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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석 Jan 27. 2024

돈 안 되는 글쓰기

08.

 작년에 브런치대신 블로그에 매진했다. 글쓰기로 돈을 벌고 싶었다. 처음 3-4개월 동안은 정말 열심히 포스팅했다. 단체활동을 기피하는 내가 생면부지인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만나 1일 1 포스팅 클럽에 가입했다. 100일 동안 100개 포스팅 챌린지에도 참여하며 퇴근 후 피곤한 몸과 침침한 눈으로 이것저것 정보성 글을 짜집기해서 부지런히 올렸다. 파워 블로거가 한다는 블로그 수익화 오프라인 유료 강의도 가봤다.


 대단한 비법은 없었다. 그냥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묵묵히 계속 글을 써내야 했다. 다만 특정한 카테고리에서 셀프 전문가로 포지셔닝하며 개인 브랜딩을 해야 하는 점이 특징적이었다. 돈 버는 일에 쉬운 일이 있겠냐만은 블로그는 생각보다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았다. 개인 브랜딩은커녕 사생활 노출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는 점점 적성에도 안 맞는 것 같아 의욕도, 체력도 사그라들어 하반기에는 아예 손을 놨다.


 2023년 말, 블로그 수익으로 정산된 금액은 5만 원.

 한 달 수익이 아닌 일 년 총수익이다.


 그간 들인 노력과 시간에 비하면 아주 짠내 난다.


 나름 재능 있다 생각한 글쓰기로 부수입을 거둬 월급 말고 딴 주머니를 찰 생각에 내심 들떴던 나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금방 김이 빠졌다. 딴 주머니는 고사하고 이래 가지고는 어디 가서 출간작가라고 명함도 못 내밀 판이다. 쓸쓸한 패잔병이 되어 홈 그라운드인 브런치로 돌아왔지만 이곳도 그 사이 판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처음 두세 달은 동태를 파악할 겸 일단 인기글들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리고 깨달은 점은 예전에 비해 정말 다양한 작가들이 활동하며 글의 양이 절대적으로 많아졌고, 과거에는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 하면 브런치? 하고 갸우뚱거리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는데 엊그제는 충격적 이게도 우리 상무님도 브런치를 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럴 수가. 라떼는 브런치가 나름 블루오션이었는데 이제는 레드와인급의 붉디붉은 레드오션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채 3개월도 되지 않아 작은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를 받았다. 작지만 전통 있는 출판사와 계약한 덕에 주요 대형서점에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주목할만한 신간으로 소개되는 영광도 누렸다. 주변에 작가 데뷔했다고 동네방네 소문은 기본이요, 부모님 또한 사돈에 팔촌에 동네방네 안면 있는 사람들에게 내 책 홍보에 열을 올리셨다. 심지어 본인들이 다니시는 붓글씨 동호회 회원들처럼 옷깃만 스친 인연들에게도 내 책을 돌렸다. 덕분에 2030대를 겨냥했던 내 에세이집은 판매 초반에 실구매 고객이 50대로 찍혀 편집장님이 내게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전화하신 웃픈 해프닝도 있었다.  


 영광도 잠시. 바람 불면 날아갈듯했던 갸녀린 인세도 내 살림에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 오히려 책 홍보한다고 부지런히 자비로 지불한 책값과 작가데뷔를 안주삼아 사람들과 만나 먹어재낀 식대가 더 클 것 같다. 그래도 즐거웠다.


 한동안 브런치를 멀리했던 건 실명 출간으로 인해 내 사생활이 너무 드러났다는 것과 그로 인한 수반된 피로감, 또다시 새로운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또 브런치의 최대 수혜라 할 수 있는 출간 기회를 잡았으니, 속된 말로 브런치는 내게 이미 이룰 것을 다 이룬 무대였다. 이곳에 글을 쓴다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취미활동으로 유지하기에는 득 보다 실이 많다고 느껴져 활동을 중단했다.  


 돌아온 브런치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작가들에게 후원제도를 통해 후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 점이었다. 그래, 드디어 브런치도 창작자에게 수익활동을 지원하는구나 싶어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했는데, 아뿔싸. 아무나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브런치로부터 OO크리에이터라는 인증을 받은 작가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어떤 분야의 크리에이터로 지정되는지는 딱기 기준이 명확하진 않은 것 같고 또 언제 지정되는지도 모호하다. 예전 브런치를 계속 유지했다면 크리에이터 인증을 비교적 수월하게 받았을 것 같은데, 역시 모든 일은 등가교환의 법칙이 적용되나보다.  


 또 단편글로는 메인화면 노출 기회가 현저히 적어졌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시리즈 형태의 연재물을 창작해야 요일별 탭에 노출되는 것 같은데, 글을 쓰고 싶을 때 자유롭게 글을 써댔던 브런치만의 자유분방함이 사라진 것 같아 못내 아쉽다. 모든 변화가 달가울 리 없고 그간 변화된 브런치 정책에 반발해 내 최애 작가님들 몇몇이 이 판을 떠나 더이상 그들의 글을 볼 수 없는 것도 매우 아쉽다. 그래도 심기일전하여 다시 타자기를 두드려 본다.


 문득 내가 광고수익 1원에 미쳐있던 동안 내 글을 기다린 구독자분들이 계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 브런치를 시작할 때 1명이라도 내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뒤돌아보니 내가 아주 배은망덕했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여전히 내 글이 나비처럼 훨훨 날아 돈이 되었으면 좋겠다. 구독자분들이 기다리는 글도 되었으면 좋겠고, 문득 또 다른 관심사를 쫓아 활동을 멈추면 헤어진 옛 애인처럼 가끔, 아주 가끔 불현듯 떠오르는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2024.01.25 한 줄 평

 내가 브런치 떠나서 제일 아쉬운 사람?

 

 maybe......우리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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