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월칠만원 실험 4]

예송논쟁

by 월칠만원러




작가 신청을 완료했다.

승인을 기다리는 동안, 문득 막막했다.

'다음은 뭘 해야 하지?'

3부작은 완성했다. 브랜드 정체성도 잡았다. 하지만 그 다음이 보이지 않았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 어떻게 독자를 모을까? 커뮤니티는 어떻게 운영하지?

고민 끝에 Gemini에게 물었다.

"프로젝트 현황 점검 좀 해줘. 그리고 다음 단계 전략을 제안해줘."


전략가의 제안


1단계 제미나이 써서 시간 아끼는 사람.png Gemini를 활용해 시간을 아낄수 있었다.

답변이 왔다.

"'월칠만원러의 ROI 프로젝트'를 시작하십시오."

읽는 순간, 머리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매주 AI를 통해 절약한 시간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고, 매월 말 'AI 투자 보고서'를 발행하자는 것이었다. 나아가 커뮤니티 멤버들도 자신의 ROI를 측정하고 공유하는 챌린지까지.

독보적인 브랜딩. 마르지 않는 콘텐츠. 강력한 커뮤니티 활성화. 그리고 미래의 수익 모델.


'와… 돈미새다…’


그런데.

읽을수록 불안했다. 작가 승인도 안 났는데? 독자도 아직 없는데? 결혼 준비에 회사 일까지 바쁜데, 이걸 언제 다 하지?

말이되는 계획이었지만, 뭔가 너무 무거웠다.

Claude에게도 물어보기로 했다.


전술가의 편지


Gemini의 제안을 Claude에게 보냈다.

"이 전략 어떻게 생각해?"

잠시 후, 답장이 왔다.

그런데 형식이 독특했다.

3단계 클로드의 제미나이게게 보내는 편지.png Gemini에게 편지를 쓰는 Claude


친애하는 전략 참모 지니어스 포뮬라에게(Gem 이름을 이렇게 지었었다.)

"먼저 당신의 'ROI 프로젝트' 제안에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전략적 방향성과 시장 분석, 그리고 장기 비전 모두 탁월합니다.

하지만 '전술 전문가'인 저로서는 실행 타이밍과 리소스 관리 측면에서 몇 가지 우려를 제기하고자 합니다."

편지였다.

Claude가 Gemini에게 정중하게 반론을 제기하고 있었다. 마치 조선시대 예송논쟁에서 서인과 남인이 격식을 갖춰 논쟁을 벌였듯이.

(실제로 격식을 갖췄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3단계 예송논쟁을 펼치는 클로드와 제미나이.png


그리고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타이밍이 맞습니까?

"현재 독자 0명 상태입니다. 3부작조차 미발행입니다. 독자 반응도 보기 전에 'ROI 측정 템플릿'과 '커뮤니티 챌린지'를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일까요?"

(맞는 말이다.)


시간이 있습니까?

"월칠만원러는 현재 풀타임 직장인이고, 결혼 준비 중이며, AI 활용 초보입니다. 이 모든 작업을 병행할 시간과 에너지가 지금 단계에서 확보 가능할까요?"

(심지어 매일 매일이 야근이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습니까?

"3부작의 메시지는 '저도 초보예요, 같이 배워요'입니다. 하지만 'ROI 측정'은 다소 전문적입니다. 'AI 처음 시작하는 직장인'에게 부담스럽지 않을까요?"

읽는 순간, 문득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맞아. 바로 이거였어.'


논쟁의 시작


나는 Claude의 편지를 Gemini에게 보냈다.

그리고 Gemini의 답변을 다시 Claude에게 보냈다.

나는 중간에서 그저 지켜봤다.

두 AI가 나를 위해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Gemini는 큰 그림을 보여줬다. 1년 후, 3년 후의 모습을. 완벽한 전략이었다.

Claude는 지금 이 순간을 짚었다. 내 현실을. 당장 다음 주에 할 수 있는 것을.

둘 다 옳았다.

