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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한끼 Oct 20. 2024

멈출 수 없다. 가야 한다.

그렇다면.. 어른답게, 나답게, 현명하게..

저녁으로 감자크로켓, 떡볶이, 주먹밥을 요리해서 아이들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일주일 내 먹을 간식을 주문했다.

내일 입고 갈 아들 교복과 내 블라우스를 챙겨놓고 주말을 정리 중이다.


벌이가 많지는 않지만 양육비와 보태서 생활비와 학원비를 부담하고도

아이들 몫으로 매월 정기저축을 빠짐없이 해오고 있다.


부자는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불안이 많은 내가.. 경제적으로 불안하지 않다는 건 그 증거이다.


직장생활도 업무적으로는 많이 적응이 되었다.

내년에 또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될지라도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것들은 초심의 바람대로 이루어졌다.


몇 년 전, 일상을 살아가게 해달라고 그토록 간절히 기도를 했다.

돌이켜보면, 현재 그 기도가 이뤄진 셈이다.


그런데도 한동안 기분이 다운이 되고 우울함에 주체할 수 없었다.

초이성적인 힘을 발휘할 에너지도 없고 그저 슬프고 무기력하기만 했었다.


왜 나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난 걸까?

왜 내가 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만 할까?


그런 의문이 마음속 깊이 파고들어 와 마음을 후벼 팠다.

고통스러웠고 아팠다.


지난 금요일 교육조원들과 회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장소가 집에서 2코스 정도 거리라 소화도 시킬 겸 걸었다.

그러다 갑자기 비가 무섭게 퍼붓기 시작했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었고 거기다 천둥 번개가 연달아 내리치기 시작했다.

빨리 집에 도착하고 싶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집에 와서 젖은 옷을 벗고 샤워를 한 뒤에야 평온을 찾았다.

하지만 그 편안함의 시간은 오래가지 못하고 또 걱정들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그날... 최근 들어 날 우울감 속에 몰어넣은 범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건, 점점 확장되어 가는 욕심, 완벽주의적인 성향 탓이라는 것을..

초심을 잃어버린 지 꽤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인간관계 속에서 "이혼"의 상황 때문에 어려움이 부딪혔을 때

심각한 절망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사람들과 잘 지내고 소통하며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그들이 나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서로 위로하면서 

"좋은 사람"이라고 자아상을 갖게 되고 욕심이 났던 것도 같다.

그러던 중 친한 동료가 어떤 한 직장동료를 겨냥하며

이혼한 싱글맘인 것 같다며 험담을 하는 걸 묵묵히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슬며시 뒤로 물러나 혼자서 벽을 쳤다.


아마 그 무렵부터였을까?


어렵게 만들어놓은 내 세계에 크랙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잘 막아놓은 감정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그 우울감은 3주 교육동안에도 내내 영향을 미쳤다.

가면을 쓰고 티 안 내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멈칫거리고 위축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 날은 집에 오는 길이 내내 허탈했다.

약해진 틈을 타서 온갖 잡생각들이 날 괴롭혔다.


실컷 앓고 나서야 원인을 찾게 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모든 인간관계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게 대하되

굳이 관계를 이어갈 욕심도, 날 이해해 줄 거란 기대도 모두 거두고

오로지 나 자신과 아이들만 생각하면서

조금은 더 단순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한동안 멀리했던 책과 글을 다시 찾고

새로운 공부를 뭐 할지 구상도 해보면서

나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며 살아가자고


나는 현재 가장이고 아이들에게는 흔들림 없는 나무여야 한다.

아이들이 나를 보고 자란다.

아프다고 마음대로 아플 수 있는 처지가 못된다.


이제 교육이 일주일 남았다.

멈출 수 없다. 가야 한다. 그렇다면..

어른답게, 나답게, 현명하게, 걸어가야지.

관계가 이어지지 않아도

그 길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과 짧지만 좋은 기억만으로도

온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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