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시절, 한 친구가 적극적으로 주도하여 넷이서 계모임을 했다.
맛집도 다니고 번화가를 누비기도 하고 여행도 가고
남친이 생기면 소개도 하고 친하게 지내기도 했고
서로 결혼, 아이들 돌잔치까지 챙겨주던 친구들이었다.
모임을 주도하던 친구가 결혼이후 너무 바빠지고
다른 친구들도 아이들 키우느라 직장 다니느라 한창 바빠서
10년 넘게 만나질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갑자기 한 친구가 보자고 했고
때마침 친구 하나가 이번에 큰 평수로 이사를 했다고 해서 집들이 겸 모이게 되었다.
여전히 그대로인 친구들,
어제 본 것처럼 친숙했다.
저마다 사는 이야기 하고 아이들 얘기가 대부분,
입시를 앞둔 나와 한 친구,
그리고 결혼이 늦어 아직은 꼬맹이 키우는 친구
아이는 없지만 학교에서 일을 오래해서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친구
그렇게 몇시간이나 떠들어도 얘기가 그칠 줄 몰랐다.
그러다 한 친구가 나에게 애들아빠 잘 지내냐고 물었다.
연애하는 내내 계모임 친구들과도 친구처럼 잘 지냈기에
안부 겸 물어보는 것이었는데 거짓말 하기 싫어서 사실대로 얘기했다.
수많은 고통과 변화의 시간들을
단 몇마디 말로 줄여 간단하게 얘기했다.
20대를 함께 보낸 친구들이기에,
애들아빠가 그랬다는 말을 듣고 믿기지 않다는 듯
뭐? 정말? 진짜? 설마??? 그런 반응이었고
그래도 20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해온 터라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힘들었겠다, 그래도 잘했다.
대체적인 반응은 그랬다.
친구들 앞에서 위축되지도 않았고
날 어찌 보든 크게 상관도 없었다.
한창 힘든 시기에 친구들에게 하소연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속내를 털어놓을수록 상대방 반응에 예민해지고 상처받기도 쉽다는 걸,
가끔은 나 스스로가 사람들에게 매정하다 싶을 정도로 거리를 두는데
이것 역시 나를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선을 그어버리는 듯하다.
나에게 주어진 자극이나 반응들을 이성적으로 분석해서 받아들이고
감정을 최대한 분리해버리는 방식으로 관계를 정리해나간다.
매번 로보트처럼 그리 되는 건 아니다.
말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의지할 때도 있고
그 반응에 마음이 움직이거나 예민해질 때도 있다.
그럴 땐 또 불안해지곤 하는데
혼자서 또시간을 오래 보내다보면 다시 복구되어 안정을 찾곤 한다.
소통이 필요하지만
상처받고 싶지 않고 끌려다니고 싶지 않다보니
글을 쓰게 되고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위로받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지난 한달간,
교육받느라 새로운 사람들을 너무나도 많이 만났다.
나에게 너무나 많은 자극이 있어 버거웠던 것 같다.
교육이 끝나고나서는 갑자기 10년만에 친구들을 만나고
직장동료들이 연락이 와서 또 만나고 절친을 만나는 등
계속 약속의 연속이라 방전(?)이 오기도 했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즐겁고 편안해야하는데
예전같지 않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달라진 내 상황 때문일까?
변해버린 성격 탓일까?
아직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만, 한창 고통스러울 때 사람들이 모두 이기적이고 부정적으로 느껴졌는데
다행히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 많다는 걸 안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려 애쓰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거
아직은,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그런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10년만에 만난 친구들을 언제 또 볼지 모르겠다.
마음을 터놓고 지내지 않는 사이라면
굳이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지만
언젠가?? 외로움에 힘겨워지는 어느날을 위해서
조금씩 인연을 저축해두는 마음으로..
누군가 모이자고 하면 참석해서
그 날 만큼은 또 즐거운 시간 보내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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