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_욕심이 많을 때
10킬로미터 달리기 1시간 48초 이내?
13회 20240518토 나윤정 21:44
욕심이 많을 때
공식 기록이 도착하지 않았다. 철강마라톤대회 골인 지점에는 정확하게 1시간 48초라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넘어졌다. 양 손바닥과 두 무릎에 상처가 났다. 레깅스에는 구멍이 나고, 7부 레깅스 아래 정강이 부분은 심하게 긁혔다. 욕심이었다. 골인 지점에 도달하기 50미터 지점 내 눈에는 1시간 숫자만 보였다. 설마 1시간 밖에 안 되었다고? 초여름 날씨를 보인 오늘, 어렵사리 뛰어서 기록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록이 좋았다. 뛰는 동안 기록을 잘 내고자 하는 마음과 욕심을 버리고 완주하자는 두 마음이 뛰는 내내 대립했다. 잘하면 그토록 원하던 시간 내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그 생각이 든 순간 벤 존슨 저리 가라 전력질주를 했다. 앞에 가던 남성을 제치고 결승문을 통과했지만 급정거에 그만 넘어졌다. 관성의 법칙이라고 배우지 않았던가? 아니 시력이 아직 좋았던 게다.
엎어지자마자 일어선 나에게 10킬로미터 메달이 주어졌다. 당장 나는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다들 자기 업무를 충실히 하기에 바빴다. 의무실 천막에서도 멀쩡히 걸어 들어오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내가 의자를 가져다 다리를 올려놓고 치료를 요청했다. 곧이어 숨이 멎을 것 같다는 여성이 들것에 실려 들어왔다.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은 상처 난 내 다리를 휴대폰에 담았다. 분명히 저 사람은 치료 실적으로 잡을 테지... 치료를 받고 고맙다는 말 한디를 남기고 오는데 간식 쿠폰을 준다. 상처 난 다리를 이끌고 회오리 감자와 아메리카노 아이스를 들고 우리 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완전 코미디였다. 부상은 안중에도 없고 먹어야 한다며 간식을 챙겨 오는 나, 내 상처를 찍어대는 의무실 직원, 부상당한 나에게 메달을 주는 아르바이트 직원 등 정나미 없어 보인다.
그래도 부상당한 나를 보고 놀라는 직원들, 나를 집까지 태워다 준 직원 가족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아무 쓸모도 없는 기록에 욕심을 부리다가 주말 내내 집에 있게 생겼다. 그래도 이만하면 다행이다. 꿈자리가 안 좋더니 조심해야겠다. 그래도 기분 좋게 마라톤 대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물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집안일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고무장갑을 끼고 샤워를 하고, 강아지 털이 가득한 집안을 물걸레질한 후 세탁기까지 돌렸다. 하루가 금방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