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과 Nov 02. 2019

스탠바이미

아이와 어른의 사이


  작은 미국의 시골마을에서, 어린 소년이 죽었고, 그 시체가 어딘가에 있다는 소문이 돈다. 마을의 소년들 4명은 그 시체를 먼저 발견하러 가자고 다짐을 한다. 각자 집에는 비밀로 한 채, 아이들은 얼마 안 되는 돈을 모으고, 집에서 총 한 자루를 훔쳐 모험을 떠난다. 시체를 발견하리라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시체를 찾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비밀스러운 시간을 새기러 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말도 안 되는 모험 가운데, 아이들은 가는 길 내내 말다툼을 하고, 몸싸움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고민을 말하기도 한다.  불을 피워 모닥불 앞에서 실없는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평생 한 가지를 먹어야 한다면 체리 사탕 맛을 먹어야 하는 건 당연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표현하기 힘든 자신들의 고민들도 넌지시 던지곤 한다. 아이들이 하는 고민과 생각들을, 이 영화는 기가 막히게 아이들의 문법으로 찾아낸다. 어른들의 문법으로 가려진 아이들의 문법을 찾아낸 것이 이 영화의 빛나는 부분인 것 같다. 


 아이들은 학교, 학원, 집, 등등 모두 어른들이 설정해놓은 세계에 익숙해져 가고 적응해야 한다. 집에 오면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가 있고, 담배를 태우며 자기를 괴롭히는 형과 친구들이 있다. 학교에 가면 우유값을 훔쳐간 도둑이라고 낙인을 찍은 선생이 있다. 이미 어른들이 세팅해놓은 세계에서 아이들은 갈피를 잡기가 힘들다. 죽음과 삶에 대해 원시적이고 본능적으로 맞닥뜨려야 하는 고민들을 뭉개는 어른들의 세계, 아이들은 이 두 가지 세계의 균형을 이뤄야 하는 어려운 위치에 가 있다. 


때론 친구에게 어깨를 기대기도 한다. 


 길가에 떨어진 동전을 주우며 춤을 추기도 해야 하고, 전쟁놀이를 하며 마음껏 소리 지르고 싶지만, 담배를 태우며 밥 먹은 후에 역시 담배 태우는 게 제맛이라며 어른의 행동도 해석해나가며 웃어야 한다. 이러한 기묘한 위치에 놓인 사춘기 시절의 아이들을 묘사한 것이 이 영화의 참맛이다. 죽음의 의미를 알고 싶지만 물을 수 없는 위치. 나이. 어른들은 더 이상 그 답을 찾지 않기에, 처음으로 그 질문을 맞닥뜨리는 아이들은 죽음에 대해 물을 곳이 없다. 결국 시체를 발견해버린 소년들은, 그 시체를 고이 덮어주고 신고하지 않는다. 시체를 발견해 영웅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닌, 사실은 죽음이라는 기묘한 존재를 만나보고 싶었던 아이들


 이러한 미묘하고 기묘한 위치의 나이 때를 연기해낸 아이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롭라이너 감독의 저력이 이때부터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이들은 3일 후, 집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커다랗게 느껴지던 마을이 조금은 작게 느껴짐을 느낀다. 멍하니 산과 하늘을 바라보고, 동물을 바라보며 죽음을 맞닥뜨리며, 혼자 불 앞에서 고구마를 구워보는 것이 없는 지금의 도시의 아이들에게 어떠한 성장을 바랄 수 있을까. 모든 아이들의 언어와 비밀들을 파괴하고 어른들의 문법으로 가득 채워놓으려는 어른들의 욕망이 가득한 곳에서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날 수 있을까. 


 Copyright 2019.양과.All right reserved.


 

매거진의 이전글 하나 그리고 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