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를 들어오기 전에 1

- 이젠 어린이가 아니에요 -

by 모사가


20년 가까이 중학교에 근무하면서, 개인적으로 저는 1학년을 가장 선호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1학년을 피하고 싶어 하시지요. 거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보호자도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작정하고 보호자를 위한 중학교 생활 가이드(?)를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1. 중학생은 스스로, 알아서, 자기가 해야 합니다.


담임교사가 한 교실에서 생활하던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부턴 과목 선생님들이 따로 들어오죠. 그러니 알아서 수업준비를 잘해야 합니다. 시간에 맞게 교과별로 교과서를 꺼내고, 부교재도 준비하고, 숙제와 수행평가도 챙겨야 해요.


중요한 건, 초등학교 때처럼 담임선생님이 모든 걸 다 알 수 없고 또 알림장도 없기 때문에, 학생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나마 다행은 정규고사 범위와 일정은 가정통신문으로 나간다는 것 정도랄까요.


다양한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해나가는 걸 배우는 과정이다 생각하시면 조금 마음이 편하실 것 같습니다. 한 번씩 자녀에게 수행평가 준비 도와줄 건 없니? 정도로 확인해 주시면 좋을 듯해요.






2. 친구랑 싸워도 보고, 화해도 해 봐야죠.


살면서 나랑 잘 맞는 사람만 만날 수 있을까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만 해도 대화가 아예 되지 않는 사람과 한 공간에서 함께 일을 해야만 했던 경험이 있어요. 그렇다고 불편하고 힘든 관계를 만날 때마다 회피로 끝낼 수는 없으니, 견디고 버티는 힘을 길러야겠죠. 저는 학교에서부터 그 연습이 시작된다고 봅니다. 친구 사이일 수도 있고, 교사와도 그럴 수 있고, 부모님과도 마찬가지고요. 다양한 관계를 경험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될 뿐 아니라 어떤 것이 건강한 관계인지도 배우게 되는 거죠.


요즘 많이 있는 일 중 하나가, 친구와 싸우고 나서 교사나 보호자를 바로 찾는 것인데요. (물론 학교폭력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이해는 하지만) 사람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갈등이 폭력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것부터 시작해, 갈등을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는 방식, 더 나아가 그 시간 동안 겪게 되는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해 가는지까지, 전 과정을 경험해봐야 한다 생각하는 저로서는 참 당황스럽습니다.


싸우자마자 손절을 하고, 손절을 했다면서 인스타 팔로우는 끊지 않고 염탐하며 자신을 저격한다 생각하고, 그러다 결국 해결해 달라며 교사를 찾아오는 수순을 밟아요. 그때마다 저는 싸웠다 하더라도 다시 화해할 수도 있고, 화해했다 또 싸울 수도 있다, 손절을 할 정도라면 인스타는 안 보는 게 맞지 않냐, 그 친구의 인스타는 그 친구의 것이니 뭘 하든 신경 쓰지 않는 거다, 각자의 인생을 충실히 잘 사는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자 등등 아주 당연한 이야기를 건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교사인 저는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바라보지만 보호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또, 위에 서술했듯 아이들은 어른과는 전혀 다른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어요.


인간은 방어본능이 있고, 아이들은 보호자에게 자신의 입장을 강조해 전달합니다. 보호자가 어른의 시각으로 아이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상대는 그렇게 나쁠 수가 없고, 교사는 상식 밖의 행동을 하고 있다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는 시간을 들여 양쪽의 이야기를 차분히 듣고, 아이와 어른의 시각을 넘나들며 조율하고 가르칩니다.


득달같이 전화를 해 당장 해결해 달라 다그치기보단, 수업이 있어 자리를 수시로 비우는 교사들에겐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기억하고, 아이의 입장은 이렇다더라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세요. 그런 다음 선생님께서 알아보신 후 정리해서 연락을 달라하시면 서로 감정의 날을 세우지 않고 해결됩니다.


다만, 거의 모든 경우에서 보호자/교사가 개입하면 아이들의 관계는 좋아지기보단 나빠집니다. 역설적입니다만, 개입을 바라면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자신들이 싸워서 사이가 안 좋다는 걸 알아달라, 이게 따돌림은 아니다, 그런 의도를 전달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3. 그 외 자잘한 것들


중학교 1학년 성적은 내신에 들어가지 않지만, 출결은 들어갑니다. 내신은 공정성이 바탕되어야 하죠. 그래서 무엇보다 깐깐하게 출결처리를 합니다. 학교마다 서류제출의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질병/체험학습은 제출하게 되어있습니다. 특히 체험학습은 사전 신청서, 사후 보고서를 시기에 맞게 잘 제출하셔야 해요. 갑자기 당일날 아침 전화해서 체험학습 간다, 그렇게 하면 아주 곤란해집니다. 저는 무조건 미인정결석처리해요. 예외는 민원을 불러오거든요.


학교급을 올라가며 불친절하다는 불만을 많이 보고 듣습니다. 뒤집어서 생각하면 그만큼 내 아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났다는 게 될 수 있어요. 아이가 혼자서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세요. 그렇게 성장하며 멋진 어른이 됩니다.






생각나는 건 이 정도인데, 더 궁금한 게 있으실지 모르겠네요. 혹시 있다면 알려주세요.


예비중학생들, 예비중학생보호자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4학년도에는..