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는 아이와 엄마 모두의 오아시스
무서워서 근처에도 못가던 미끄럼틀인데 이제, 거꾸로 올라가야 재미가 난다.브레이크 없는 세발 자전거를 언덕위에서부터 굴려내려온다. "다쳐~~~!"라고 말하기도 전에 완벽착지. 아 한 번쯤 넘어질 것 같아 불안불안한데, "엄마 나 잘하지?"위기상황에 초능력을 발휘하는 아빠들 같지 않아서 나는 항상 경우의 수를 생각해 두고 몸을 먼저 움직여 놓는 편이다. 그렇지만 아이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 잠깐 고개 돌린 틈에 언덕에서부터 내려오고 있다. 아니 착지까지 완료.오늘은 태풍같은 바람이 불어 일찍 집에 와야했지만 (정말 태풍 소식이 있네!) 내일 또 써먹어 볼 재미난 자전거놀이법 때문에 집에 가는 발걸음도 신나보인다.
"내일 아침이 되면 다시 오자~" 이건 달래는 나의 말이 아니라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아이의 말이다.놀이터 한 켠에서는 엄마 셋의 과자파티가 한창이었다. 선선한 여름밤엔 치맥이 제격이지만, 맥주 대신 콜라로 치킨 대신 초코파이로 조촐한 모임을 즐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스크 사이로 잠시 목을 축이고 한 입 베어먹는 정도지만 아이들과 하루종일 부대끼다보면 '어른'사람과의 만남이 정말 간절해진다. 그렇게라도 인사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숨을 트이게 하는 지, 엄마들은 다 알 거다.그렇지만 나는 또 한 자리 끼어있을 용기가 안나서 반가이 손짓하는데도 아이들 곁에 자리를 잡는다. 대학 때도 '아싸'가 결코 아니었고 2만명 앞에서도 말만 잘했는데 엄마들의 모임에서는 왜 이렇게 작아지는지. 모를 일이네. 아이를 키우면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더니 엄마들의 자리에서 의외로 '내향적'인 나를 발견한다.개선장군마냥 양쪽 자전거 병정들의 호위를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욕조 속으로 뛰어들어 둘만의 놀이를 또 시작하는데, 욕조 그득히 물을 받아야 한다고 해놓고 또 물은 소중하니까 아껴야한단다. 이럴 땐 어떤 교육적인 말을 해야하나 곤란하다.코로나 종식은 멀고 먼 이야기고 예전같은 일상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하는데 그래도 잠깐의 놀이터 나들이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아이들은 모락모락 자라고 있으니 참 대견하다.
(모락모락은 울엄마가 잘 쓰는 '무럭무럭'의 대용어. 보통 아이들에게는 무럭무럭'이란 말을 잘 쓰지만, 좀 더 귀엽게 표현해보고 싶고 애정을 더하고 싶은 마음인가 짐작해본다.)아직 잠들기까지는 한참 멀었고, 아직 다 발산하지 못한 에너지가 얼굴에 남아있고, 엄마인 나는 이미 번아웃인데 어쩌냐.내일 뜰 태양보다 오늘 뜰 달이 더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