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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사가 May 16. 2022

스승의 날


어제는 스승의 날이었다. 초등학교처럼 함께 뛰어놀지도 또 고등학교처럼 고락을 함께 나누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중학교 교사는 늘 제일 뒷전이 된다.


10여 년의 교직 생활 중에 휴대폰 번호를 한번 바꾸었고, 그 때문에 연락이 끊긴 아이들이 꽤나 된다. 힘들었던 학교 하나를 통째로 지우기 위한 방법이었다. 사실 그 학교의 아이들을 참 많이 좋아했다.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사람은 학부모지 아이들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아이들까지 잊기를 원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아이들 관심 밖의 교사가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아이들의 관심사는 너무 다르고, 날아가는 세상을 쫓아가기엔 내 역량이 부족하다. 그저 나를 싫어하지는 않아주길, 교사로서의 전문성은 지니고 있길, 바라는 바가 자꾸 적어진다. 아이들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조심스러워진다.


이제 모두 성인이 된 제자들이 연락을 해왔다. 중학교 3년의 시절 중 가장 먼저 떠오르고 행복했던 기억이 나와 함께한 열네 살의 1년이라는 말에 기뻤다. 임용을 준비 중인데 결과가 좋지 못해 연락할 수 없었다는 친구의 말엔 우리 꼭 같이 근무하자 답했다. 나의 실없는 농담에 지루한 학교 생활을 견뎠다는 이야기엔 철없는 선생님으로 계속 남아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우스운 건, 연락해 온 모든 아이들이 내가 지우고자 했던 그 학교 출신이다. 가장 열정적이었던 때이기도 했고 누군가와 크게 싸울 수 있는 용기도 있을 때였다. 그때의 열정과 진심은 아이들에게도 가 닿았나 보다. 뭘 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을 시절에 아이들과 부대끼며 행복했던 순간은 모두에게 잘 간직되어있다. 그러고 보니 학교를 옮길 때마다 비타오백 한 박스씩 사들고 와 연하의 남친으로 오해받았던 제자(10살 차이남ㅋㅋ)도 그 학교에서 만났다.


복직이 이제 3달 남았다. 잊고 지내던 교사로서의 나를 스승의 날이 깨웠다. 그전까지 집안 정리도 하고 아이 단속도 잘해야 하는데 싶어 생각이 바빠진다. 더불어 이제 더는 젊지 않은 교사로서의 정체성도 생각해 봐야지 싶다. 욕먹는 선배교사는 되지 말아야 할 텐데. 초심으로 돌아가도 안될 일이고.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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