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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한끼 Jun 26. 2023

마을버스 정류장"김해쌀집"


직장을 그만두고 알바를 시작한지 벌써 2달이 다 되어간다.



수입은 적어졌지만 시간은 두 배로 늘어났다.

금전적인 여유와 시간적 여유를 번갈아 누려보니


먹고살만하다면.. 시간적 여유를 선택하고 싶다.


9시에 출근해 오후 1시에 퇴근하면

넘쳐나는 시간 때문에 마음도 덩달아 넉넉해진다.



컨디션이 안좋은 날은 낮잠을 실컷 자도 되고

아이들에게 일이 생겼을 때 언제든지 달려갈 수도 있다.



우울한 날은 여유로운 평일 오후를 맘껏 누리며

조용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근처 공원 산책도 원없이 한다.



발령이 늦어져 걱정도 되지만

동시에..이 여유를 조금더 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알바하는 곳의 위치는 집이랑 가까워서 걸어서 5~7분 남짓 걸린다.


알바 회사는 작은 물류회사인데

집근처 재개발지역 건물 일부 10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을

무상임대해서 쓰고 있다.


책상 3개, 컴퓨터3대, 냉장고, 정수기, 화장실

있을 건 다 있지만 공간이 협소하다.



그래선지 바로 옆 건물 1층도 더 임대해

일하는 분들이 잠시 쉬어갈 곳도 별도로 마련했다.

(물류회사이다 보니 탑차 몰고 다니는 외근직이 대부분이다.)



출근하면 대표님과 직원들은 대부분 외근나가고 없다.

가끔 이사님이 들락날락 하시지만

내 일에 방해될까 싶어 옆 사무실에 자주 계신다.



비록 4시간이지만 알차게 쓴다.

매일 인스타광고 디자인을 하고 홍보를 하고

회사관련 이미지를 그려 저장해놓고 온다.



어느날, 퇴근하는 길..

근처 마을버스 정류장이 친근해보여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좀전에 선을 따라 그려보았다.







마을버스 정류장 "김해쌀집"



종점 한코스 전인 김해쌀집이 정류장이다.

이 근처 산동네에 사는 어르신 두분이 가방을 메고 버스를 기다리고 계신다.


이 근처(우리 아파트 근처)

재개발 바람이 분지 벌써 20년 가까이 흘렀다.


재개발 구역도 넓어서 4구역으로 나눠져있고

재작년에 활발하게 진행되다 또 잠시 중단된 상태이다.



그래선지 빈집이 많다.

1/3정도만 남아있는 듯하다.


예전부터 나는 산동네가 좋았다.


사람사는 풍경이 정겹고 푸근하게 느껴지고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다.


베낭메고 장바구니 끌고 시장에 가는 할머니 뒷모습도

어린 아이들이 골목길을 걸어다니는 것도

주택 옥상이나 대문 위에 대파나 상추를 심어놓은

빨간다라이 화분도

그런 사람사는 풍경에 마음이 빗장을 거두게 된다.



너무 반듯하고

번쩍거리고

깔끔하다 못해 더럽힐까 걱정되는

새아파트 인테리어보다

낡고 바랜 것들에 마음이 열리게 되는 걸까..



한번도 새아파트에서 살고싶단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물론 구조가 부럽긴 했으나

나는 낡은 곳이 더 마음이 편했다.



항상 새로운 것, 남들보다 앞서가는 것을 바라보던 애들아빠랑

매번 뒤돌아보며 익숙한 것에 머물기를 원했던 나랑

살아가는 방식이 많이 달랐던 것 같다.



나의 아이들도 부모를 닮아

큰 아이는 무조건 새거, 남들 하는 거 다하고 싶어하고

더 이쁘고 더 반짝거리길 원하는 아이이다.

반면에 둘째는 변화를 싫어하고 익숙한 곳만 찾는 집돌이이다.



먼 훗날..


아이들 독립하고 혼자 살게 되면

적당히 낡은 집을 구해서

텃밭이나 화분에 상추와 대파도 심어가면서

매일 물도 주고 동네산책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그렇게 마음 편하게 남은 인생 살아가고 싶다.



부산은 전쟁 후 피난민들로 인해

다른 지역에 비해 산동네가 무척 많은데

감천동, 수정동, 감만동, 반여동, 범천동 등등



돈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고

일을 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그저 발길 닿는대로


부산 곳곳 산동네 사진도 찍고 글도 써보고 싶은데

그럴 여유가 될지는 모르겠다.



지금 일하는 곳이 맘에 든다.

이번 하반기 인사발령에 해당되지 않아

예상보다 또 더 기다려야 하는데


알바 계약이 연장되면 좋겠다.



안되면.. 열심히 산동네나 돌아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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