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여자아이와 작은 여자아이

엄마인 줄 알았지만 나도 조금 큰 여자아이일 뿐이었다.

by mbly



2014년 3월 30일 오후 4시.

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이 된 순간.

26시간의 산고를 이겨내고 한 생명이 내 몸 바깥으로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나왔다. 드디어.

아.. 26시간이라니..

아기와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은 환희와 감격에 휩싸인다지만 나는 사실 너무 아파서 "잠깐만요. 잠깐 아픔이 가시면 아기 얼굴을 볼게요."라는 어이없는 이야기를 하며 내 아이와의 첫만남을 코미디로 만들었다. 아기를 안고있던 당황한 간호사님의 얼굴. 눈이 둥그레진 의사선생님. 잠깐의 정적.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되었다.


아니, 큰 여자아이가 되었다.


2020년 8월.

7살이 된 작은 여자아이. 그 밑으로 또 강한 자의식을 가진 작은 남자아이까지. 우리는 서로를 성장시키며 살아간다. 엄마가 되었고 엄마로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나도 자라고 있는 중이다. 생각을 키우고 마음을 넓히며 서로를 먹이며 살아간다.


누구나 자기만의 행복지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가끔 길을 잃더라도 자기 중심만 잘 잡고 있으면, 어떤 일에 내가 행복해지는지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기만 한다면, 지도 위의 길은 다시 그리면 된다. 작은 여자아이, 작은 남자아이가 자신만의 행복지도를 잘 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큰 여자아이, 나의 행복지도 골인 지점이다.


나는 되도록 정석이라 일컫는 육아서를 읽지 않는다. 어떤 시기에 어떤 음식을 먹이고 어떤 책을 읽히고 어떤 공부를 시켜줘야된다는 말에 이의를 달고 싶다. 아이의 뇌발달은 엄마가 시키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향해 대하는 태도 역시 엄마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스스로 크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을 얼마나 믿어주고 응원해주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믿음은 엄마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한다.


아이를 보는 시선의 긍정적인 전환, 아이 스스로 행복을 찾고 기회를 잡는 모습,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엄마의 마음 공부까지. 서로의 성장기가 시작된다.



'그들은 내가 아직도 훨씬 더 자랄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믿는 만큼, 아니 그 이상 큰다'는 건 어디까지나 내 소신인데 거꾸로 나한테 적용하려 드는 걸 보면.'

-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박혜란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