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2

- 학교는 어떤 곳인가 -

by 모사가


지난 글을 쓰고 나서 제 진정한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출장 다녀온 일도 정리가 됐고, 아이도 개학을 했고요. 고로 시간이 좀 많아졌다는 이야기지요ㅎㅎ


근래 초등 선생님과 긴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기도 했고, 이래저래 입학을 앞두고 저한테 질문을 하는 분들이 좀 있다 보니 몇 가지 더 쓸 것들이 생각났네요.





1. 학교에도 부서가 있어요.


중등은 교무실이 교사들의 업무공간이고, 학년/부서에 따라 모여 앉아있습니다. 가르치는 것 말고 무슨 일이 있어?라고 할 수 있지만, 쉽게 말해 입학식 의자는 누가 깔며 노래는 누가 틀고 진행은 누가 할까요. 다 교사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12개의 부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무, 연구, 생활, 각 학년, 창체, 상담복지, 진로, 인문사회, 과학정보, 예술체육, 부서들마다 맡은 일이 매우 달라요. 어떻게 보면 업무 간 교집합은 학생 외엔 없다고 할 수 있죠. (사실 연구부는 학생보단 교사와 접점이 더 큰 부서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담임교사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는데 답을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저만해도 24년에 학교를 옮겨 학교폭력을 담당하다 보니 다른 일은 잘 몰랐습니다. 반대로 학교폭력사안 절차를 잘 모르다 보니 즉각적인 대응이 힘들었던 다른 담임교사들도 있었죠. 궁극적으로 교사 역시 담당업무를 처리하는 직장인이고, 내 업무가 아닌 것에 대해선 알아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가끔 비아냥처럼 "학교에 전화하면 알긴 할까요"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서비스센터에 A/S전화를 할 때에도 어떤 제품인지를 먼저 말하죠. 그 과정이 학교에도 필요합니다. 담임교사가 문의를 접수하면 담당교사에게 연결을 하고, 그 담당교사가 수업이 없어 자리에 있다면 즉답이 가능하지만 수업 중이라면 최소 40분 이상이 소요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왜 모르는지, 왜 시간이 걸리는지, 조금 답이 되려나요.






2. 매년 하는 일이 달라요.


학교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몇몇을 제외하곤 맡은 일이 매년 달라집니다. 저 역시 작년과 올해의 업무가 다릅니다. 올해 맡은 업무는 17년도에 했던 일이긴 하지만, 학교가 달라졌고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처음 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에 다니는 저희 집 남자는 그런 제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어떻게 매년 일이 달라지고 사람도 달라지고 모든 게 다 바뀌냐고 하더라고요. 저라고 적응이 되는 건 아닙니다. 3월 한 달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게 지나갑니다. 그냥 그 허둥대는 상황만 익숙해질 뿐이죠. 이상하게 겨울방학 동안 준비한다고 하는데,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다행히 저는 이게 일반적이지 않다는 걸 간접적으로 들었고, 그래서 보호자분들께 설명을 드립니다. 제가 지금은 잘 모르고, 담당자도 업무 파악이 필요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적어도 오늘 안으로는 꼭 연락드리겠다, 그런 식으로 말씀드리면 보호자분들도 조금은 기다려 주십니다.


모두 마음이 급하고 불안한 3월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한 템포 쉬어가는 여유가 절실합니다. 첫 단추는 누구나 잘 꿰고 싶은 욕심이 있죠. 하지만 조급해서는 안 됩니다.






3. 수업은 불가침이죠.


내 수업은 내가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시간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 들어가야 하죠. 한 번은 장염과 위염을 한꺼번에 걸려 정말 죽을 지경이었는데, 빈 시간마다 보건실에 누워있으면서 간신히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다음날 응급실에 갔지만요.(다행히 다음날이 주말이었습니다.)


어쩌다 있는 일이지만, 수업 종이 쳐서 들어가야 한다는데도 자기 말을 왜 끝까지 안 듣냐며 화를 내는 보호자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뭐.. (중학생만 상대하다 보니 딱 중학생이라ㅋ) 참지 않고 수업에 가야 한다, 교사가 수업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냐, 내가 수업에 안 들어가고 애들을 방치하라는 말씀이냐,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보통 알겠다고 하곤 전화를 끊으세요.


네, 그렇습니다.

수업은 소중하니까요.





아는 만큼 보입니다. 저한텐 당연한 것들이 다른 이들에겐 생소할 수 있죠. 그래서 널리 널리 알려야 한다 생각합니다.


또 문득 떠오를 때마다 계속 써보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중학교를 들어오기 전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