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
생각보다 두 번째 편지가 빨리 도착했지? 설마 엄마에게 냄비근성이 있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첫 편지를 띄우고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너에게 편지를 쓰기로 한 일은 정말 잘한 것 같아. 앞으로 너는 엄마와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날보다 책상에 앉아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아질 테니까 말이야. :)
기억나? 너 일곱 살 때. 꼭! 수영장 있는 유치원에 다닐 거라고 해서 고민 끝에 다니게 해 줬더니 얼마 안 되어서는 물이 무서워서 못 가겠다고 했던 거. 생각해보면 그때도 지금도 엄마는 너의 진심을 알아주는 능력은 꽝이었던 것 같아. 그저 어떻게든 달래서 보내고 싶은 마음에 몰래 수영가방에 노란 쪽지를 넣어뒀었지. 잔뜩 겁먹은 얼굴을 하고 있다가도 그 쪽지를 발견하고는 짠-하고 용기 있는 얼굴이 될 거라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지.
뭐라고 썼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아마도 '우리 딸(하트하트) 엄마가 많이 사랑하니까 힘내(하트)! 잘할 거야!(하트하트하트)!!!'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아. 짧고도 굵게, 시를 쓸 때보다도 더 고민했던 것 같은데 너는 엄마의 쪽지 내용보다는 선생님이 부러워하며 관심 가져준 것에 더 기뻐했지. 그래서 그 뒤로는 엄마도 내용은 크게 신경 안 쓰고 더 자주 쪽지를 넣어주려고 애썼던 것 같아. ㅎㅎ
어제 첫 편지를 띄우고 나니 오늘은 종일 그때 그 일이 떠오르지 뭐야. 근데 이번에는 내용도 좀 신경을 써가면서 자주자주 써볼까 해. 아직 네 반응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말이야.
서론이 길었네.
다시, 알로하!
왜 자꾸 알로하냐고? 그토록 가보고 싶은 하와이를 한 번도 못 가봐서 집에서라도 하와이에 있는 상상을 하는 것 같다고?
땡! 너도 알다시피 엄마는 책 사는 걸 정말 좋아하지. 물론 산 책을 그때그때 다 읽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ㅎㅎ 넌 빌려볼 수도 있는 책을 굳이 왜 사서 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책을 사서 보면 좋은 글이 세상에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고, 책장에 책이 가득 찬 걸 보면 엄마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 엄마의 책 욕심에 어린이날도 생일날도 크리스마스에도 책을 선물로 받게 했던 것은 미안하기도 해. 하지만 할머니나 할아버지한테는 원하던 선물 받았으니까 이해해줄 거지?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라는 책도 너의 문제집을 사면서 책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 그냥 주문했던 책이야. 물론 네가 읽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외면만 당하고 있는 거 같아서 엄마가 먼저 읽어 보았지. :)
백여 년 전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하와이 이민선에 올랐던 사진 신부들의 이야기야. 읽는 내내 엄마는 어떻게 그 힘든 순간을 저렇게 따뜻하게 이겨낼 수 있을까 슬프면서도 벅찬 희망이 차오르는 느낌이었어. 책을 덮고도 며칠은 그때로 돌아가 있는 기분이었으니까. 지금의 자리가 힘들다고 투덜대는 게 부끄러워지기도 했지.
자세한 내용은 너에게 맡기고 오늘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알로하의 뜻을 소개할까 해.
A - Akhai 친절, 배려
L - Lokahi 조화
O - Olu’olu 화합, 기쁨
H - Ha’aha’a 겸손
A - Ahonui 인내
어때? 이런 뜻을 담아 인사를 건네는 곳이라니, 엄마는 더더더 하와이에 가보고 싶어 졌어.
너와 함께 가면 더 좋겠다. 어서 코로나 치료제가 나와서 지금의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말이야.
엄마가 좋아하는 무지개도 자주 볼 수 있다잖아.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엄마가 생각나는 노래가 있는데 같이 들어줄래?
조규찬의 '무지개'라는 곡이야.
'가치 가치' '엄마 나도 가치'를 입에 달고 살던 세 살 때의 너라면 틀림없이 함께해 주겠지? :)
그럼, 오늘도 우리 모두 좋은 밤!
#2.
알로하의 뜻처럼
우리의 삶도 그러하면 좋겠다.
두 번째 종이학을 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