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

3편 : 무엇을 배워야 하나?

by 채현

1. 서론: 세계적으로 제시되는 교육 목표

OECD, UNESCO, 각국 교육정책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주요 키워드는 다음 일곱 가지다.

창의력(Creativity)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협력·소통(Collaboration & Communication)

도덕성/시민성(Character & Citizenship)

기초지식(Basic Knowledge)

문해력(Literacy)

메타인지(Metacognition, Self-regulation)


그러나 이 일곱 가지는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다.

소통은 문해력의 한 형태로 볼 수 있고,

협력은 도덕성·시민성의 일부로 수렴되며,

비판적 사고는 문해력과 메타인지의 결합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 목표는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창의력, 도덕성, 기초지식, 문해력, 메타인지.




2. 교육으로 가능한 것 같으나 목표로 삼기 어렵다.


(1) 도덕성·시민성

도덕성 교육은 가능하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본질적으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가령, 한 우주인이 새로운 별의 문명화된 존재들을 만났다고 상상해 보자.

서구인이라면 자신의 주체적 판단에 따라 행동할 가능성이 높고, 한국인이라면 주변의 시선을 고려해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 두 태도는 윤리적 판단 기준의 차이를 드러낸다.

서구 : 주체적 개인 판단이 윤리적이다. 한국 : 공동체적 판단이 더 윤리적이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윤리적인가? 더 나아가 어느 쪽이 더 생존에 유리한가?
윤리는 고정 불변이 아니며, 우열을 따질 수도 없다. 오늘의 윤리로 과거를 재단할 수도, 미래를 단정할 수도 없다.

가장 위험한 것은 윤리가 도그마로 굳어지는 순간이다. 한국 사회는 권위주의 시절의 경험을 통해 이를 이미 확인했다.
따라서 도덕성·시민성은 교육 목표로 삼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하며, 언제든 정치적·문화적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도덕성은 교육의 ‘목표’라기보다는 교육의 ‘환경’ 혹은 ‘문화적 맥락’으로 존재해야 한다. 사회문화적 환경이 도덕성의 교사로 작용할 때 가장 바람직하다.


(2) 창의력

창의력은 보통 네 단계로 구분된다.

Mini-c: 개인적 창의성, 학습이나 생활 맥락에서의 새로운 통찰.

Little-c: 일상적 문제 해결에서 발휘되는 창의성.

Pro-c: 전문 영역에서 성과를 내는 창의성.

Big-C: 인류사적 업적을 남기는 위대한 창의성(아인슈타인, 피카소 등).


교육이 직접 길러낼 수 있는 것은 Mini-c와 Little-c 수준이다. 일부는 Pro-c 수준까지 가능성을 인정하지만, Big-C 창의성은 천재성과 시대적 맥락이 결합될 때 가능하다.

연구들은 교육을 통한 창의성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

길포드(1950): 창의력을 지능과 구별되는 확산적 사고로 규정, 훈련 가능성을 주장【1】.

토런스(1960~70): 창의적 사고력 검사(TTCT)를 개발하고, 학교 실험에서 창의성이 실제 향상됨을 확인【2】.

데 보노(1970~80): 수평적 사고 훈련법과 브레인스토밍·역발상 기법의 효과를 실증【3】.


최근 메타분석 연구들 또한 창의성 교육이 효과를 낸다고 보고하지만, 그 효과는 주로 Little-c 수준에 국한된다.

교육이 창의적 인간을 만든다는 보장은 아직까지는 없다. 하지만 인간의 창의성을 죽이는 것엔 탁월하다.

많은 정책 문서와 교육 개혁안은 마치 교육이 창의력을 길러낼 수 있는 듯 선언한다. 그러나 실제로 학교 교육이 할 수 있는 일은 창의적 사고를 억제하지 않는 것에 가깝다.

결론적으로 Pro-c, Big-C 창의력은 교육만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창의력 발현에는 기초지식, 메타인지, 사회적 맥락이 함께 필요하다. 따라서 창의력을 교육의 직접 목표로 삼는 것은 과장이다. 창의력은 교육 목표라기보다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부산물이다.




3. 교육으로 가능한 것


(1) 기초지식

오늘날 기초지식의 범위는 PISA, TIMSS 같은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크게 영향을 받는다【4】.

언어·문해 영역: 모국어 독해와 표현, 영어 등 외국어 기초 독해.

수학·논리 영역: 대수, 함수, 확률·통계, 기초 미적분.

과학 영역: 물리·화학·생명·지구과학 개념과 일상 현상 설명력.

사회·역사 영역: 자국사·세계사, 민주주의와 법 제도의 기초.

예술·인문 소양: 예술적 감상·표현, 철학적·윤리적 문제 이해.


특히 동아시아 국가(한국, 일본, 싱가포르, 중국 상하이)는 깊고 넓은 범위를 요구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지식과 사고력은 대립 관계가 아니라 상호 전제 관계라는 것이다.

