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업계에도 인공지능(AI)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특히 실무 건축가, 도시계획가, 건축 시각화(Visualization) 디자이너,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건축 전문가들이 AI 도구를 활용해 업무 효율과 창의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설계 아이디어 발굴, 도면 작성 자동화, 실시간 렌더링, 프로젝트 관리, 마케팅 등 건축 전 분야에 걸쳐, 최근 등장하여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AI 활용 사례 10가지를 소개합니다.
아래에 소개된 AI 중에는 한국 실정에 적합하지 않은 것도 있으나, 건축에 있어서 최근 AI의 발전상을 살펴보기 위해 넣었습니다.
초기 아이디어 발굴 단계에서 AI는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텍스트 생성 AI를 통해 컨셉 아이디어를 브레인스토밍하거나, 이미지 생성 AI로 간단한 스케치를 멋진 콘셉트 이미지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ChatGPT와 같은 언어 모델을 활용하면 프로젝트와 관련된 리서치, 레퍼런스 조사, 기획서 작성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Midjourney나 DALL·E 3와 같은 생성형 AI 이미지 툴은 간단한 텍스트 프롬프트만으로 건축가의 머릿속 구상을 즉각적인 비주얼로 구현해줍니다. 예를 들어, 미완성 스케치나 추상적인 디자인 개념도 AI 이미지 도구를 거치면 사실적인 그림으로 만들어져 클라이언트에게 디자인 의도를 전달하거나 팀 내부 아이디어 공유를 할 때 유용합니다. 이처럼 AI를 활용하면 초기 기획 단계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험하고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복잡한 공간 구성이나 평면 레이아웃 생성에도 AI가 혁신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건축가가 수작업으로 여러 설계 옵션을 만드는 대신, 생성형 디자인 AI가 수초 내에 수십, 수백 개의 대안을 제시해 시간을 절약해줍니다. 예를 들어 Maket.ai, Ark Design AI, ARCHITEChTURES 같은 플랫폼은 대지 조건, 법규 제한, 면적 요구사항 등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건축 평면과 볼륨 대안을 자동으로 생성합니다. 주택 설계 전문 AI인 Maket의 경우 주거 평면과 3D 모델을 자동으로 만들어주고, 지역 조닝(zoning) 규정을 검토해 법규에 부합하는 설계안을 제안합니다. 또한 텍스트로 "모던 스타일의 3층 주택"과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그에 어울리는 디자인 스타일의 옵션들도 보여줘, 창의적인 대안을 탐색하기에 용이합니다.
이런 도구들은 반복적인 평면 작업을 줄여주어 건축가가 보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과 디자인 디벨롭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해 줍니다. 아울러 TestFit과 같이 부지 개발에 특화된 AI는 대지 정보와 요구 프로그램을 넣으면 최적화된 배치안과 용적률 계산, 주차 배치 등을 자동으로 수행하여 신속하게 부지 계획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BIM 소프트웨어에도 AI 기능이 속속 도입되면서, 설계도서 작성과 모델링 작업이 한층 빨라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BricsCAD BIM은 AI 엔진을 통해 2D 스케치를 자동으로 3D BIM 모델로 변환해주고, 반복적인 치수 기입이나 주석 달기 작업을 자동화합니다. 이는 사람이 일일이 도면을 작성하는 시간을 절약하고 오류를 줄여주므로, 도면 품질 향상과 검토 시간 단축에 기여합니다.
또 다른 예로, Graphisoft Archicad의 실험적 기능인 AI 비주얼라이저는 Stable Diffusion 기반 이미지 생성 기술을 활용하여 BIM 모델을 바탕으로 실시간 투시도 이미지를 생성해 줍니다. 초기 설계 단계에서 BIM 모델에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가 해당 공간의 분위기나 재료 표현이 담긴 이미지를 만들어주어 디자인 검토나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BIM과 AI의 결합은 설계 생산성을 높이고, 설계자가 반복 작업보다는 창의적 설계 결정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https://www.graphisoft.com/plans-and-products/archicad/
3D 모델 제작에도 AI가 혁신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스케치나 평면도를 AI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입체 모델로 변환해주는 도구들이 등장해, 복잡한 모델링 작업 시간을 단축시켜 줍니다. 예를 들어 Kaedim은 손으로 그린 2D 컨셉 스케치를 업로드하면 이를 정확한 3D 디지털 모델로 자동 변환해 줍니다. 건축가나 디자이너는 번거로운 모델링 작업에서 벗어나, AI가 만들어준 모델을 바탕으로 여러 디자인 옵션을 가상 공간에서 자유롭게 탐색하고 반복 수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초기 디자인안을 입체적으로 검토하거나 클라이언트에게 신속하게 3D 형태를 보여줄 때 유용합니다.
