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신규 교사입니다

사범대 졸업 16년만입니다

by 아침이슬

마흔 살. 새로 바뀐 기준으로 서른아홉. 공자님이 말씀하신 나이 불혹.

태어나 처음으로 기간제 교사가 됐다. 사범대를 졸업한 지 16년 만이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해 화려하고 치열한 20대를 보냈다. 약 1년간의 장거리연애 끝에 주말부부와 워킹맘을 동시에 경험했다. 퇴사 후 남편과 살림을 합쳤다. 둘째를 임신하면서 출산과 육아로 경단녀가 됐다. 주말부부, 워킹맘, 경단녀.. 3관왕 아무나 하는 건 아니라는 자부심이 들기도 한다.


두 돌까지는 내 품에서 키워야겠다는 소신과 욕심으로 전업주부를 자처했다. 자존감을 진지하게 고민했고 내면을 끊임없이 들여다봤다. 한마디로 우울했다.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다시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정규직은 출퇴근이 부담스러웠고, 일반 기업은 자신이 없었다. 대기업 출신 이력은 쓸모없었다.


남은 카드는 교원자격증. 전공을 활용해 교육청이나 과학관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 강사로 시작했다. 아이들 등하원에 지장이 없었고, 전공을 살려 수업 하는 일도 보람 있었다. 학생들 앞에서 수업하는 일에 제법 자신이 생겼고, 우연한 기회에 중학교 시간강사를 맡았다.


다른 교사들과 같은 교무실에서 근무하고, 일 년 동안 담당 과목을 수업하는 일은 근사했다. 같은 공간에 계시는 선생님들도 임용에 합격한 정교사인지 기간제 교사인지 쉽게 구별되지 않았다. 계약이 끝나고 시작되는 시기가 아니면 그분들도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 공간에 일 년 반 남짓 머물면서, 나도 기간제 교사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


6개월 후, 마침내 기간제 교사가 되었다. 한 학기 계약으로 고등학교 근무를 시작했다. 시간강사 때와는 달리 안정된 기분도 들고, 부담도 커졌다. 좋으면서 걱정됐다. 무엇보다 마흔 살에 학교경험이 없는 교사라 혹여 민폐를 끼치진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 민망할 때도 있었다.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모르는 것이고, 이 사실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지내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업무를 같이 해야 하는 선생님들과 첫인사를 할 때 기간제가 처음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많이 도와주고 알려달라는 공손한 신참의 자세로. 외모만 보고 경력이 많을 거라는 오해를 사지 않도록.


나이 마흔에 한 조직에서 신규로 주목받고 도움받는 상황이 낯설지만 그리 싫지도 않았다. 전업주부로 목 늘어진 티를 입고 집에서 아이와 하루종일 시간을 함께 하던 그 시절, 마흔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자주 상상했다. 마흔에는 뭔가 정리 된 상태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거라고 다짐했는데 어느 정도는 실현됐다.

40이라는 나이에 의미를 많이 부여하고 있었나 보다. 덕분인지, 늦은 시기에 새롭게 시작하는 경험이 더 소중하게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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