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안 괜찮아
앞으로도 가끔 그런 날이 있을 거야
괜찮은 줄 알았다.
극복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강하고 단단하다고
현명하고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다.
나 자신에 대한 잣대가 너무 높아서
마음이 따라가지 못할 때는 스스로 질책하기도 했고
부족한 걸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되었을 때는
무기력과 깊은 우울증이 찾아왔다.
부끄럽지만 여전히 애들 아빠가 그립다.
어떤 감정일까?
헤어질 무렵 잔인하게 서로를 공격했을 때
이미 남녀의 감정이라거나 "사랑"의 감정은 산산이 부서졌다.
다시 한번 모욕적이고 치욕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박차고 나갈 것이다.
그런데도 이 그리움은 어떤 것일까?
그리움이 아닌 동경의 감정일까?
살면서 유일하게 의지했던 대상..
아이들 아빠, 단란한 가정...
그냥 그런 가정에 대한 동경,
그 바람이 그리움으로 둔갑하는 것 같다.
그런 마음이 드는 날이면 마음이 시리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나름 노력하며 살았는데
그럼에도 달라지지 않는 상황이 오면 무기력해진다.
생각하기 싫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고
미드나 영화도 많이 보고
뇌를 정지시키려고 애썼다.
도망갈수록 늪에 빠진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현재 주어진 것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는 스스로가 한심하다.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도
혼자이길 원하지만 혼자서 잘 지내지 못하는 것도
억지로 억지로 직장과 엄마 역할만 하고
그 외의 것은 다 놓아버린 삶
겉으론 평화롭지만
내 안은 위기의 상황이다.
대안을 찾으려 온갖 생각들로 머리가 분주하다.
그럴 땐 억지로 잠을 많이 잔다.
새벽에 눈을 떴는데 기분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수능을 앞둔 딸
감기로 컨디션이 안 좋은 아들
티 내지 않으려 억지로 기운을 끌어올렸다.
아침 출근길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고
도시락 싸고 재활용품 정리하고
뛰어서 버스에 올라
필요한 식재료를 온라인몰 장바구니 담아놓고
쿠폰을 끌어모아 결제까지 완료했다.
오늘 하루 잘 보내자.
순간이 모여 시간이 되고
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가 모여 세월이 된다.
순간마다 충실하자.
지나간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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