한편, 기존 건축물이나 공간을 스캔하여 모델화하는 작업에도 AI가 활용됩니다. Luma AI와 같은 툴은 현장 사진 몇 장만으로 정밀한 3D 모델을 생성해 주는데, 포토그래메트리(사진 측량) 기법에 딥러닝을 접목하여 수작업 대비 훨씬 빠르고 정확합니다. 특히 리모델링이나 문화재 복원 프로젝트에서 기존 구조를 가상 공간에 쌍둥이처럼 재현(디지털 트윈)해 줌으로써, 설계자가 공사 전에 다양한 개조 시도를 해보고 기존 구조와의 적합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런 AI 기반 3D 스캐닝 기술은 현장 실측 오류를 줄이고, 설계 변경에 따른 영향을 미리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렌더링과 건축 시각화 분야에서도 AI 기술이 디자이너들의 작업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몇 시간씩 걸리던 고품질 렌더링도 AI의 도움을 받으면 몇 분 내에 처리할 수 있고, 별도의 전문 툴 없이도 손쉽게 현실감 있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rko AI는 클라우드 기반 AI 렌더링 서비스로, SketchUp, Revit, Rhino 등의 모델을 업로드하면 포토리얼리스틱한 이미지로 빠르게 변환해 줍니다. 복잡한 렌더 세팅이나 후반 작업 없이도 클릭 몇 번으로 현실적인 조감도를 얻을 수 있어, 디자인 검토나 클라이언트 프레젠테이션용 이미지 제작 시간이 크게 단축됩니다. 이는 곧 렌더링 대기 시간 감소로 이어져, 그만큼 설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Veras와 같은 도구는 기존 3D 모델에 텍스트 프롬프트를 적용해 다양한 스타일의 이미지 결과물을 즉석에서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SketchUp이나 Revit 모델에 "야경 분위기의 조명 연출"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가 해당 모델의 형태를 바탕으로 분위기 있는 야경 렌더링 이미지를 생성하는 식입니다. Veras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와 다양성으로, 전통적인 렌더링보다 훨씬 빠르게 여러 설계 대안을 시각화할 수 있어 창의적인 실험이 용이합니다. 이 밖에도 엔비디아의 AI 업스케일러나 Enscape의 AI 기반 리얼리티 인핸서처럼, 렌더 품질을 자동 향상시키거나 사람·식물 객체를 사실적으로 보정해주는 기능들도 실무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https://www.evolvelab.io/veras
도시 규모의 계획이나 부지 단위의 분석 업무에도 AI 도구가 속속 등장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2023년에 출시된 Autodesk Forma(구 Spacemaker)는 클라우드 기반 AI 도시계획 플랫폼으로, 도시계획가와 건축가들이 대단위 마스터플랜부터 단지 계획까지 다양한 스케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Forma는 대안별로 일조량, 풍환경, 에너지 소비, 교통 흐름, 대기질 등을 시뮬레이션하여 보여줌으로써, 디자인 결정이 환경과 도시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한눈에 평가할 수 있게 합니다. 이를 통해 초기 단계부터 지속가능한 디자인 선택을 도와주고, 사전에 잠재적인 설계 결함이나 문제점을 발견하여 수정할 수 있습니다.
https://www.autodesk.com/products/forma/overview
또 다른 도구인 Archistar는 부지 개발 가능성 분석에 특화된 플랫폼으로, AI 기반 부동산 리서치 기능을 제공합니다. 건축가는 Archistar를 통해 특정 대지의 개발 조건을 입력하면, 해당 부지에 적용 가능한 수백 가지의 개념 설계안(용도, 규모, 형태의 조합)을 자동 생성하여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비정형 부지나 복잡한 지형에서도 효율적인 배치를 찾아주기 때문에, 사전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데 유용합니다. 이처럼 AI를 활용하면 도시 및 대지 규모에서 데이터에 근거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지고, 더 나은 계획 대안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https://www.archistar.ai/echeck/
건축 프로젝트의 관리 및 협업 분야에서도 AI는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설계, 시공을 아우르는 건축 프로젝트는 여러 팀과 수많은 일정으로 이루어지는데, AI 기반 프로젝트 관리 툴은 이러한 복잡한 업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해줍니다. 예를 들어 ClickUp과 같은 플랫폼은 AI 기능을 통해 프로젝트의 업무 흐름 최적화를 지원하며, 과제, 마감일, 팀 할당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각화해줍니다. 건축 설계부터 시공까지 이어지는 전체 프로세스에서 누락되는 일정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도와주며, 이로써 프로젝트 지연을 방지하고 일정 관리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ClickUp은 문서 관리와 의사소통 도구를 내장하고 있어, 도면 리뷰 코멘트나 회의록 등을 중앙에서 공유하고 팀원 및 클라이언트와 실시간 소통할 수 있습니다.
AI의 또 다른 활용으로는, 회의 녹음을 자동으로 요약 정리해 주거나 이메일에 담긴 액션 아이템을 추출해주는 스마트 비서형 AI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 관리자는 정보 파악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중요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건설 단계에서는 드론 촬영 이미지나 CCTV 영상을 AI가 분석하여 공정 진행률 추적이나 안전 모니터링에 활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OpenSpace 같은 서비스는 현장 사진을 AI로 분석하여 시공 진행 상황을 3D 모델과 비교해주고, 문제가 발견되면 관리자가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처럼 AI 기반 도구들은 프로젝트 전 과정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며, 팀 협업을 한층 수월하게 지원합니다.
