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주는 사람은 많고 받는 사람은 적은 양육비"
매달 25일엔 양육비가 입금이 된다.
이혼 후 3년 가까이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양육비를 못 받아 소송을 알아보는 분들을 보면서
그래도 매번 잘 보내주니 고마운 마음이 들 때도 있고
어떨 땐 양육비만 보내면
아빠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자주 하던 면접교섭이 뜸해지면서
돈 보냈으니 키우는 건 네가 해라.
뭐 그런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혼을 하기 전, 변호사 상담을 할 때
양육비 책정에 대해 자세히 물어봤었다.
가정법원에서 제시하는 양육비 산정표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
배우자 급여의 35%선(자녀 2명 기준) 정도 생각하면
얼추 맞을 거라는 답변을 받았었다.
그래서 전남편의 세후 급여에서
(각종 수당과 상여금, 성과급을 제외한 평달 급여기준)
35~40% 선에서 양육비를 받기로 했다.
적당하다 싶은 금액을 불렀고
전남편도 동의를 했다.
급여날, 양육비 보내고 줄어든 잔액을 보면
전남편 입장에서는 부담될 수 있겠다 싶고
솔직히 받는 입장에서는
중고등 아이들 키우느라 학원비가 매번 양육비를 넘어서서
아.. 정말 이럴 줄 알았으면 융통성 있게 책정할 걸
후회가 되기도 한다.
직장 동료 중에 본인이 이혼녀라고 당당히 밝히는 분이 있다.
이혼한 지는 벌써 5년째이고
초등 고학년, 중등 자녀가 있고
아이들은 남편 쪽에서 양육을 하고 있어
본인 급여의 60%가량을 매달 양육비로 보내주고 있다고 한다.
양육비 보내고 남은 금액으로
친정집에 생활비 보태드리고
본인용돈을 쓰기에 너무 빠듯하다고
버겁다고 한다.
큰아이만이라도 빨리 성인이 되길 바란다는데
그 직원의 얘기를 듣고 하루이틀 생각이 많아졌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오로지 내 벌이로 살아야 한다.
문제는 말이 성인이지
애들은 대학생일 뿐이라는 점이다.
대학생은 돈이 안 드는가?
대학비용, 책값, 용돈, 차비 등등
타 지역에 대학이라도 가려면 그 비용은
혼자 벌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아이들을 양육하는 나의 입장이고
양육비 보내주는 직장동료 입장에서는,
양육비 보내다 본인 노후 준비를 거의 하지 못하는 상황이니
이쯤 되면
전남편이 건강하게 잘 살아서 직장생활 잘하고
(어쩌면 여유 있는 여자 친구이라도 만나서...)
본인 노후도 준비하면서
대학생이 된 아이들 좀 챙겨주면 좋겠다는
그런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혼이 현실이 된 지금,
날 고통 속에 몰아넣고 인생 망쳐놨으니
복수다 뭐다 하는 게 어느새 다 부질없어지고
그저 아이들에게 짐만 되지 말고
본인 노후 준비 잘하고 건강히 잘 살았으면
전남편의 행복을 빌어준다기보다
그저 아이들 앞날에 부모들이 짐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큰아이의 고2 겨울방학이 곧 다가온다.
중요한 시기니 만큼
학원비, 학원특강비, 스터디카페비용, 용돈, 교재값 등등
벌써 양육비를 초과하고 있는 교육비를 보면서 한숨이 나온다.
둘째는 본인의 고집으로 학원을 안 가는데도 이미 초과다.
글을 쓰기 직전에,
둘째를 위한 수학교재 2권을 주문했다.
그나마 중학교 과정이라
약한 수학이라도 매일 같이 풀어보려고..
업무스트레스보다 더한 스트레스임엔 분명하다.
(어르고 달래고 성질 받아주고 간식 챙겨주고 휴...)
한정된 자원으로 빠듯하게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오늘도 양육자는 머리를 굴린다.
많아 보이기도 하고
적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양육비가 있어
애들 원하는 공부를 하는 것임에는 분명하니
그저 고맙게 생각하고 생각해 보련다.
PS. 혹시 양육비를 보내는 분들은 아까워 마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