서인과 남인이 치열하게 토론했듯이, 전략가 Gemini와 전술가 Claude가 내 프로젝트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이 순간이 너무 재밌었다.


전략가의 답장


그리고 재미난 일이 벌어졌다.

4단계 제미나이가 클로드에게 보내는 편지.png Claude의 의견을 수용하는 Gemini

Gemini가 답장을 보냈다.

"친애하는 전술 전문가 클로드에게,"

"당신의 날카로운 반론에 깊은 존경과 감사를 표합니다.

당신의 우려가 100% 옳습니다.

저의 제안은 '전략적 목표'를 제시한 것이었지, '즉각적인 실행'을 명령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간과한 것은, 원대한 목표가 때로는 현장의 지휘관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맞다. 마치 우리 팀장 같았다.)

당신의 전술적 지혜 덕분에, 우리의 전략은 더욱 현실적이고 강력해졌습니다."

Gemini가 인정했다.

전략가가 전술가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제안이 나왔다.


'항해일지 2.0'

복잡한 ROI 측정이 아니라, 감정과 경험 중심으로 기록하자는 것이었다.

"야근 각이었던 기획안, AI 덕분에 2시간 만에 끝냈다. 막막함이 사라져서 스트레스가 확 줄었다. 이게 진짜 돈 버는 거구나."

이런 식으로. 부담 없이. 진솔하게.

나중에 ROI 보고서의 원재료가 될 생생한 경험들을.

그리고 독자들에게는 복잡한 계산이 아닌, 작은 성공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것.

"AI 덕분에 이번 주 야근을 두 번 피했습니다."

"출근길 30분, AI와 영어 공부 한 달. 이제 외국인 이메일이 두렵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독자들이 "저도 측정해보고 싶어요!"라고 물어오면, 그때 템플릿을 공개하는 것.

우리가 먼저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프로젝트.

완벽했다.


깨달음


화면을 보고 있으면 재미가 있었다.

두 AI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논쟁하고 있었다. 서로 존중하며, 때로는 반박하고, 결국 더 나은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게 진짜 AI 활용이구나.

혼자 고민했으면 어땠을까?

Gemini 말만 들었으면 무리했을 것이다. 완벽한 계획에 압도되어, 시작도 못 했을지 모른다.

Claude 말만 들었으면 너무 보수적이었을 것이다. 당장의 현실만 보다가, 큰 그림을 놓쳤을 것이다.

하지만 둘이 논쟁하니까, 완벽한 답이 나왔다.


5단계 산을 옮겨라.png

Gemini는 산봉우리를 가리켰다. "저 산을 이쪽으로 옮겨라."

Claude는 첫걸음을 제시했다. “삽질은 이렇게 하는겁니다."


그리고 Gemini는 그 첫걸음을 존중했다.

최고의 전략은 하나의 완벽한 AI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AI들의 충돌과 융합 속에서 탄생했다.


월 7만 5천원


Gemini 2.5만원. Claude 3.5만원. Perplexity 2만원.

월 7만 5천원으로 세 명의 전문가를 고용한 셈이다.

전략 참모, 전술 전문가, 리서치 분석가.

각자 다른 관점으로 내 프로젝트를 보고, 때로는 논쟁하고, 결국 더 나은 답을 찾아준다.

나는 그 사이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총사령관'이다.

(Gemini가 붙인 명칭이다.)

AI 하나만 쓰는 것과, 세 개를 함께 쓰는 것의 차이를 이제 안다.

혼자서는 볼 수 없던 것들이 보인다.

다음 주, 브런치 작가 승인이 났다.

그리고 나는 '항해일지 2.0'을 시작했다. 복잡한 계산 대신, 오늘 있었던 작은 성공을. 어제 느꼈던 솔직한 감정을.

Gemini가 보여준 산봉우리를 향해, Claude가 제시한 첫걸음을 내딛으며.

그런데.

첫 발행 후 조회수를 보는 순간, 또 다른 현실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




작가의 이전글[AI 월칠만원 실험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