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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 아름다움의 비밀

#5 코자테페 모스크,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

by 아샘
모스크 아름다움의 비밀은 매일 청소하는 이슬람 신자들의 손안에 있는 것 같다.








알바 호텔 조식


호텔 조식의 수준 있는 메뉴와 분위기를 갖추고 있었다. 이 호텔이 조식 포함 1인당 우리나라 돈으로 5만 원 정도이니 터키에서는 꽤나 비싼 호텔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조식 시간에는 그동안 구경도 못했던 서양인들이 대다수였다. 여행을 오던가, 출장을 오던가 그런 사람들이겠지. 그들처럼 나도 능숙한 척 조식 뷔페를 만끽하는 호사를 누렸다. 전날 폭설 속 두려움에 떨던 차박에 대한 보상이었다.



코자테페 모스크


호텔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모스크라서 아침식사 후 산책으로 다녀왔다. 이 모스크는 특이하게 정면 1층이 슈퍼였다. 모르고 슈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옆에 나 있는 계단을 올라가니 모스크가 있는 2층이 나온다. 알고 보니 우리가 들어간 곳은 지대가 낮아 지하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고, 2층으로 올라가서 보이는 모스크 마당이 1층이라고 보아야 마땅할 것 같다.


신발을 벗고, 나는 스카프를 머리에 둘렀다. 최소한의 예의가 필요한 곳이니까. 늘 받는 감동을 또 받을 준비를 하면서 내부로 들어갔다. 이상하게도 이슬람 글자와 꽃장식 바둑판 모양, 벌집 모양의 기하학적 무늬가 끌리고 거기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스페인 알함브라와 인디아 타지마할에서 이미 받은 감동 때문일 것이다.


내 기대를 버리지 않고 모스크는 이슬람을 상징하는 무늬와 화려한 샹들리에로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그저, 품고 있었다는 표현이 맞다. 발산하지 않고 담고 있는 자태 말이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돌아보며 사진을 찍었고, 대 여섯 분이 청소하는 중이었다.


청소기를 옆에 두고 쉬는 분이 계셨고, 유리창을 닦는 청년과 청소상태를 점검하는 듯한 분이 서로 대화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모스크의 아름다움은 바로 이렇게 매일 청소하는 이슬람 신자들 때문인 것 같다. 성상도 그림도 테이블이나 의자도 없는 그저 빈 공간. 바닥에는 카펫만 깔려있을 뿐인 이 공간은 하지만 청소하는 분들의 신심과 성실로 꽉 찬 느낌이다. 이제 기도시간이면 이곳에서 무릎 꿇고 메카를 향해 엎드려 겸손한 인간을 표현하겠지. 그 순간 이 공간은 아름다움과 기도와 신심이 어우러져 웅장한 떨림을 가득 채우게 되겠지....






아나톨리아 문명박물관


걸어서 30-40분 정도 걸렸다. 여행은 걷기 운동의 최적임을 경험하기로 하고, 걸었다. 지하철과 버스들 그리고 신호를 잘 지키지 않는 바쁜 터키인들 사이를 걷는다. 앙카라 대학이 보였다. 코로나 영향인지 출입이 제한되었다. 대학을 오른쪽으로 끼고 좁은 오르막을 따라 걸으니 앙카라 대학병원이 나왔다. 건너편 언덕을 따라 또 좁은 골목을 오르니 박물관 표지판이 나타났다.


튀르키예 박물관 패스 15일권을 끊었다. 무려 600리라. 한국돈으로 50,000원이 넘는다. 좀 비싸긴 해도 이 선택은 매우 탁월했다. 튀르키예 대륙에 널리고 널린 로마와 오스만 문명을 충분히 만끽했으니 말이다.


