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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힘들지

장애를 가진 반려동물을 만나다

by 모리박


친구를 만나러 Astoria 의 한 식당으로 가던 중, 신호등에서 한 강아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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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봐도 다리가 불편해 보였던 이 친구는 주인과 함께 산책을 나온 모양이었다.

뉴욕에서 수많은 반려동물들을 봐왔지만, 장애를 가진 반려동물을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약속시간에 늦을 각오를 하고 다가가 사진촬영을 부탁했다.


"저, 혹시 강아지 사진좀 찍어도 될까요?"

.

.

"그럼요. 근데 이 친구가 빨리 걸을 수가 없어서 신호등 불이 바뀌면 재빨리 건너야 한답니다.

신호등을 건너면 저쪽에서 잠시 촬영을 하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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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같았으면 강아지의 이름도 물어보고, 수컷인지 암컷인지, 나아가 이 친구의 다리에 얽힌 이야기 까지

전부 물어봤겠지만, 아무래도 짧은 신호등을 걷는 내내 헥헥대는 모양이 안쓰러워서 괜히 시간을 뺏기가 미안해졌다. 빨리 보내줘야겠단 생각에 아무런 이야기 없이 그저 연속적으로 셔터만을 눌러댔다.


찰나 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카메라에 10장 남짓이 안되는 사진들을 확인한 뒤, 나는 서둘러 그들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까지 하염없이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여 들었다.


다른 강아지들보다 무척이나 천천히 걸어가는 뒷모습에 마음이 아팠고,

뒷발의 힘을 대신할 저 바퀴 두개가 문득 고마웠고,

그리고 저 바퀴를 선물해줬을 주인의 뒷모습이 너무나 따뜻해 보였다.



아픈 마음을 뒤로한 채, 나는 다시 내 길로 향했다.










펫토그래퍼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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