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한다. 스스로 보이지 않는 선을 긋고, 상대가 그 선을 넘으면 밀어내며, 나 또한 그 선을 넘지 않으려 애쓴다. 다소 까다로운 성격 탓에 오해를 사기도 한다.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 쉽게 친해질 수 없는 사람. 그런 관계를 오래 유지하다 보니 내 주변에는 사람이 많지 않다. 지인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도 손에 꼽는다.
사회생활을 하며 대부분의 관계는 비즈니스로 시작해 비즈니스로 끝났다. 일이 끝나면 관계도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지금까지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는 2500명에 달하지만, 그중 95%는 과거 한때 스쳐간 인연이다. 지금도 연락을 이어가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모든 인연은 시절인연이다. 같은 시기를 지나며 관계를 맺고 정을 나누지만, 어떤 계기로든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 나는 이 사실을 남들보다 조금 일찍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연에 집착하지 않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고, 지나간 인연에 큰 미련을 두지 않았다. 어차피 시간은 흐르고, 우리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과거를 잊는다. 이직을 하면 관계가 끊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연락처는 남아 있지만, 관계는 이미 끝난 상태다. 인연은 결국 시간과 공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그래서 과거의 인연을 붙들고 추억을 곱씹기보다는 앞으로 남은 시간을 살아가는 데 더 집중하려 했다.
시절인연의 대부분은 직접적인 만남을 기반으로 한다. 어떤 목적을 위해 만나고, 그 목적이 사라지면 관계도 자연스럽게 끝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3년간 꾸준히 글을 쓰며, 자연스럽게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과 연결되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글을 통해 매일 소통하며 관계를 이어간다. 그 과정에서 ‘글’이라는 공통의 목표가 관계를 얼마나 단단하게 만드는지 체감하게 되었다.
이 관계는 비즈니스도 아니고, 학연이나 지연도 아니다. 오로지 글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연결된 순수한 관계다. 그래서인지 관계의 선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 글에는 선을 넘는다는 개념이 없다. 각자의 진심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그 진심이 서로에게 온기로 전달된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했던 관계가 ‘보이는 관계’였다면, 글로 이어진 관계는 ‘느껴지는 관계’에 가깝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쓴 글을 오래 읽다 보면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다름을 인정하게 되고, 결국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관계에서는 선을 지키려 애쓰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람을 더 알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선을 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한 발 더 다가가고 싶어진다.
글을 쓰면서 나는 변하고 있다. 성격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태도가 달라지며, 생각의 방향도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이제는 인연을 ‘지켜야 할 것’이 아니라 ‘흐르게 두어도 괜찮은 것’으로 받아들인다. 억지로 붙잡지 않아도 이어질 인연은 남고, 떠날 인연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진짜 남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글은 그 감정을 남기는 도구다. 그래서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서로의 삶 속에서 완전히 멀어지더라도, 글로 남겨진 온기는 오래도록 잔존한다.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또 하나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이지만, 가장 깊이 닿는 관계.
나는 지금 그 새로운 방식의 관계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을 거부하지 않기로 했다. 이 만남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을 쓰는 순간, 우리는 이미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의 인연은, 더 이상 스쳐 지나가는 시절이 아니라 오래 머무는 온기가 된다.
# 아침의 작은 성공이 모여 어제보다 성장한 나를 만듭니다
# 아침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