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런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아이들은 수두룩 빽빽이라 놀라울 것도 없지만, 평소에도 워낙 무례함의 끝판왕인 학생이라 굳이 지도를 하겠다 마음을 먹었다. (대체 왜 그랬을까!!!!)
"땡땡아, 선생님이 지금 이야기를 하고 있잖니?"
"네, 근데 그게 왜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한다.
"수업 중에 갑자기 툭 끼어들어서 학습지가 없다고 말하는 게 올바른 행동일까?"
"학습지가 없어서 없다고 말하는 게 잘못됐어요?"
욕이 나오기 일보직전이다. 참자, 참자, 나는 배운 여자다, 쟤는 사춘기다, 마음속으로 10번은 되뇌고 다시 이야기를 꺼냈다.
"학습지가 없는 걸 수업 전에 알았어야 했고, 혹시 그걸 뒤늦게 알았더라도 내가 말하는 중간이 아닌 문장이라도 다 끝마쳤을 때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왜요?"
더 이상의 대화는 불가다. 지성은 절대 무지성을 이길 수 없다. 그러다 문득 지난주 외부활동 때 나한테 만원을 빌려가 갚지 않은 일이 생각이 나 물었다.
"땡땡아, 선생님한테 만원은 왜 안 갚니?"
"줄게요."
"뭐라고?"
"아, 갚을게요."
"그게 아니지, 드릴게요."
"갚을게요."
"아니, 드릴게요."
"갚을게요."
"드릴게요."
"네."
화가 난다. 질풍노도의 중2라 이해하려고 마음을 다스려도 단전 밑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화를 잠재우기가 쉽지 않다. 결국 폭발해 "나중에 이런 식으로 하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막말을 내뱉은 나 자신이 부끄럽지만, 정말 진심으로 저런 식이라면 어느 조직에서 저 아이를 받아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매일같이 무례함과 싸우고 있다. 아이들의 무례함은 아이의 문제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정에서, 사회에서, 학교에서, 미디어에서,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학습된 무례함이다. 나만 좋으면 된다는 이기심과나 외에 그 어떤 것도 안중에 없는 무관심이 더해져, 제멋대로 인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방황하고 사고 치는 아이들이 힘들었다면 요새는 정말 못됐다는 생각이 드는 아이들이 많아 골치가 아프다. 일일이 무엇이 잘못됐는지 설명하고 설득하고 납득시키고, 그 과정을 보호자에게도 다시 반복한다. 무난히 받아들이는 보호자라면 그나마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우리 애가 그러는데, 그게 아니라~" "우리 애 마음을 한번 더 읽어주시지 그랬어요~" "아이들 다 있는데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아이 자존감이~" 이 삼종세트 중 하나라도 꺼내는 보호자라면 나도 그냥 입을 닫는다. 말해봤자 내 입만 아프고 내 마음만 상한다.
오늘도 보호자에게 문자를 하나 보내놨다. "아이가 혹시 집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냐, 예전에도 무례하다 느낀 적이 있었는데 요즘 좀 심해졌다,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연락했다." 참 예의 바르게도 보냈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공손하게 돌려 물을 이유가 있나 싶기도 하다. 있는 그대로의 날 것으로 전해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뜨끔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