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동네 주민들이 "주사님"이라며 인사를 하신다.
만으로는 아직 40대지만
한국식 나이로는 50에 접어들었다.
첫 출근하는 날,
직원들끼리 점심을 먹는데
나이 많은 신입인 나에 대해 궁금해했다.
"올해 고3아이가 있으며
50대에도 직장생활을 하고 싶어 도전했노라고.."
공시웹툰을 연재하며
40대 분들이 지금 도전해도 괜찮을까요?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
조직생활에서
나이 많은 신입이 분위기를 흐리지 않을까?
나이 어린 상사에게 무시당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다 싫어하지 않을까?
나라고 그런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다닐 곳은
그나마 공무원이 유일한 길이었을 뿐이다.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첫 출근하던 날,
사무실 들어가기 전에 사진을 찍어 그림으로 남겨본다.
일주일 근무한 소감으로는
대체적으로 서로 존중하고 존대하며
무시하거나 그런 건 없다.
나이 많다고 일을 적게 주거나 많이 주거나 그러지 않는다.
작년 전임자가 하던 일을 그대로 받았다.
복지행정 민원대업무인데
접수받아야 할 사업이 많아 서툴고 어버버 하지만
옆자리 앉아있는 사수가 자세히 잘 알려준다.
다만, 민원인들이 밀어닥칠 때에는
사수도 너무 바빠서 물어볼 수 없다.
그래서 미리 메모를 해두거나
시간 날 때 틈틈이 물어보고
우선 접수만 받아두었다가 다시 연락을 드린다고
돌려보내기도 했다.
악성민원 몇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공무원에게 존대를 해주신다.
출근길에 만난 자활분들은
신규인 나에게 "주사님"이라며 인사를 깍듯이 하신다.
(자활담당이기도 하다..)
업무분장은 잘 되어 있는 편이고
점심시간도 자유롭다.
굳이 따라나설 이유도 없고
본인 편한 대로 먹으면 된다.
간단히 도시락을 챙겨 와서 내 책상 혹은 휴게공간에서 먹고
30분 정도는 근처를 산책하곤 했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나도 간섭하지 않는다.
초과근무가 필요하면
미리 사전신청했다가 하고
퇴근 일찍 한다고 눈치 주는 사람도 없다.
아직 업무가 미숙해서 배워야 할 것들이 많지만
그동안 사회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대체적으로 괜찮은 편에 속한다.
특히나 나이 50인 내가
정년을 보장받고 이 정도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곳은
공무원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
다음 주에는
전남편 건강보험 밑으로 등록된 아이들을
내 밑으로 데려올 예정이다.
이혼 후에도 일부러 그대로 두었었다.
작년에는 계속 이직을 해서
데려오지 못했다.
발령받으면 가장 먼저 하려고 했던 일이기도 하다.
이번주 내내,
지난 시간들에 대한 후회와 회한이 물밀듯이 밀려들곤 했다.
20대 시절,
동생들이나 전남편이 아닌,
나 자신을 중심에 두고 살았다면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일까?
왜 나 자신을 뒷전으로 두고
가족들 잘되기만을 바랬을까?
늦게나마
먹고살기 위해서 공무원이 된 내가,
왜 진작, 삶의 변수를 생각해내지 못했단 말인가?
그런 복잡한 생각들은
두 아이들을 보며 사라졌다.
그래도 내 곁에는
온전히 서로 기대며 살고 있는
나의 가족, 내 아이들..
그 아이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음을 안다.
..............
도전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완벽한 선택은 없습니다.
하나만 생각하고 도전하세요.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