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6_작심 6일째_동행
같이 먹기
아침 7시 알람 소리에도 일어나지 못했다. 벌떡 일어나지 못하면 오늘 아침 조깅은 물 건너간다. 작은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학원 가기 전 식사를 하고 가야 하기에, 무 국을 끓여야 한다는 합리화로 아침 달리기를 포기했다. 그래도 점심에 네이버 지도로 29분 도보 거리에 있는 식당을 동료와 20분에 주파하고 되돌아오면서 나름 위안을 삼았다. 오늘 그래도 걸었다. 누군가 같이 달릴 사람이 있다면 꾸준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퇴근 전 친한 후배가 잠시 일을 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 살고 있기에 퇴근하는 길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밤 10시에 만나서 호수 한 바퀴를 같이 걷기로 했다. 남편과 가볍게 현미, 보리, 귀리가 잔뜩 들어간 밥을 먹은 후에 말이다.
같이 걷기
밤 10시가 되어 두 워킹맘은 달밤 걷기를 시작했다. 그를 이 회사에 처음 입사할 때부터 알고 지냈으니 족히 20년을 동료로 지내왔다. 가로등 밑에 비친 그의 얼굴은 무척 기운이 없어 보였다. 성격이 침착했지만 세상 모두 귀찮은 듯 걸으면서도 별로 말도 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어색해져 내가 계속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회사 돌아가는 이야기부터 남편, 아이들, 건강으로 주제를 옮기다 결국 다시 회사 상사 이야기로 막을 내렸다. 아무 대꾸도 하지 않은 그는 분명 번아웃이었다. 의사가 아니더라도 내릴 수 있는 진단이었다. 2달 전 내 모습이기도 했기에 말이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자료와 취합 업무를 수행하면서 머릿속, 몸의 혈관이 온통 마비됨을 느꼈다. 자꾸 잊어버리고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난생 치매 검사를 받아보기 까지 했다.
같이 살기
주말 부부라 주중에 아이들과 가사, 업무를 챙기는 노비 3인분의 역할을 하다 보면 번아웃이 오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특히 업무강도가 센 회사라 더 심하다. 2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월화수목금금금 7시 출근 12시 퇴근을 하고 난 다음날 일어났더니 눈물이 그냥 흘러나왔다. 내가 무얼 하고 있나,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하는 현타가 드는 시점이다. 쓰러지면 내 가족만 손해라는 생각에 업무를 덜어달라고 상사에게 요청했다. 말하는 과정 중에도 눈물이 계속 나왔다. 분명 호르몬의 이상 반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다니면서 쓰러지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그렇게 되기 전에 알아서 욕심을 버리거나, 욕심 많은 상사로부터 요령껏 벗어나야 한다. 식구들, 동료들 같이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회사를 다니는 이유다. 가끔 왜 일하는지 목적을 잊으면 안 된다. 같이 살기 위해서다. 내가 이렇게 그와 걷고 뛰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