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나이
몇 달 전, 십 년 만에 이사를 하면서 물건을 많이 버렸다. 안 쓰지만 버리기엔 아까운 물건, 열어본 적 없지만 추억이 담긴 물건,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간 필요할 지도 모를 물건을 모두 처분했다. 팔고 나누고 버리고 나니 아쉬운 마음보다는 시원한 마음이 더 컸다.
그중 가장 무겁고 부피가 큰 건 다름 아닌 책이었다. 대학교 다닐 때 쓰던 전공교재와 임용시험을 준비하면서 보던 수험서. 이사오기 전까지 책꽂이 한 층은 전부 내 책으로 가득했다. 대학 졸업 이후 책 일부를 버린 적도 있었고, 새로 산 적도 있었다. 임용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혹시나 하고 일 년만 일 년만 하던 게 십 년이 지났다.
직장생활을 하는 중에도 임용시험을 친 적이 있다. 퇴근 후 공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고, 보장되는 휴가와 휴일에 더불어 매달 채워지는 잔고는 나를 덜 절실하게 했다. 둘째가 유치원에 입학한 뒤에도 임용시험을 쳤다. 시간강사를 하던 때였는데 학교라는 곳에 발을 딛고 보니 약간 욕심이 났다. 그땐 욕심만 있고 노력은 없었다. 그 후에도 아주 가끔, 임용시험을 쳐볼까 생각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시험일이 집안 행사와 겹쳐서, 공부도 안 했는데 시험 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해서 등등의 핑계를 대며 생각으로만 끝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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