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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한끼 Dec 08. 2023

위자료

이혼 그 후

오늘은 외근 나갔다가 점심시간이 지나 복귀하였다.

점심 먹으러 집으로 다녀올 시간이 빠듯해

근처 맥도널드에서 버거 하나와 커피 한잔 주문했다.


오전 내내,

여러 가지 일로 마음이 심란했다.

사실 별 일 아닌데,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 조금 어려웠다.


더 냉정해져야겠다고 느껴졌을 때

별안간 4년 전(벌써 4년이구나..)

입금되었던 위자료 내역이 보고 싶었졌다.


세상이 좋아져서

계좌내역을 보고 싶으면 휴대폰으로 언제든 볼 수 있다.


2020년 통장내역



이혼을 합의한 뒤 한 달 즈음 지나 전남편이 위자료를 보내줬다.


입금되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위자료..


관계의 끝이자 빚청산



저 돈을 보내주면서

전남편은 마음의 빚을 갚았다고 생각하겠지.

동시에 관계의 마침표까지 찍은 거겠지..


4년 전, 그때..

계좌에 찍힌 금액을 하염없이 쳐다본 기억이 있다.

아프고 시리고 저리고 버거운 느낌이었다.


난 계좌에 잔액을 잘 남겨두지 않는데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두었었다.


전남편이 쓰던 비어버린 장롱 한 칸도 오랫동안 못 열어봤는데

저 계좌도 오랫동안 묻혀 있었다.


6개월이나 지나서야 열어보고 다 정리했다.

장롱도 계좌도..



4년이 지난 지금,

저 내역을 쳐다보니 여전히 마음이 좋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나를 불편하게 하는 여러 중요하지 않은 일들이

한꺼번에 싹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큰 일을 겪은 후,

자잘한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


나에게 닥쳤던 큰 시련을 떠올리면

현재의 일이 별 거 아니란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덕분에 점심시간 이후로

 평정심을 되찾고 오후를 잘 보낼 수 있었다.



.....................................................


11월 중순이 지나가고 곧 12월이다.


올 한 해 나름 파란만장했다.

새로운 직장을 세 번이나 구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새로운 일을 하면서 재밌기도 했다.

더불어.. 경제적으로도 큰 무리 없이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따뜻한 12월을 보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려고 한다.


내년에는 또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겠지.

걱정이 눈덩이처럼 커질 땐

그저.. 내일 하루..

그저 매 순간 최선을 다해보자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적응되어 있을 거라는 걸

경험으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앞으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어른답게 잘 살아가고 싶다.


그렇게 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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