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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과 Sep 12. 2019

포켓 머니

아이를 사랑하는 어른

부모님과 함께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갔을 때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가, 6학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고속버스 안에서 나는 한창 패닉의 1집 노래에 심취해있었다. 우연히 갖게 된 마이마이와 처음으로 사게 된 테이프였기 때문에, 지금도 선명할 정도로 통째로 외워버린 패닉 1집의 노래들, 다시 처음부터 다시 라는 랩으로 구성된 김진표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따라 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버스 맨 뒷자리에 혼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소곤소곤 거리며 아무도 모르게 계속 그 노래를 반복해서 불렀다.


 버스에 내리곤, 아버지가 그랬다. 무슨 노래를 그렇게 불렀어? 그 말을 듣자마자 화들짝 든 생각은 거의 맨 앞자리 앉아계시던 엄마 아빠가 흥얼거리는 내 노래를 들었다면 버스의 다른 승객들도 이 노래를 다 들었겠네?라는 부끄러운 생각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기억이, 나의 노래를 참아주었던 어른 승객들로 생각이 바뀌었다. 버스 안의 작은 소리도 서로를 불쾌하게 만드는 지금, 아이의 당연한 울음소리조차 짜증 나게 생각하는 지금과는 조금은 달랐던 것인지.. 정말 오랫동안 흥얼흥얼 거렸는데 아이의 노래를 모든 승객들이 속으로 짜증은 나도 참아줬나 보다.


 

촬영 현장의 트뤼포 감독과 아이들


 포켓머니, 영화는 트뤼포 감독이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투영한 채로,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게 때론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아이들의 일상을 그린 영화이다. 지금의 영화들처럼 화려한 줄거리도, 눈을 끄는 이목도 없지만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건 진짜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일까? 40년 전의 영화가 지금 찍은 아이들은 찍은 어떤 다큐멘터리나 영화보다 현질적인 질감을 표현해낸다. 그럴 때 시간과 배경과 상관없이 관객들은 말한다. 이건 나의 이야기야!


 수업이 끝나길 초조하게 시계를 바라보는 아이,  선생님이 자신의 부인이 아기를 출산할 때 사진을 찍었다는 말에 아이들은 포르노 아니냐며 수근 거리기도 하고, 국어책을 읽자 지루하게 읽던 아이들이 선생님이 나가자 마치 연극배우처럼 화려하게 글을 읽어나가기도 하고, 또래 아이들보단 친구 엄마를 보며 공상에 빠지던 남자아이, 아기 고양이를 보다가 갑자기 창문 밖에서 떨어지는 아기, 떨어지고 나선 졸도하는 엄마와 상관없이 나 쿵해쪄 라고 말하는 아이, 너무나도 다채롭고 제목과 어울리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지고, 


 마지막엔 아이들을 걱정하는 교사가 나와 긴 연설을 한다. 트뤼포 감독이 갑자기 끼어들어서 자신의 목소리로 대변하며 아이들을 옹호하고 변호하는 장면은 패치 아담스의 마지막 로빈윌리엄스의 연설 같기도 하다. 이 장면이 너무나 길고 직설적이어서 영화적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조차도 이 영화의 현실적 질감을 얻어내고 이 모든 이야기가 진짜임을 역설적으로 더 옹호하며 영화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는 아이들의 표정이, 이 영화의 주제와 선생님의 말을 이해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더욱더 이 영화는 정말 아이들의 이야기라 생각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이를 사랑하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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