논어의 구절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는 이를 잘 보여준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미혹되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즉, 지식은 많을수록 좋지만 그것이 교육의 본질은 아니다. 과도한 지식 주입은 학습 흥미를 떨어뜨리고 사고력을 제한한다. 반대로 스스로 익힌 지식은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핀란드의 기초지식-활용형 교육은 우리에게 암기가 아닌 방식으로도 기초지식을 익히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핀란드도 수학, 과학, 언어, 역사 등 기초 과목의 학습량을 중요시한다. 차이는 이를 상황과 맥락 속에서 학습하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계가 있고 모든 것에 적용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 해결 과정에서 스스로 익힌 지식은 긴 생명력을 갖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2) 문해력

문해력은 텍스트와 정보를 해석하고, 타인의 주장을 이해하며,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다. 이는 곧 소통 능력이자 민주주의 사회의 기초 체력이다.

문해력 수준(UNESCO·PISA 기준) :

Level 1a–1b: 단순한 문장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난 정보를 찾아내는 정도. → 기능적 해독 수준.

Level 2: 짧은 글에서 명시된 정보를 찾고, 일상적 상황에서 기본적 이해 가능. → 기초 문해력 수준.

Level 3: 텍스트 내에서 여러 정보를 비교·연결할 수 있고, 단순한 추론 가능. → 기초 이상.

Level 4: 복잡한 글에서 전제를 파악하고, 숨은 의미를 추론하며, 타당성 평가 가능. → 비판적 문해력에 해당.

Level 5: 암묵적 정보 해석, 모순된 주장 간 비교, 고도의 분석적 이해. → 비판적 문해력 상위 단계.

Level 6: 매우 복잡한 텍스트에서 저자의 의도, 가치 판단까지 비판·재구성 가능. → 창조적·변혁적 문해력에 가깝다.

형법 제250조 1항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을 읽고 *“사람을 죽이면 큰 벌을 받는다”*라고 이해하면 기초 문해력. 필자의 글을 읽고 입장을 추론하고 논지를 비판하면 비판적 문해력. 판례를 낙태죄·존엄사 문제와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다면 창조적 문해력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능력은 디지털리터러시의 기초이며, 세상과 자신을 연결하는 능력이다.

특히 비판적 문해력 이상이 민주주의 유지에 필수다. 이 능력은 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힘이며, 거짓 선동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능력이다.
연구에 따르면 국민의 40% 이상이 이 수준을 갖출 때 민주주의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5】.



(3) 메타인지

메타인지(Metacognition)란 간단히 말해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이다.
즉, 내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 그리고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를 자각하고 조절하는 힘이다.

지금 내가 외운 것을 일주일 후에도 기억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것도 메타인지의 일부다. 교육심리학에서는 이를 학습판단(Judgment of Learning, JOL)이라 하며, JOL이 높은 학생일수록 복습·분산학습 등 효과적 전략을 더 잘 선택한다【6】. 반대로 메타인지가 부족하면, “지금 아는 것 같으니 괜찮아” 하고 넘어갔다가 실제 시험에서 잊어버리는 오류(과잉확신 bias)에 빠진다.

메타인지는 바둑에서 수를 읽듯, 자신의 행위와 그 결과를 예측하여 최적의 방식을 계산하는 능력과 같다.

메타인지가 부족해도 기억력·암기력·시간 투입으로 성적을 내는 학생은 있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가고 문제 유형이 복잡해질수록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메타인지가 발달한 학생은 장기적으로 반드시 성장을 경험한다.

많은 부모와 교사들이 메타인지보다 반복 훈련을 강요하지만, 이는 단기 성과를 만들 뿐, 결국 나쁜 습관과 좌절을 낳는다. 메타인지 교육은 대단히 어렵고 긴 시간을 요구하지만 가능하다. 메타인지가 발달한 학생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없다. 공부 잘하는 아이를 갖고 싶다면 메타인지를 기르게 하라가 최고의 조언일 것이다. 메타인지는 실패를 통해 배우는 능력을 포함하므로 메타인지가 발달한 사람은 실패할 가능성이 적고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도전으로 성취를 이룬다.




결론

우리는 기초지식, 문해력, 메타인지를 가르쳐야 한다.
창의력은 이러한 교육 위에 우연히 얻어지는 선물이다. 억지로 강제할 수 없다.

그러나 설령 Big-C 창의성을 얻지 못하더라도, 기초지식과 문해력, 메타인지를 갖춘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생존 가능성이 높고, 적응 가능하며, 실패 후에도 새로운 도전을 할 능력을 가진다.

세 가지를 균형 있게 길러야 한다. 기초지식만 과도하면 사고력이 위축되고, 메타인지만 강조하면 공허하며, 문해력만 강조하면 공론은 풍성해도 기반이 약하다. 따라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과정까지에서는 필요한 기초지식, 문해력, 메타인지를 배우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주석

【1】 Guilford, J. P. (1950). Creativity. American Psychologist.
【2】 Torrance, E. P. (1966). Torrance Tests of Creative Thinking.
【3】 de Bono, E. (1970). Lateral Thinking.
【4】 OECD, PISA 2018 결과.
【5】 OECD, PISA 2009 결과.
【6】 Dunlosky, J. & Metcalfe, J. (2009). Metacogn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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