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한끼 Sep 29. 2024

사는 것이 숙제 같다.

꿈꾸는 내 인생

살아가는 것이 숙제 같은 날이 있다.

일을 하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물건을 구입하거나

여행을 가는 것도


잠을 자는 것 이외에는

모든 것이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예산을 세우고 계획을 짜고 고민을 하게 되고

 모든 것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모두 놓아버리고 싶다.


유독 그렇게 힘든 날이 있다.



올해 임용되어

그동안은 다양한 연령대 동기모임을 했었는데

어제 40대 동기들만  따로 모임을 했다.


비슷한 연령대라

공감 가는 일들이 많을 거 같았는데

예상과 많이 달랐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누구나 살아온 날들이 많아 생각이 고착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어렵고 힘든 속내를 비치지 않고 판단하려고만 들고 서로에게 관심이 없거나 수용적이지 못했다. 중간에  자주  말이 끊기고 대화가 이어나가지 못해 정적이 자주 생겨 틈을 메우느라 쓸데없는 말들을 많이 했다.

다들 경단녀로 오래 지낸 분들이라 자기 방어적인 편이기도 했다.


나름 그 긴장감을 허물어보려고 내내 애썼으나

오히려 나만 푼수처럼 우스운 꼴이 되어버렸다.


 왜 모임을 가졌을까 후회를 했다.


소통이 안되고 공감이 어려우면 인간관계는 그저 스트레스일 뿐이다.



집으로 가는 길에, 그냥 마음을 내려놨다.

앞으로 업무적으로만 대해야지 뭐.

다들.. 그러는데 내가 뭘 어쩌겠어. 그런 마음이 들었다.



젊은 시절에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참 많이도 애썼던 거 같다. 노력하면 상대방이 바뀔 거라 믿었다.  10년만 젊었더라면 나는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앞에는 해야 할 일이 많이 쌓여있다.

 맞지 않는 사람들까지 애쓸 여력이 없다.


큰아이 컨디션도 살펴봐야 하고 대학고민도 해야 한다.

매달 가계부와 금전적인 계획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곧 정시특강비가 지출될 예정이므로)


둘째, 수학공부도 봐줘야 한다.

학원을 안 가겠다고 버팅겨서 시험대비로 나랑 하는데 덕분에 나도 수학공부를 해야 해서 시간적으로 벅차다.


어디 그뿐인가?

세탁기가 고장 났다. 수리할까 구입할까 고민 중이고 보일러 온수까지  에러코드가 뜨기 시작했다.

지난주에는 커피포트, 밥솥이랑 연결된 멀티탭에서 불이 났는데, 전자레인지 뒷면이 타버려서..ㅠ.ㅠ

포트랑 전자레인지를 급하게 구입하고 주방 치우느라 진이 다 빠졌다.

멀티탭 화재 글과 영상을 보고 멀티탭도 구입해야 하고 아이 방에 전등이 하나 나갔는데..

통으로 LED로 바꿀지 전등만 구입할지 고민이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 이제 옷도 정리해야 하고

아이들 식사 챙기고 주기적으로 아이들 간식도 구입해야 하고

최근 들어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앞으로 직장을 다닐 수나 있으려나 걱정되어 헬스장 등록을 했다.

세상에.. 헬스장 진짜 싫어하는데 버틸 체력이 부족해 내 발로 직접 갔다.


이 모든 것들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사실 생각만으로도 지친다.


그러다 보니 굳이 마음을 열지 않는 직장동기들을 위해 내어 줄 에너지가 없다.

그것은 내 숙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들이 원하지 않았을 수도... 나라는 사람, 그렇게 호감형도 아니니 말이다.


올해 임용되었으니 신규타이틀이 사라지기 전에

유대관계를 맺으면 좋다는 숙제를 나 스스로에게 준 것 같다.


결과가 어떻든 시도를 하지 않았다면 후회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숙제라고 여겨진다.

사는 게 왜 이리 버겁지?


최근 들어 즐거운 적이 있었나?

소리 내어 막 웃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깨에 무거운 짐을 잔뜩이고

간신히 한 발씩 내딛는 기분이랄까?



어젯밤에는 자기 전에, 꿈꾸는 인생을 그려봤다.


퇴임을 앞두고 이제 더 이상 직장 다닐 고민 안 해도 되는 시기..

과체중에서 정상체중으로 바뀌고

몸도 마음도 가벼워져 건강해진 모습,

소설, 시, 웹툰, 드라마 등 좋아하는 글쓰기에 몰입하거나

요가를 취미로 꾸준히 하는 등 혼자서도 잘 지내는 법을 터득하고

한 달에 한두 번 친구들 만나 맛집을 가거나

아이들은 각자의 삶을 잘 살아가서

집과 살림이 단출해져 그 모든 것이 가벼워진 삶..


그래..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싶어 살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그날을 위해서라도

가끔 버겁더라도 멈출 수 없지..

멈출 수 없다면 어떻게든 또 씩씩하게 살아내야지

체력과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꿈꾸는 내 인생을 위하여

집중할 것도 버릴 것도 잘 구분해 가며 전략적으로

또 그렇게 잘 살아내야지..


아마 나의 숙제는 이 생이 다하는 날 끝나지 않을까?

미완으로 남겨놓지 않기 위해 끝까지 애써보자..




























이전 18화 이혼을 후회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