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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한끼 Jun 30. 2023

나는 말을 하지 않는 아이였다.

선택적 함구증


23년 6월 28일 오전 7시 10분, 큰아이 등교 5분 전 모습


어린 시절,

나는 말을 하지 않는 아이였다.

그런 사실을 우리 가족들은 몰랐다.


국민학교 생활을 하면서부터

내가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해지는 게 소원이었다.


크면서 나아졌지만

어릴 때 내가 그랬던 건

무심한 부모 탓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 아이들이 커갈수록

나랑 비슷한 행동을 하는 걸 보고

이것은 타고난 성향이구나..

내 아이들이 날 닮았구나 깨닫게 되었다.



비슷한 성향이 아닌 분들은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른이 물어보면 "네" 하고 대답하는 게 뭐 어렵냐고

어른이 지나가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게 뭐 어렵냐고?

왜 말을 안 하냐고?

답답해하고 짜증 내고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다.


긴장감과 불안감에

온몸이 뻣뻣하게 경직이 된다.

생각도, 뇌도.. 그 모든 것도 순간 정지가 되고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그때는 누군가 말을 걸어도 들리지 않는다.

누구에겐 쉬운 것이 나에겐 불가능한 것이었다....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지만

나 역시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었다.

관심 가져주고 잘해주면 잘 클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좋다는 걸 안 해본 게 없다.

친구 만들어준다고 또래 애들 초대도 많이 했고

애들 교육상 좋은 거 있다 하면 쫓아다니는 열성엄마였다.


하지만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큰 아이는 아이들 사이에서 말 안 하는 아이

키즈카페에 가도 혼자 떨어져 방황하고

아이가 인사를 안 하니

동네 엄마들이 수군대기도 했다.


그때 나는

내 어릴 적 생각은 미처 못하고

아이가 문제가 있나? 내가 뭘 잘못했나?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독서논술교실에 친구들과 함께 반을 꾸려

유명한 샘을 초빙해 듣게 한 뒤

수업이 끝나고 샘이 나를 따로 불렀다.


"어머니, **가 지능에 문제가 있나요?

표현력도 부족하고 제대로 대답도 못하는데

왜 이렇게 방치하셨어요? 병원 가보셔야 되겠는데요?"


그 순간 엄청 화가 났었던 것 같다.

1시간 잠깐.. 그것도 다른 아이들과 수업하며 본 게 다면서

본인이 의사라도 된 양 진단을 내리는 건지..


그리고 내 아이가

 수업시간마다 이런 취급을 당한 것은 아닌가?

그런 눈길과 시선을 감내해 왔던  건 아닌가?


그런 생각에 밤새 내내 아이를 쓰다듬으며 미안해했다.


이후로 는 모든 특강도 다 끊고

동네엄마들과의 모임도 다 끊었다.

(적당히 둘러댔다.)


독서논술샘 말은 틀렸다.

내 아이는 감수성이 아주 예민하고 표현력이 좋다.

책도 무척 많이 읽었고 주관도 뚜렷하다.

엄마 말에도 본인 생각을 굽히지 않는 편이다.


다만 표현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초등 입학하고

학교선생님과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좋아지진 않았지만


초고학년이 되어서 좋아지더니

중학생이 되어선

 "도서부장"하겠다고 손을 번쩍 들기도 하고

친구들끼리 주말마다 놀러 다니고

파자마파티하고 동아리활동도 활발히 하고

고등학교 입학하고 방송부에 들어가고 싶다며

면접 때 큰 소리로 당당하게 얘기해서 합격도 했다.

지금은 평범한 여고생으로 잘 지내고 있다.


내가 해준 건

괜찮아진다고 끝없이 안심시켜 준 것이다.



....

요즘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면

비슷한 경우의 아이들을 보는데

약물치료를 병행하길 권하신다.


아마 긴장감을 완화시켜 주는 약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부터 조금 현실적인 얘기를 써보고 싶다.


나의 경우..

나의 자아상은  말하지 않는 아이

그다지 이쁘지도 않고 얼굴도 크고 통통한 못난 아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장점은 공부 잘하는 아이라는 타이틀이었다.


 학교에서도 책상에만 있으니

난 공부만 했다.

좋아서 한 게 아니라 할 게 없어서 했다.

주기적으로 받은 학업우수상 등이

나의 자아상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나의 큰 아이는

공부는 중간정도이지만

그 아이의 자신감은 외모에서 어느 정도 오는 것 같다.


작고 아담하지만 귀엽고 

눈웃음이 이쁘다.

날 안 닮고 다행히 아빠를 닮았다.


외모에서 풍기는 보호본능 때문에

초등학교 시절, 

몇몇 자상한 남자아이들이 많이 챙겨주고

남 돕길 좋아하는 여자애들이 동생처럼 보살펴주었다.


크면서 딸은

자신이 연예인처럼 이쁘진 않지만

외모나 몸매가 나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거기서 오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엔..)


..................


그리고 선택적 함구증 아이들은

다른 감각이 발달될 수 있다.


나는 직관과 감지력이 좀 뛰어난 것 같다.

어떤 상황이나 사람과 대화할 때

그 사람의 감정이 잘 읽히는 편이다.


내 딸아이는 청각이 발달을 했다.

말을 안 하고 온종일 듣기만 해서 그런가..


일본 애니나 한국애니 더빙성우들을 들으면

성우 목소리를 다 분간해 낸다.

무엇보다

영어 성적은 중에서 중하 지만

영어 듣기는 거의 만점이다.


영어 어휘 하나를 알면

다 들리는 아이이다.

(난 정말 신기했다.)


그리고 상황파악이 굉장히 빠르다.


말을 하지 않고 지낸 어린 시절이 준

작은 선물이 아닌가 싶다.


...


언젠간 이런 얘기를 써 내려가보고 싶었는데..

왜냐면 큰 아이 어릴 때

나 때문인가 하는 자책감에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괜찮아집니다.

다만,

다그치지 말고

나아질 거라 안심시켜 주시고

아이들이 불안하지 않게 해 주세요.

처음 하는 일은 미리 연습시켜 덜 걱정하게 하고

아이의 장점 하나를 발견해서 많이 부각해서

너도 괜찮은 아이란 걸 각인시켜 주세요.


자신에 대한 믿음은

어릴 때부터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걸 심어주는 것에

부모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또 아이들마다 다른 것 같다.

둘째 역시 선택적 함구증인데

큰아이와 성향이 달라 또 다르다.


아이 키우기 정말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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