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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희 Aug 11. 2020

너에게 그리고 엄마가 처음인 나에게

안녕?

반가워!

책상에 앉아 수학 문제를 푸는 너의 뒤에서 이렇게 편지를 쓴다는 게 우습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지만 어쩐지 비밀스러워 설레기도 해.


엄마는 아직도 가끔은 출근길에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들리던 너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그때 월요일 아침은 아직 말도 떼지 못한 너에게는 너무나 힘든 날이었지.

주말 내내 너는 나를 많이도 행복하게 해 주었는데 나는 그런 너를 울린 채 매정해져야 하는 것에 가슴이 미어져 얼른 엘리베이터가 내려와서 너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나를 데려다주길 바라기도 했어.

매일 밤 똑같은 내가 하나 더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도 많이 했었지.

그때뿐이었다고 금방 그치고 하루 종일 잘 놀았다는 이모님의 말도 위로가 되기보다 가슴을 더 아리게 했으니까 말이야.


그래.. 어쩌면 그때의 마음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아서 지금 이 순간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몇 번의 수술을 하고 나니 별 거 아닌 수술 앞에서도 그때의 너의 얼굴이 떠올라서 전하지 못한 내 마음을 담아 둘 곳이 필요하다 싶었지. 어때..? 엄마 생각이?? :)


근데, 반전이 있어!

너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엄마는 아무리 쥐어짜도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를 않고 끙끙댔었어.

하루에도 마음이 수십 번씩 바뀌었었지. 계속 회사를 다니는 게 좋을지 그만두는 게 좋을지에 대해서 말이야.

너를 너무나 이뻐해 주시던 이모님은 더 이상 너를 봐줄 수 없게 되었고, 유독 눈에 띄는 '맞벌이 부부 아이의 학원 뺑뺑이'라는 기사는 엄마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어. 돌이켜보면 오히려 엄마가 회사를 관둔 후 너에게 더 많은 상처를 준 것 같은데도 말이지.


그래서인지 일 년도 안돼서 어느 날 네가 그러더라.

"엄마, 엄마두 회사 다니면 안 돼?? 민정이 엄마는 맨날 회사 다녀오실 때 이쁜 거 가득 사 오신대~~ 응? 응??"

순간 엄마는 네가 정말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한참을 생각했던 것 같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엄마가 돈 많이 벌어서 장난감도 사주고 이쁜 옷도 사주려고 출근한다고 너를 달랬었으니까 말이야. 그럴 때면 넌 심술 난 몸짓으로 뾰로통해서는 엄마에게 물었지.  

"엄마 돈 많이 벌어? 100원짜리 몇 개 벌어? 우와 엄마 100원짜리 100개나 벌어?"라고 말이야.

이제는 "내가 그랬어?"라며 기억도 못하는 네가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고 지금 네 마음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해.


벌써 밤 12시가 넘었네.

아직도 꼼짝 않고 네 할 일을 하고 있는 너를 보니 엄마는 여전히 초보인데 너는 더 어엿한 딸이 된 것 같아. 가끔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내게 달려오기도 하지만 말이야.

그래서 엄마는 오늘부터 천 개의 종이학을 접듯이 이곳에 편지를 써 볼까 해. 너에게 그리고 엄마가 처음인 나에게 말이야. 이번에는 엄마의 결정이 너에게 상처가 아닌 온기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말이야. :)


그럼, 우리 모두 좋은 밤!






#1.

너의 모든 순간이 빛나길 바라기 보다

지쳐 쓰러질 것 같은 힘겨운 순간에도

여전히 품고 있는 너만의 별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첫 번째 종이학을 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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