실이가 터줏대감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
그동안 주인이 너무나 소홀했던 탓일까. 

나에게 몽실이의 첫 인상은 큰 덩치를 가진 도도한 고양이와 같이 느껴졌다. 



몽실이는 어딘가를 바라보는지 도통 알 수 없는 다소 무섭기 까지 한 노오란 눈을 갖고 있었다. 

내가 몽이와 짱구를 통해 바라보던 순수하고 맑은 눈빛이 아닌, 어딘가 텅빈 공허한 그런 눈. 

전에 살던 집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아무래도 그래서였을까. 몽실이에게 나는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어린마음에 행여나 몽실이가 달려들까 무서워, 몽실이에게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다. 더구나 부모님 집에 한달에 한번 방문했던 당시에 나에게 있어 몽실이와 급속히 친해지기란 여간 쉬운일이 아니였던 것 같다.





그렇게 몇년이 흐르고_





올 때 부터 이미 나이가 많았던 몽실이는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늙어가기 시작했다.

몸의 움직임이 차차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어느날은 갑자기 눈에 혹 같은 것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몽실아, 눈 안아파? 아빠, 몽실이 병원 가야될 것 같아.

-안그래도 수의사가 다녀가긴 했는데, 몽실이가 늙어서 수술을 할 수 없다더구나. 

몸이 약해져서 마취를 하면 못깰 확률이 높데. 




방도가 없었다. 돌이킬 수 없는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 

샛노랗던 몽실이의 두 눈 중 한쪽이, 빠알갛게 변했다. 

그리고 몽실이가 떠날때 까지 그 눈은 다시 본래의 색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장마 덕에 꼬질꼬질 해 진 몽실이 :) ... 






내 기억속에 몽실이는, 항상 마음을 다 열지 않는 어딘가 속사정이 복잡한 그런 친구였다. 

아무리 묻고 물어도 절대 자기 속내를 다 털어놓지 않는 그런 알 수 없는 친구.




그래도 착한 몽이가 몽실이의 곁에 항상 있었다는 것이 나에게는 그나마 위안이 된다. 

사람에게 열지 않았던 마음을 몽이에게 만큼은 열어줬던 걸까. 

그래서인지 죽마고우같이 지내던 몽실이가 떠나자 몽이가 하루종일 울었단다. 

아빠는 그런 몽이를 위해 새 집터를 마련 해 주기로 했다. 몽이와 짱구를 위한 새 집터. 

몽실이의 빈자리를 채워 줄, 그런 멋진 집을 만들어 줄 것이다.






지금 나는, 얕지만 한없이 넓은 슬픔이란 바다에 빠져있는 기분이다.





'좀 더 잘해줄껄. 항상 들고다니던 카메라를 왜 너 앞에만 서면 그렇게 들기가 무서웠었는지.

어쩌면 넌 너를 두려워 하는 날 보고 오히려 나에게 선뜻 다가오지 못했던 건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이 나를 짓누른다.





.

.

.






우리 집 앞 마당에는 이제 두 영혼이 잠들어 있다. 


오늘 우리는 몽실이가 몽이와 잘 지냈던 것 처럼, 

새 친구인 아롱이와도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몽실이를 떠나보낸다.





"어떤 사연이었는지 얘기 해 주지 않아도 좋아. 

어쨋거나 나는 너가 거기서 편하게만 지낸다면, 그럼 그걸로 되었어".











펫토그래퍼 모리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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