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6_작심 16일째_공원과 철인 3종 경기
7시가 너머서도 호수를 한 바퀴 돌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하다. 원래 이곳은 논바닥이었다. 10년 전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고 현장답사를 왔을 때 입지를 찾을 수 없었다. 분명 호수 옆 아파트라고 했는데, 호수는 커녕 도랑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파트가 완공되었을 때 천지가 개벽을 했는지 없던 호수가 덩그란히 눈앞에 보였다. 호수가 있어 떼쓰는 아이들을 어린이집 데려다 주기 바빠 호수는 병풍에 불과했건만 지금 이렇게 아침에 호수를 뛰는 건 최고의 사치다. 주변 나무를 데칼코마니 해 놓은 풍경 좋은 호숫가를 뛰는 것도 그렇고 그럴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도 그렇다. 그동안 아이들은 중학생이 되어 혼자 아침을 먹고 학교에 등교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공원 용지에 아파트를 더 지었으면 건설사의 수익이 더 남았을 경제적 논리가 분명 있었을 텐데 도시의 중앙에 쉼 공간을 조성한 것은 잘한 일이다. 고층 빌딩의 숲 뉴욕도 한가운데 센트럴 파크가 있기에 그나마 고층 빌딩 커뮤니티가 유지될 수 있는 듯 보였다. 몇 개의 호수를 지닌 규모도 어마어마 하지만 그 안에서 남 눈치 보지 않고 일광욕을 하는 모습과 유유자적 물가를 거니는 오리가 공원의 주인인 듯했다. 오늘 아침 호수 공원에도 새 하얀 학 두 마리가 호수를 거닐며 먹이를 찾고 있다. 사람을 무시하 듯 고개를 뻣뻣이 쳐들고 있지만 인기척이라도 나면 금방 날아가 버린다.
벌써 4킬로를 매일 같이 돈 지 보름이 지났다. 매일 이렇게 아침에 호숫가를 뛰고 퇴근 후 수영장을 다니고 주말에 테니스 대신 앞으로 자전거를 탄다면 나도 철인 3종 경기에 참여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해 보았다.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 내가 퇴직 전 할 일이다라고 결심을 했다. 당분간 쉽게 퇴직 생각을 하지 못할 것 같다. 아니 자전거부터 먼저 마련해야겠다. 일단 뛸 수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