건축에서 건축법규 및 각종 규정 준수는 필수적인 부분이며, AI는 이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복잡한 건축법 코드나 조례를 일일이 검토하는 대신, AI가 방대한 규정을 빠르게 분석해 디자인이 법규에 적합한지를 검토해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ARCHITEChTURES 플랫폼은 발코니 면적 비율이나 채광창 면적 비율 같은 정량적 법적 요구사항을 입력받아, 그 조건을 만족하는 최적의 건물 설계안을 몇 분 내에 산출합니다. 사람이 수주 걸릴 사전 검토 작업을 단축해주는 셈입니다. 또한 이 도구는 규제 충족 여부를 신뢰도 높게 평가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 설계안별 적법성 검토와 타당성 분석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미국에서 개발된 ARK라는 생성형 디자인 툴은 지역별 조례와 지구단위계획 등 로컬 규정까지 AI가 학습하여, 설계 생성 단계부터 자동으로 해당 규정을 준수하도록 해줍니다. 예를 들어 특정 도시의 건물 높이 제한, 주차대수 산정 기준 등을 고려해 디자인 안을 내놓기 때문에, 초기 안부터 인허가 가능성이 높은 방향으로 제시해주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UpCodes와 같이 건축법전을 데이터베이스화한 서비스는 챗봇 형태로 질의응답을 통해 필요한 규정 조항을 찾아주거나, BIM 모델을 분석해 코드 미준수 부분을 하이라이트해주는 기능을 연구 중입니다. 이러한 AI 활용으로 건축가들은 규정 준수 여부를 보다 쉽게 확인하고, 법적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혁신적인 디자인에 도전할 수 있게 됩니다.
프로젝트 홍보나 클라이언트 프레젠테이션 준비에도 AI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건축 사무소의 마케팅 담당자나 개별 건축가들은 AI를 활용해 콘텐츠 제작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블로그 포스팅이나 프로젝트 소개 글을 작성할 때, AI 글쓰기 도구를 사용하면 키워드 최적화부터 초안 작성까지 빠르게 이루어집니다. Notion AI나 Grammarly의 생성형 글쓰기 보조를 통해 글의 문법을 교정하고, 효과적인 카피를 제안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건축가는 본연의 설계 업무에 더 집중하면서도, 지속적인 콘텐츠 마케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https://www.notion.com/help/guides/category/ai
시각적 측면에서는, AI를 활용해 홍보 이미지나 프레젠테이션 보드를 손쉽게 꾸밀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Canva 등의 디자인 툴에 추가된 AI 이미지 생성 기능으로 프로젝트 사진에 원하는 분위기를 입히거나, 필요한 추가 요소(예: 인물, 가구)를 자동 합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LookX와 같은 SketchUp 플러그인은 3D 모델을 실시간으로 렌더링해주어 여러 디자인 옵션을 바로바로 이미지로 보여줄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클라이언트 미팅 현장에서 즉석으로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하고 다양한 대안을 시각적으로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고객에게 참여형 설계 경험을 주어 만족도를 높이고, 설계자에게는 의사소통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처럼 AI 도구들은 건축가의 브랜딩과 마케팅 활동, 그리고 프레젠테이션 능력을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하는 데 기여합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들도 AI를 적극 활용하여 고객에게 맞춤형 디자인 제안을 빠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몇 가지 공간 조건과 선호 스타일을 입력하면 AI가 그에 맞는 인테리어 컨셉 이미지를 자동 생성해주는 서비스들이 인기입니다. Interior AI나 RoomGPT 등의 앱은 사진 한 장만 업로드하면 방을 다양한 스타일로 리디자인한 포토리얼한 이미지들을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디자이너는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또한 Planner 5D같이 AI를 내장한 홈디자인 소프트웨어는 가구 배치부터 색채 조합까지 개인 취향에 맞춘 추천을 제공하여, 경험이 적은 사용자도 전문가 못지않은 결과물을 얻도록 도와줍니다. 실제로 최근 AI 인테리어 앱들은 사용자 취향 학습 기능까지 탑재하여, 몇 번의 선택만으로 사용자 맞춤 스타일을 찾아주기도 합니다.
리모델링 분야에서도 AI가 힘을 발휘하는데요. 예를 들어 오래된 주택의 사진을 입력하면 AI가 새로운 리모델링 디자인으로 변환해 보여주는 식입니다. 이를 통해 고객은 공사 전에 미리 완성될 공간의 모습을 체험해볼 수 있고, 디자이너는 다양한 시도를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테스트해볼 수 있습니다. 한편, 앞서 소개한 Luma AI 같은 3D 스캐닝 AI를 이용해 기존 실내 공간의 정밀 3D 모델을 얻고, 거기에 여러 인테리어 옵션을 적용해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현장 실측 실수를 줄이고, 제안하는 디자인이 기존 공간과 정확히 들어맞는지 확인할 수 있어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시행착오를 감소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