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7_달리기 하다 졸리면
16킬로미터 2:08:19
다가오는 일요일에 하프 마라톤 대회가 있다. 하프 마라톤 공식 기록을 얻는 것이 올해 목표이다. 그런데 거의 한 달 반 동안 감기인 지 폐렴인 지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한 기침과 그로 인한 무기력함으로 거의 달리지 못했다. 우연히 알게 된 산초유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들기름을 먹었더니 기침이 멎기 시작했다. 산초유는 너무 비싸서 집에 있던 들기름을 시험 삼아 먹었는데 약효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 가볍게 뛰기로 했다. 매번 호수 공원을 여러 바퀴 돌며 21킬로미터를 채웠다면 오늘은 발길 닿는 대로 뛰어보기로 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이 예쁘고 모퉁이를 돌아서면 펼쳐질 풍경에 대한 호기심으로 계속 뛰다 보니 9킬로미터까지 뛰어 강변 옆 할리스 커피점까지 뛰었다. 이미 알아버린 풍경에 식상했는지 발걸음은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오르막을 오르는 순간 남아있는 기운을 모두 소진해 버렸다. 더군다나 10도씨 쌀쌀한 날씨에 반 팔에 7부 레깅스를 입고 나갔으나 전력을 다하지 않은 관계로 땀은 나지 않고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급기야 정신이 멍하고 졸리기 시작했다. 팔을 몸통과 밀착해 바람을 그냥 맞닥뜨리지 않게 했다. 비록 셔츠 구멍으로 바람이 들어올 망정이라도 말이다.
졸려서 더 이상 뛸 수가 없었다. 버스 정류장 벤치에 잠시 앉아 눈을 감았다. 갑자기 플란더즈의 개 네로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이대로 있으면 죽을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른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스마트워치에 되는 기능이라고는 운동량을 측정하는 것이었다. 전화라도 되거나 애플페이라도 깔아 놓았더라면 당장 버스라도 타고 갔을 것이다. 몸이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프를 당장 뛰려고 한 것은 무리였다. 집에 돌아가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낮잠을 자고 나니 살 것 같았다. 다행히 멎어가던 기침이 다시 재발하지는 않았다. 무엇이든 지 무리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