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개미들이 지나가

이미 아이는 알고 있다

by mbly

"엄마 개미들이 지나가. 나니가 가야하는데... 개미들이 있어서 나니가 지나갈 수가 없어. 안되겠다 이쪽으로 돌아가야겠다."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치려'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있다.

"어 개미가 있네." 라고 무심히 대답한 내가 너무 부끄러워졌다.

점심때까지만해도 우르릉쾅쾅 요란한 천둥번개에 참 거세게도 비가 내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어린이집 하원길엔 해가 쨍쨍했다. 비가 와서 미끄럼틀을 못타는 나날들때문에 안타까워하던 아이들 얼굴빛이 반짝. 오늘은 놀이터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아빠도 늦게 퇴근이라 엄마도 신나지.

한참을 미끄럼틀 타다, 자전거 타다, 그네 타다 땀으로 흠뻑 젖어 물 한모금 마시러 오더니 개미들을 발견한 것이었다.


'아.. 물을 마셔야하는데..'

개미들이 한 줄로 지나가면 비가온다는 어제 함께 읽은 책 이야기를 할까 했는데, 똥멍청이같은 생각이었다. 아이는 생명의 소중함 때문에, 너무너무 물이 마시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하나 방법을 고심하고 있었다.

또 내가 자라는 순간이다.

"엄마 개미들이 내 자전거 앞에 있어. 엄마가 좀 도와줘."

조심조심 자전거를 들어 건네주었다.

놀이터를 향해 다시 발이 안보일만큼 페달을 밟는 아이의 등이 환하다.


('나니'는 둘째아이가 스스로에게 붙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