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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하루한끼
Aug 23. 2024
큰바위얼굴
세번째 선물
나는 못생겼다.
아니 그렇게 못생긴 건 아닌데 못생겼다.(?)
타고난 얼굴이 넙데데하고 큰 데다 얼굴살이 비정상적으로 많다.
가끔 나랑 비슷한 스타일의 사람들을 보면 몸은 날씬해도 얼굴 살이 많아서
절대 날씬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
얼굴살뿐만이 아니다.
인상이 어둡다.
작년 면접 보러 갔을 때 나이 지긋한 면접관이 하는 말..
인생의 굴곡이 얼굴에 드러나 보인다며
순탄한 삶을 살아오진 않았겠다는 말까지 들었다.
눈가에 주름은 없는데
눈 밑에 팔자주름이 길게 드리워져있다.
뿔테 안경으로 가리긴 해도 다 가릴 순 없다.
번뜩이는 눈빛으로 나를 꿰뚫어 보는 듯한 면접관이
남편이 뭐 하냐는 질문을 했다.
반사적으로.. 나는 전남편이 다니던 직장을 얘기해 버렸다.
이혼했고 아이 둘을 키우는 싱글맘이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자기 말이 맞다고 그거 봐라고 하는 모습이 보기 싫어서?
아님 알랑한 자존심 때문에?
면접관은 나의 대답에 흐뭇한 표정으로 쳐다보았고
(전남편의 직장과 직책이 흡족했던 것 같다.)
결국 난 그곳에 최종합격을 했다.
그러나 가지 않았다.
오히려 거짓말한 것에 대해 자책하며 한동안 힘들었다.
나는 거울을 잘 보지 못한다.
거울 보는 걸 싫어한다.
미용실에서 정면으로 나를 바라보는 걸 제일 싫어한다.
시력이 안 좋아 흐리게 보이는 게 다행이라 여기곤 했다.
거울 속의 나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더 나은 모습이어야 했다.
스스로를 열등하다고 여긴다.
내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외모는 내 인생 전반에 걸친 콤플레스이며
그로 인한 경험들은 트라우마로 깊게 자리 잡혀 있다.
외모뿐 아니라
나의 인상은 대체로 어둡고 굳어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쉽게 다가오지 못한다.
드물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자는 자신 외에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 없는 사람이거나
후자는 내가 별볼 일 없어
보이기
때문인 듯하다.
후자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자신이 더 낫다는 우월감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이후에 내가 더 잘 풀리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면 멀어지곤 했다.
친분을 쌓아왔던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일까?
속내를 들여다보는 건
잔인한 것이었다.
이런 열등감과 자격지심은 내 삶에 전반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공부를 잘해도, 일을 잘해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다 나를 싫어할 거야 라는 마음에서 인간관계를 시작하다 보니
정상적이고 건강한 관계를 맺기가 어려웠다.
무기력과 우울의 근원적인 이유이기도 했지만
벗어나려고 크게 애쓰지도 않았다.
젊은 날에는 잘난 애들 아빠 뒤에 숨어 지냈다.
지금은 인물이 좋은 아이들 뒤에 숨어있는 것 같다.
어쩌면 내 삶을 반쯤은 포기한 거 같다.
나머지 반은 아이들 엄마라는 역할에 모든 걸 쏟아붓고 있을 뿐이다.
그 쓸모가 다하고 나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막막하고 두렵기만 하다.
지금이라도 살도 빼고 건강도 찾고 외모를 꾸미면 나아질까?
그러면 내 인생은 달라질까?
의욕이나 의지를 불태우기엔
하루하루가 버티기가 어렵고 힘들 때가 많다.
어제는 20명 넘는 동기 회식이 있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너무나도 공허하고 허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면서 내 것도 하나 샀다.
샤워를 하고 소파에 앉아 달콤한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으며
그날 하루의 일을 잊으려 했다.
그렇게 지친하루를 위로하며 살아간다.
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저 하루하루가 정신적으로 쉽지 않은 삶을 살면서
수십 년 익숙해져 버린 일상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더 늦기 전에 바람이 있다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스스로에게 지속적으로 가하는 학대가 멈췄으면 좋겠다.
나를 내가 아끼고 보듬어주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지친 하루,
피로에 절여 눈이 저절로 감기는 그 순간에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래. 방법을 찾아보자.
아직 내 인생은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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