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1_기분 좋게 하는 것들_운동, 음주, 그리고 쇼핑
850미터 수영 23분
회의가 종료된 지 두 시간이 지났지만 머리로 모여 있던 피가 아직 고여 있는 것 같았다. 어깨는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다. 겉으로 별일 아닌 척했지만 무척 긴장을 했나 보다. 회사를 운영하는 최고위 간부들을 모아놓고 워크숍을 마련했는데 신경이 여간 쓰인 것이 아니었다. 참석도 역대급이어서 식사, 자료, 서명부 등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이 여간 쓰이지 않았다. 다행히 아무 일 없이 잘 끝났다. 수백 명의 사람이 참석했지만 질서 정연하게 잘 마무리되었다.
회의 총괄을 하면서 회의시간 내내 맨 앞에서 참석자들을 마주 보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안경 위로 하얀 눈이 드문 드문 내렸다. 사람들의 인생이 눈에 들어온다. 평생 동안 한눈팔지 않고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 달려온 사람들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었지만 행복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이 중 드문 드문 보이는 여성 임원의 수는 7-8퍼센트에 불과했다. 현재 내 위치와 미래를 냉철히 생각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회의 중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다 보니 금세 한 시간 반이 지나갔다. 뒷정리를 하고 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가볍게 했다. 하지만 경직되었던 몸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옥상에 올라가 바람도 쐬어보고 잘 가지 않는 휴게실안마의자에 가서 앉아있었지만 쉽사리 몸이 풀리지 않았다. 상사는 일찍 퇴근하라고 했지만 퇴근 시간이 다 되어 퇴근을 했다. 곧장 수영장으로 향했다. 30분 동안 정신없이 팔을 돌려댔다. 스트레스가 심한 날은 노 젓는 속도가 빨라진다. 돌아오는 길에 병맥주 한 병을 사가지고 들어왔다. 일을 잘 끝내고 맥주 한 잔이 기분 좋게 들어간다. 평소 사고 싶었던 테니스 상의 하의까지 구입했다. 운동과 음주, 쇼핑을 동시에 했다. 기분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