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올해 첫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작년 10월 이후 거의 5개월 만의 공식 대회였다.
겨우내 하루도 빠짐없이 달렸다.
눈이 오는 날에도, 손이 시릴 만큼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에도
“오늘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유혹을 이겨내며 신발 끈을 묶었다.
이번 목표는 단 하나였다.
기록 단축.
지난 10월 하프마라톤 기록은 1시간 50분 07초.
‘50분의 벽’을 깨고 싶었다.
48분대, 아니 49분대라도 들어오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바람이 거셌다.
체감온도는 낮았지만 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조건 속에서 기록을 깨면 더 값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풀며 심박수를 올렸다.
겨울 동안 쌓아온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제 결과로 확인할 순간이었다.
출발 신호가 울렸다
새로 산 러닝화를 신고 도로를 박차고 나갔다.
초반 페이스는 안정적이었다.
몇 번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 10km 지점에 도달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나는 항상 후반에 무너졌다.
초반에 너무 힘을 쓰거나, 15km 이후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곤 했다.
그래서 이번 겨울 훈련은 철저히 ‘후반을 위한 연습’이었다.
15km를 지나도 몸은 예상보다 가벼웠다.
호흡은 거칠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18km 지점에서 뒤를 돌아보니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여기서 잡히면 안 된다.’
남은 힘을 끌어올렸다.
다리가 무겁게 느껴졌지만 멈추지 않았다.
결승선이 보이는 순간, 마지막 스퍼트를 냈다.
1시간 47분 34초.
기록을 확인하는 순간, 잠시 숨이 멎는 듯했다.
2분 30초 단축.
최고 기록이었다.
힘들다는 생각보다
“해냈다”는 감정이 먼저 밀려왔다.
겨우내 흘린 땀방울이 숫자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47세.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나이다.
2024년 7월 어느 여름날,
갑자기 뛰어보고 싶어졌다.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움직이고 싶었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첫 목표는 1km.
앱을 켜고 무작정 달렸다.
생각보다 훨씬 길었다.
1km를 겨우 채우고 돌아올 때는 걸어서 왔다.
숨은 턱까지 차올랐고 다리는 무거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분은 좋았다.
그날 이후 매일 1km를 달렸다.
1km가 익숙해지자 3km, 5km로 늘렸다.
9월, 첫 10km 대회에 출전했다.
기록은 1시간 15분.
그날의 목표는 오직 완주였다.
기록은 중요하지 않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를 바꿨다.
완주는 자신감을 만들었다.
자신감은 더 큰 도전을 불러왔다.
2025년 6월, 첫 하프마라톤.
21km는 두려운 거리였다.
10km와는 차원이 달랐다.
첫 기록의 결과는 2시간 19분.
10km 이후부터 걷고 뛰기를 반복했다.
결승선이 그렇게 멀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날 나는 깨달았다.
“나는 21km를 뛸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실 하나로 충분했다.
이후 여름 내내 연습했다.
9월과 10월, 세 번의 대회를 치르며 조금씩 기록을 줄였다.
2:19 → 2:04 → 1:59 → 1:50
기록이 줄어들 때마다
자신감은 커졌고, 러닝은 단순한 운동이 아닌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2026년 첫 대회에서
1:47을 기록했다.
마라톤은 정직하다.
연습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
달리기는 나를 속이지 않는다.
내가 흘린 시간만큼,
내가 포기하지 않은 만큼
그대로 숫자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완주가 목표였다.
이제는 기록 경신이 목표다.
욕심이 생겼다.
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나의 한계는 어디일까?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나는 나를 믿었다는 것.
그리고 매일 조금씩 쌓아왔다는 것.
내년이면 쉰이다.
늦었다고 생각했다면
이 기록은 없었을 것이다.
언제까지 달릴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달릴 수 없는 날이 오기 전까지
나는 꾸준히 달릴 것이다.
기록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제의 나를 넘기 위해.
1km에서 시작된 도전은
1시간 47분 34초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기록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선이다.
나는 아직 성장 중이다.
그리고 그 성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 아침의 작은 성공이 모여 어제보다 성장한 나를 만듭니다
# 아침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