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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사가 Jun 04. 2022

아빠의 무관심


아이가 입시에 성공(?)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있단다.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 이것도 옛날에 유행하던 이야기라 요새도 유효한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생각해보면 그럭저럭 맞는 것도 같다.

우리 집은 저 조건 중 딱 하나가 충족된다. 입학한 지 4달이 되어가도록 아이 알림장(매일 홈페이지 학급 게시판에 올라옴) 확인 한 번을 제대로 안 하는 것 같아 남편에게  잔소리를 했다. "지금이야 내가 매일 보지만 복직하면 둘이 함께 해야 해, 혼자는 못해." 이야기를 수십 번도 더 하고 보는 방법을 무려 두 번이나 알려줬음에도 아직도 알림장 보는 법을 모르는 것에 1차로 화가 났다. 가만 지켜보다 혹시나 해서 따님 반 번호는 아냐 물었는데 번호를 모르는 것에 2차로 뱃속부터 깊은 분노가 일었다.

학교에서 가정통신문 회신서를 받다 보면 부모님 이름과 싸인은 있는데 아이 반 번호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모님 이름으로 아이를 찾고 인적사항을 쓰라하며 물으면 "우리 엄마/아빠 제 반 번호 모르세요."라는 대답을 듣는다. 더러 있는 일이라 놀라운 것 까진 아닌데 그렇다고 그게 일반적이라 생각한 적은 없다. 헷갈릴 순 있어도 모르는 건 무관심의 극치가 아닌가. 이후엔 아이가 방임 속에 방치되는 건 아닌지 매의 눈으로 살피게 된다.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 쉽지 않다.

나라고 뭘 그리 잘하고 잘 알며 잘 챙기겠냐만은, 날 너무 믿어서 그런가 아니면 입시에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충분조건이 아빠의 무관심이라 열을 올리는 건가 알 수가 없다. 진심은 그의 마음과 머리에 있겠지 뭐.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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