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멋진 바다

#21 이스탄불 아시아지역

by 아샘
그곳은 무려 바다였다.
마르마라해와 보스포로스 해협 그리고 골든혼을 함께 볼 수 있는 곳,
고깃배가 다니고 여객선에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커다란 화물선이 들고 나는 곳, 갈라타 다리와 갈라타 다리 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과,
갈라타 탑과 쉴레이마니예 모스크와 아야소피아 모스크와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가 배경으로 펼쳐진 이곳은,
감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였다.






카디쾨이


배를 타고 마르마라 해, 금강혼, 보스포로스 해협 한가운데로 가 본 날이다. 여행을 오기 전, 이스탄불은 올드시티와 뉴시티 그리고 아시아지역으로 나뉘어 있다고 들었다. 책에서만 읽은 유럽과 아시아를 포함한다는 이스탄불. 그제부터 오늘까지 이스탄불의 세 구역을 전체적으로 돌아다녀보기로 한 건, 이스탄불을 어렴풋이나마 눈에 익히기 위해서였다. 벌써 조금은 익숙해졌다. 오늘은 아시아지역이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는 갈라타 다리로 나뉘고, 그 다리 아래를 지나는 바다로 더 멀리 나가야 아시아지역이 나타난다.


아시아지역의 카디쾨이를 가기로 했다. 버스로 갈 수도 있지만 우리는 배를 타기로 했다. 이후에도 아시아지역에 갈 때는 배를 탔다. 아마 내가 이곳 아시아지역에 살더라도 나는 배 타기만 고집할 것 같다. 하루에 두 번 바다를 보는 기쁨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오늘 카디쾨이를 그냥 어슬렁거리기만 하기로 했다.


에미네뉘 항에는 배가 많다. '카디쾨이' 행 배가 있는 선착장을 잘 골라 가야 한다. 우리는 모르고 아무 선착장이나 들어가서 서성대다가 역무원의 안내를 다시 받았다. 혹시 여행객 중 이스탄불의 아시아지역으로 가실 분들은, 카디쾨이라는 안내판이 있는 선착장을 잘 보고 들어가시라. 카라쿄이(신시가지)에 들렀다, 카디쾨이로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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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1, 2층 모두 의자와 탁자까지 놓여있는 쾌적한 홀로 되어 있었지만, 우리는 배를 타자마자 3층 야외 갑판으로 올라가 육지에 내릴 때까지 계속 그곳에 머물며 사진을 찍어야 했다. 그곳은 무려 바다였다. 마르마라해와 보스포로스 해협 그리고 골든혼을 함께 볼 수 있는 곳, 고깃배가 다니고 여객선에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커다란 화물선이 들고 나는 곳, 갈라타 다리와 갈라타 다리 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과, 갈라타 탑과 쉴레이마니예 모스크와 아야소피아 모스크와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가 배경으로 펼쳐진 이곳은, 감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였다. 수많은 갈매기들이 머리 위에서 우리를 따라왔다. 아래층에선 은은한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내릴 때 보니 배 안에서 버스킹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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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쾨이는 최근 이스탄불에서 한국의 '홍대'로 정도로 불리는 핫한 곳이라 한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카페와 빵집이 우리를 반긴다. 동네는 예쁨 그 자체였다. 예쁜 건물, 예쁜 카페, 예쁜 돌길 그리고 예쁜 트램. 우리는 그 지역을 원처럼 한 바퀴 도는 예쁜 트램을 타고 한 바퀴 반을 돌고 다시 또 걸어서 동네를 만끽했다. 동네 만끽은 사진 찍기, 예쁜 물건들 구경하기, 맛있는 음식 사 먹기, 그리고 카페에서 멍 때리기 등이다. 아무것도 안 했지만, 다시 돌아오는 배 안에서 며칠 후 우리 집 2호를 보낸 후 남은 기간은 우리끼리 다시 오자는 다짐을 했다. 이 다짐은 이후 셋이 다시 오는 것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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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션 바자르


쉴레이마니예 모스크를 가는 길에 들렀다. 그랜드 바자르보다 좀 더 세련된 쇼핑센터 같았다. SNS에서 31번 가게 주인이 한국말 잘한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다. 근처를 지나가니 한 분이 갑자기 한국말로 들어오라고, 차 한잔 하라고, 선물하나 주겠다고 한다. 들어가 애플 차 한 잔 마시고 나왔다. 오늘 쇼핑할 건 아니고 그냥 둘러볼 거라고 미안해 하자, 아주 흔쾌하게 괜찮다면서 명함을 한 장 건넨다. 상술이긴 하겠지만, 한국말을 저렇게나 열심히 연습하고 너무나 친절한 그분에게 미안해서라도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음에 찜해 두었던 아로마 오일을 이곳에서 사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실과 정성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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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레이마니예 모스크


블루모스크,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가 공사 중이라 아쉬웠던 마음을 채워준 고마운 곳이다. 이곳은 오스만 제국 전성기 때의 쉴레이마이예 술탄을 위해 지은 모스크라고 하는데 건축가가 오스만 제국의 최고로 꼽히는 미마르 시난(1490-1588)이라고 한다. 미마르라는 단어는 최고에게 붙는 애칭이라고. 나는 문외한이지만 건축학도들에겐 유명한 분이라 한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건축물 반열에 들어 있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도시'를 예술품으로 만드는 신의 손을 가진 예술가였다나.

이 모스크는 언덕에 있어, 방문하려면 또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올라갈 가치가 몇 천배는 된다. 모스크에서 바라보는 전망 때문이다. 갈라타 탑과 그 주변의 바다와 그 건너 지역이 한눈에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배경은 황홀 그 자체다. 이 배경을 뒤로하고 찍은 사진은 인생 샷으로 길이길이 남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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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는 한 바퀴 도는 데만도 꽤나 시간이 걸렸다. 외부 모스크 담장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안마당이 나오고 모스크 본당이 보인다. 본당 아래 벽으로 손과 발을 정결하게 씻기 위한 수도꼭지와 의자가 일렬로 놓여있다. 그 위에는 옷을 걸 수 있는 옷걸이도 설치되었는데, 이 수도꼭지와 옷걸이 그리고 의자조차도 범상치 않은 디자인이었다. 모스크 뒤편으로는 묘지가 크게 자리 잡았다. 아마도 종교지도자들의 무덤들이겠다. 본당에서는 기도회가 끝나고 남은 신자들이 후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방문객은 앞으로 갈 수 없도록 금지선이 설치되어 있어 가까이 가 보지는 못했지만 모스크 내부 천장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모자이크 디자인으로 깊은 중후함을 풍겼고, 스테인드글라스와 대리석은 이와 대조적으로 절제된 듯했다. 장엄하면서 거룩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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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 제단 바로 앞에서는 20-30명의 남자들이 길게 옆으로 앉아 기도하고, 뒤편의 한쪽 좁은 발코니 안에서 여자들이 오밀조밀 앉아 기도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은 늘 불편하지만, 어찌 되었든 기도하는 동안 모두 경건하게 정성을 다해 뭔가를 갈구하는 모습은 늘 숙연하게 만든다. 마치 명상을 하듯, 고요한 기도의 시간이었다.



2022년 2월 7일, 이스탄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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