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카페에 종종 등장하는 카스테라.
계란을 깨서 휘휘,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는 오일과 설탕에 놀라고, 버터도 설탕도 줄입니다.
설탕은 일단 레시피의 반 정도만 넣고, 달게 먹고 싶은 날은 메이플 시럽을 얹으면 되거든요.
홈 베이킹의 큰 장점은 이렇게 레시피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
마침 아는 분을 통해서 초란을 가득 샀던 날이에요.
달걀장도 만들고, 반숙 프라이도 먹고. 그래도 한참 남은 초란으로 베이킹을 합니다.
초란이라 비린 맛이 없어서 바닐라 파우더도 적게 넣어줍니다. 가급적 첨가물이 적어야 배가 편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놀라운 달걀 가죽을 만들었지만.. 요즘엔 제법 통실 탱탱한 빵이 나옵니다.
뜨거운 빵을 꺼내고 커다란 접시에 담고서 후후후. 엄마와 아빠는 포크와 접시를, 나는 칼을 들고 다가갑니다. 빵은 보통 하루 정도 숙성시키면 더 맛있어지지만, 따끈한 김이 나는 갓 나온 빵을 안 먹을 수는 없어요. 아마 빵을 굽는 내내 나는 고소한 반죽이 익는 냄새 때문에 계속 기다려져서 그렇겠죠.
후 하후, 음~ 뜨뜻하고 노릿한 버터향이 풍기는 담백한 스펀지 케이크, 카스텔라.
설거지를 하면서 계란 껍데기 안의 막을 살살 벗겨내고 껍데기를 햇빛에 말립니다.
빵을 만들면 나오는 계란 껍데기에 작은 모종을 심거나, 잘게 부수어 흙에 깊숙이 섞어줍니다.
홈 가드닝에 있어서 계란판을 꽤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구근을 말리기에도 좋고, 계란판에 흙을 담고 씨앗 발아용으로 쓰거나, 작은 새싹이 담긴 달걀 껍데기를 놓고 키우기도 좋아요.
새싹에서 본잎을 낸 녀석들을 골라 달걀 화분에 흙을 담고 파프리카 싹을 옮겨줍니다.
막이 벗겨진 달걀 껍데기는 쉽게 부서지니 조심조심~
여기에서 또 자라면 통째로 화분에 옮겨심어야지.
파프리카는 씨앗의 발아율이 꽤 높았는데, 본잎 올리면서 절반, 두 번째 잎 내밀며 절반..
그 많던 싹이 다 없어졌네요.
허무하지만 한편으로는 역시 자연은 실패를 알기에 더 많이 준비했구나- 배웁니다.
오늘은 따뜻한 인스턴트 커피.
베이커리의 빵 맛은 아니지만, 가끔 빵을 먹고 나서 느껴지는 목구멍이 미끈거리는 뒷맛이 없어서 좋아요. 메이플 시럽을 두르고, 휘핑크림을 슈욱-, 카카오 닙스를 뿌리면 대만족!
아휴, 커피와 케이크 한 입, 햇빛 한 조각.
잠시 모든 걸 생각하지 않고 지금 온전히 좋아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합니다.
하아- 맑은 하늘, 구름 넘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