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을 앞두고

by 이예석

3개월가량의 휴직을 마치고 내일모레면 복직이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니 나는 몸보다도 마음이 더 아픈 상태였다. 쉬는 동안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렸다. 무기력하고 만사가 귀찮아 브런치도 방치했다. 기존의 상담 치료만으로는 호전되지 않아 약물 처방을 받아야 하나, 동네 정신건강의학과 앞을 얼마나 서성거렸는지 모른다. 정신의학과에 다니는 것이 부끄럽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끝내 문턱을 넘지 못했던 이유는 보험 때문이었다. 현재 나는 암 발생 이력이 있어 신규 보험가입이 제한적이다. 아주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까다롭고 보장범위도 한정적이다. 5년 완치 판정을 받으면 조금 수월해지는데 알아보니 뇌, 심장 질환 보험은 정신건강치료 이력이 있으면 또 보험 가입에 제한이 있다고 해서 약 처방이 망설여졌다.


그래도 병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고 유튜브에서 저명한 정신건강의사 선생님들의 콘텐츠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우울증에는 산책이든 러닝이든 몸을 꼭 쓰라는 조언들이 많아 힘들어도 하루 30분은 무조건 집 밖으로 나가 선생님들의 말을 들으며 걸었다. 때론 늘 똑같은 동네 풍경이 지겹기도 했지만 새파란 하늘에 떠있는 솜사탕 같은 구름들의 움직임을 천천히 관찰하며 햇빛을 쪼이다 보면 몸도 마음도 조금씩 치유가 되는 것 같았다.


복직하는데 의외의 복병이 나타났다. 바로 이석증.


처음에는 귀에서 돌 좀 빠지는 게 뭐 대수이냐 싶었지만 이석증은 생각보다 몹시 괴로운 질병이었다. 심했을 때는 세상이 정말 뱅글뱅글 돌아 이러다 딱 죽겠다 싶었다. 예전에도 경미하게 몇 번 그런 적이 있었는데 그냥 빈혈인 줄 알았다.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면 괜찮아지길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도가 매우 심했다. 어지러움증보다 더 힘든 것은 속이 몹시 매쓱매쓱 거리고 토할 것 같다는 것이다. 약도 먹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좋아진다고 하는데 여전히 일상에서 약간의 어지럼증이 가시지 않는다. 회전목마에서 내리고 싶은데 나만 안 내려주는 것 같기도 하고, 출렁이는 물 위에 돛단배에 혼자 계속 울렁울렁, 바운스바운스 떠있는 느낌이다. 우울증, 이석증. 삶의 미세한 균열을 안고 다시 회사에 간다.


쉬는 동안 이대로 더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급격히 줄어드는 통장잔고와 의외로 내가 외로움을 심하게 타는 것 같아 일단 다시 간다. 복직 면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평소 유심히 보던 타로가게에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만 원을 내고 타로 여섯 장을 뽑았다. 해석은 나쁘지 않았다. 나는 이미 일을 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돌아가서 업무를 하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 했다. 마음속으로 그래, 그간 먹은 회사밥이 몇 끼인데, 헛으로 먹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상 내 손으로 밥 벌어먹는 팔자라는데 다행이긴 한데 한 편으로는 좀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도 늦게까지 경제활동을 한다는데 지금 간헐적으로 사는 복권 당첨은 영 안 될 팔자인가 보다. 부모덕, 남편 덕, 자식 덕 좀 보면서 편히 놀고먹는 팔자였으면 좋겠는데 어림없나 보다. 하.


브런치에 글쓰기를 멈췄어도 다른 작가님들의 글은 꾸준히 읽었다. 누군가 브런치는 공개 일기장이라고 하던데, 참 세상에는 다양한 삶들이 많은 것 같다. 겉으로 보면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사람도 한 꺼풀 내면을 살펴보면 안 괜찮은 것 같다. 위로가 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죽는 게 아니라 사는 게 지옥인 거라는 내 생각이 더 확고해지는 것 같아 두렵다. 남 부럽지 않게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은 애초에 버렸지만, 그래도 아직 잘 살고 싶은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나 보다.


상사와의 갈등, 이직 적응에 대한 스트레스에 결국 또 탈이 나 휴직까지 하게 된 내게 주치의 선생님은 더 내려놔야 한다고 했다.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더 내려놓아야 하는 것일까. 돌아간 회사에서 나는 무엇을, 어떻게 내려놓게 될까.


마지막 남은 이틀의 자유, 아무것도 하기싫은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화장실 청소를 말끔하게 하고 제일 좋아하는 동네 카페에 앉아 청량한 커피를 한 잔 마신다. 오늘은 날이 좀 흐리네. 계절이 변했음을, 여름이 가고 이제 가을이 왔음이 얼굴을 스치는 바람에서 느낄 수 있다. 나는 괜찮아질 것이고, 충분히 잘 하고 있다. 마음속으로 커피샵 밖에 하늘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려본다. 괜찮아, 괜찮아질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