문명박물관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독일의 베를린 박물관 등과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작은 규모였다. 1층과 지하층으로 구성되었고, 1층에 아나톨리아 지역의 히타이트 문명을 상징하는 유물들이 지하에는 로마, 그리스 문명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되었다. 하지만 이 작은 공간에서 나는 고대인들의 뛰어난 감각과 기술 그리고 그들의 화려하고 다양한 삶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기원전 2500년 전 청동으로 만든 선 디스크는 현재 앙카라 거리의 상징이 되었고, 기원전 3000년전 만든 금장식과 외피를 두른 가녀린 여인상은 당시 여인들의 유행을 짐작하게 해 주었고, 사람 모양을 본뜬 항아리는 웃음이 절로 나왔고, 이미 수메르인 문자를 통역하며 무역을 했다는 기록과 사용되었던 인장을 보며 인간은 소통하는 종이라는 진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고, 특히 이집트 왕비와 히타이트 왕비가 서로 교류한 편지를 보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국가 간 교류의 예는 비슷했고, 히타이트 전사는 용감한 근육질을 갖추었고, 머리부터 손끝까지 완벽하게 장식물로 가득 채운 여성 앞에서 미를 표현하는 도구는 지금의 인류가 그때의 여인들에게 물려받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 박물관은 1997년에 유럽박물관상을 받았다고 한다.


앙카라 성벽


앙카라를 360도로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같았다. 성벽의 정문을 지나면 아기자기하고 정감있는 기념품점과 레스토랑 및 카페들이 즐비하고 호텔과 작은 광장까지 갖춘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 꼭대기까지 오르는 길이 지루하지 않았다.


울루 지역


숙소에서 이곳 문명박물관까지 걸어온 길이 강남이나 광화문 같은 거리였다면, 문명박물관 뒤편으로 돌아내려가는 길과 연결된 울루 지역은 마치 남대문시장 같았다. 시장통을 지나갔다. 옛날 우리네 시장과 똑같이 북적거리고 상인들은 소리를 지르며 물건을 팔았다. 생동감 넘치는 거리였다.


저녁식사

저녁식사는 구글에서 소개한 곳을 가보기로 했다. 장소는 'Tarihi Mutfak Lokantası'. 숙소에서 3분 거리다. 대만족이다. 130리라로 2인 풀코스 요리를 맛보았다. 식당 분위기도 우아했고, 직원들은 차려입었고, 따뜻했고, 서비스는 친절했고, 맛도 최고였다.






튀르키예 사람들은,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닌다. 아직, HES검사를 하는 곳은 없었지만, 실내에 들어갈 때는 마스크를 점검하는 사람들이 있고, 튀르키예인은 거기에 잘 따른다. 식당에 가면 세정제가 기본으로 놓여있고, 식당을 나올 때 손에 세정제를 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앙카라에서는 호텔이나 박물관 직원 정도가 아니면 대부분 영어를 힘들어한다. 간단한 튀르키예어는 식당에서 주로 필요한데, 나는 '멜하바'와 '네카다르'와 손으로 '좋아요' 정도를 표현하고, 메뉴는 그림을 보고 주문한다. 하지만, 영어로 말해도 대충 알아듣는지 아니면 표정으로 알아듣는지 소통이 잘 된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을 추천받았고, 사진도 찍어달라고 할 수 있었고, 맛있었다고 엄지 손가락을 들면 좋아한다.



어디로 갈 것인가?


일정을 세팅하지 않은 우리는,

폭설의 지옥을 경험한 우리는,

다음 일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일정에 영향을 끼치는 최고의 '적'은 눈이었다.


카파도키아는 2일 뒤부터 일주일 내내 눈이 온다는 날씨예보가 계속이다. 포기하기로 했다. 그냥, 코니아로 가자. 사실 코니아에서도 2일 뒤부터는 눈이 온다고 해서, 바로 이동을 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다. 일단, 코니아를 건너뛰더라도 코니아를 거쳐야 남쪽으로라도 이동이 가능하기에 일단 코니아로 가야 했다.


삶도 마찬가지겠지.

힘들면 일단 후퇴하고 돌아가야겠지.

어떻게든 살아남는 게 우선이겠지.

아쉽지만 일단은 안전이 중요하겠지.




2022년 1월 20일, 앙카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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