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5종 함께 하실래요?

by 나태리

달리기를 30개월 하면 생기는 변화


오늘 같이 바람 부는 가을밤, 달릴 수 있다는 것 만으로 행복했다. 아침엔 촉촉한 가을비가 살갗을 슬며시 적시더니 밤에는 가을바람이 가볍게 맴돈다. 달리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감촉을 느끼지 못하고 이 가을을 그냥 보낼 뻔했다. 지난 한글 런때 11킬로미터를 뛰고 난 후 몸이 무척 가벼워졌다. 발걸음이 더욱 그렇다. 스카이 콩콩에 단 스프링을 신발에 단 듯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30개월 전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내 삶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몸무게는 빠지지 않았지만 체형에 변화가 생겨 크롭 재킷을 과감히 입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긴 재킷을 선호했었다. 군더더기 살이 떨어져 나간 만큼 자신감이 생겼다. 전에 입지 않던 스커트를 입기 시작했다. 옷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젊었을 때 시도해보지 않았던 유형의 옷들을 시도해 보기 시작했다.


젊지도 않은데 체력이 강해져서 새벽 4시까지 밤을 새도 거뜬했다. 지하철 계단을 뛰어다녀도 숨이 차지 않았다. 2주 연속되는 야근에도 견딜 수 있었고 벌써 100일째 주말 없이 일하고 있는데 버티고 있다. 다 달리기를 해서 축적해 놓은 체력을 빼서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물론 육체적인 체력은 물론 정신력도 강해졌다. 스트레스에 민감하지 않고 빠지지 않고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할 수 있다. 달리기를 해서 가장 큰 이점이라 생각한다.


부가적으로 달리기를 하면서 사람들을 사귀게 되었다. 동호회를 조직하여 40여 명 직원들과 매달 달리기 인증을 하고 있다. 목표가 있고 보는 이들이 있어 꾸준히 운동을 지속하는 힘이 생겼다. 업무를 할 때 달리기 인맥을 활용하기도 하고 직장 상사와 할 말이 없을 경우 달리기 관련 스몰 토크를 자주 하곤 한다. 나 역시 말의 소재가 떨어졌을 때는 달리기로 화제를 돌린다.


끝으로 마음대로 먹을 수가 있다. 내 나이에는 당뇨로 먹을 양과 종류를 제한할 수밖에 없는데, 달리기로 열량을 배출한 만큼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달리기를 하지만 살을 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내가 달리기를 하는 과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은 빨리 달리지는 못하지만 50년 후 나는 최고령으로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한 기네스북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달리기는 살아있는 한 지속해 나갈 수밖에 없다. 안 하는 순간 몸이 굳어지고 맛있는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30개월 동안 달리기를 한 효능이 이렇게 많은데 50개월, 100개월 할 경우 그 효능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서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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