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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사가 Jul 29. 2022

복직을 앞두고


두 번째 복직을 앞두고 있다. 두 번 모두 온전한 자의로 한 휴직은 아니었고, 상황과 의지가 복합되어 하게 된 휴직이었다. 휴직기간 내내 잘한 일이다, 이게 지금의 최선이다, 소중한 시간이다, 를 되뇌며 보냈다.

아이에겐 더없이 행복한 나날이었고 1학년 생활에 아이와 부모가 모두 잘 적응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맞벌이에 맞추어져 있던 생활에서 완전한 외벌이가 되며 경제적으론 부담스러운 부분이 생겼다. 한쪽의 부담과 다른 한쪽의 불만은 갈등의 씨앗으로 서로의 마음 어딘가에 자리하게 되었다.

복직을 준비하려 이것저것 뒤적이니 심란하다. 2년 동안 쓰지 않은 화장품은 유통기한이 지나고 옷은 유행이 한참 지났다. 창고에 던져놓은 책과 사무용품은 상태가 좋지 않다. 심지어 두 번의 휴직을 모두 겪은 무선 마이크는 이제 작동이 되질 않는다. 뒤지면 뒤질수록 필요한 것들이 늘어나 뭘 꺼내기가 무서워진다.


휴직은 마이너스의 삶을 피할 수 없다지만 조금은 줄여보고 싶은 마음에 결국은 내 것을 사지 않는다. 패션쇼 하러 가는 것도 아닌데 대충 껴입고 수업도 많지 않고 애들도 적은데 마이크 없으면 어때, 한다. 그러다가도 불쑥. 내가 휴직도 3년이나 했는데, 고작 그것 하나 못 사고 마음대로 못 할 일인가 싶어 억울하다.


사실 그렇게까지 못할 것도 아닌데 그냥 마음이 그렇다. 나보단 아이, 남편, 그런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고 그래서 자꾸 나를 뒤로 미루는 게 익숙해진다. 하지만 그 마음을 이해 못 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속상하다. 억울함도 마찬가지다. 가족을 위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희생을 결심한 나에게 고마움이나 미안함 대신 할만하니까 했겠지, 노니까 좋겠다 같은 비틀린 말 한마디는 지우지 못할 상흔을 남긴다.


교장을 꿈꾸며 장학사 시험을 생각하던 나는 이제 없다. 정년까지 아직은 모를 어떤 의미를 찾아가며 학교를 다닐 나만 남아 복직을 준비한다. 반년은 끝도 없이 헤매고, 또 일 년은 간신히 적응하면 다른 학교로 전출이다. 그렇게 학교를 5~6개쯤 더 옮기면 정년이 코앞이겠구나 한다. 내가 휴직을 결심했을 때, 교장으로 정년 퇴임하신 우리 아빠는 정말 많이 속상해하셨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딸의 앞날이 너무 훤히 보여 그 안타까움에 술을 잔뜩 드시곤 대상도 모를 화를 그렇게 내셨나 싶다.


"복직 준비하느라 어때? 마음이 복잡하지. 그래도 잘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앞으로 잘할게. 우리 어떻게 나눠서 하면 좋을까?"


기계적인 남편이 공감과 이해를 좀 했으면 좋겠다. 실은 그 말을 구구절절 길게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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