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침산책 Nov 17. 2023

챗GPT vs 번역기: 김소월의 진달래꽃 번역

챗GPT 이야기 11

1. 시의 한영번역


이 글은 한영번역기와 챗GPT의 소설 한영번역을 비교한 이전 글의 후속편입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한영번역기 3개와 챗GPT에게 한영번역시켜서 챗GPT의 시 번역능력을 살펴봅니다. 챗GPT는 한영번역 능력이 무료버전에 비해 크게 향상된 유료버전 4.0을 사용했습니다. 


2. 시 원문 (김소월의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3. 한영번역기 (구글)


It's disgusting to see me

When you go

I will send you away without a word


Yaksan in Yongbyon

Azalea flower

(1) It will take root along your path.


walking steps

The flower that was placed

Please lightly step on me and go.


It's disgusting to see me

When you go

(2) Even if I die, I will shed tears


구글 번역기의 결과물은 수준 이하입니다. 장르의 구분 자체를 이해 못하는 한영번역기의 성격상 예상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1)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를 진달래꽃이 뿌리를 내린다는 말도 안되는 번역을 했습니다. 

 (2)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를 "죽어도 눈물을 흘리겠다"로 정반대로 번역했습니다. 


4. 한영번역기 (파파고)


It's (1) disgusting to see me 

When you go 

send someone away without saying a word   


(2) a weak acid in Yongbyon 

an azalea flower 

fall down on one's way to the top of one's mind   


a walking pace 

The flower that was placed there 

Take it easy and step on it   


It's disgusting to see me 

When you go

(3) I'm going to cry even if I die


파파고의 한영번역 역시 구글과 마찬가지로 엉망입니다. 


(1) 시에 어울리지 않는 disgusting이란 단어를 썼습니다. 구글도 마찬가지 역어를 선택했습니다. 

(2) 구글은 그나마 번역하기 어려운 "약산"은 아예 음역을 해서 Yaksan이라고 했지만, 파파고는 "weak acid"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졸지에 진달래꽃을 화학교과서처럼 바꿔놓았습니다. 

(3) 구글과 마찬가지로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를 정반대로 해석해놓았습니다. 


5. 한영번역기 (딥엘)


(1) I'm disgusting to look at 

When you go 

I'll send you off without a word   


(2) A weak acid in the air 

Azalea flowers 

Beautiful, I'll sow them on your way home   


Thorny steps 

That flower laid down 

You're going to step on it.   


I'm disgusting to look at 

When you go

(3) I'll weep even if I die


딥엘의 한영번역은 구글과 파파고와 비슷한 오류를 보여줍니다. 

크게 다른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챗GPT 번역으로 넘어갑니다. 


6. 챗GPT 4.0 (단순한 프롬프트)


(1) I detest the sight of me, 

So when you leave, 

Silently, I shall bid you farewell.


(2) On the slopes of Yeongbyeon lies the wild azaleas, 

I’ll pick these flowers beautiful, 

And scatter them on the path you will take.


With each step you tread, 

Upon these strewn flowers, 

Tread softly, crush them as you go.


I detest the sight of me, 

So when you leave, 

(3) Even in death, no tears shall I shed


Translate this into English 라는 간단한 프롬프트를 챗GPT에 넣어준 한영번역입니다. 


(1) 전체 번역중 유일하게 심각한 오류입니다. 나 자신이 나의 모습을 싫어한다고 오역을 했습니다. 

(2) 영변의 약산을 백 퍼센트 정확하게 옮기지는 못했지만, slope (언덕, 산)라는 단어로 비슷하게 번역했습니다. 

(3) 원문의 의미를 정확하게 옮겼습니다. 


90퍼센트 이상 원문의 의미를 제대로 번역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시의 한영번역에 적합한 프롬프트를 넣어서 다시 번역시켜봅니다. 


7. 챗GPT 4.0 (한영번역 프롬프트 메이커로 만든 프롬프트)


프롬프트

Act as a Poet. This is Poetry collection. Translate it into Poetic English. Translate every sentence without skipping any. Provide only the translation without any comments or explanations.



(1)In my sight, so loathsome to behold,

When you depart,

In silence, I shall bid you farewell.


On Yeongbyeon's craggy hills,

Azaleas bloom,

Their beauty plucked, strewn on your path as you leave.


 With every step you take,

Upon those flowers laid,

Tread softly, crush them underfoot, proceed on your way.


In my sight, so loathsome to behold, (2)

When you depart,

Even in death, no tears shall I shed.


심각한 오류가 없으면서, 시의 형식을 제대로 살린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유일한 옥의 티는 약산을 이름대로 옮기지 않고 cragy hills (거친 고개)로 번역한 것인데, 느낌으로는 크게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외국인에게는 약산이라는 특정 지명보다는 거친 고개가 더 직관적으로 이해될 테니까요. 


(1) (2) 비슷한 문장 구조의 반복으로 운율을 살린 점도 주목할만 합니다. 챗GPT가 한영번역기들에 비해 이 정도로 매끄럽게 진달래꽃을 번역해내는 것은 아마도 기본적인 문맥 이해능력과 방대한 데이터 덕분일 것입니다. 분명히 김소월의 시집 같은 대표적인 작품은 챗GPT의 한국어 DB에 들어가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번외. T.S. Eliot 스타일로 진달래 꽃 번역하기 


20세기의 위대한 시인 중 하나인 T.S. Eliot의 스타일로 번역을 해봅니다. 


My disdain for self, so stark and raw

When you leave, in silence, I'll bid farewell, 

With not a word, just a solemn awe.


At Yeongbyeon, the wild azaleas grow

Radiant and rich, plucked for your way, 

I'll scatter them where your steps may go.


With each step you take, upon these blooms

Tread softly, yet let them feel your weight, 

Crushing gently under departing glooms.


My loathing of self, so deeply sown

Even in your leaving, in death's own spell,

No tears shall fall, no grief be shown.


각운을 맞춘 것도 인상적이지만, 시가 전반적으로 상당히 현대적인 느낌으로 바뀐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시에 대한 전문적인 안목이 없어서, 번역된 시가 문학적으로 얼마나 훌륭한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한영번역기의 번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우월한 수준이고, 앞의 두 개의 챗GPT 번역보다도 술술 잘 읽히는 번역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결론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한영번역기와 챗GPT로 영어로 옮긴 결과를 비교하면 3가지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1) 일반 번역기는 시의 번역에는 무용지물이다. 

(2) 챗GPT는 단순한 프롬프트로도 일반 한영번역기보다 월등한 결과를 낸다. 

(3) 챗GPT에 더 정교한 프롬프트를 쓸수록 정확도가 개선되고, 문학성 있는 시의 번역물을 얻을 수 있다. 


시, 소설, 일반문서 등 다양한 한영번역에 응용할 수 있는 한영번역 프롬프트 메이커 



매거진의 이전글 한영번역기와 챗GPT 번역 비교: 문학 번역 (소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